주택시장이 침체국면에 빠지면서 뉴타운ㆍ재개발 지역에 횡행했던 지분쪼개기 후유증이 두드러진다. 조합원수가 크게 늘어난 때문에 일반분양분이 없는 재개발ㆍ뉴타운 사업지가 속출하고 있다. 쪼개진 지분 시세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일부 투자자는 손해를 감수하고 팔려하지만 사려는 사람 찾기 어렵다.
지분쪼개기는 건물이나 땅ㆍ주택의 소유자를 여러 명으로 늘려 아파트 입주권을 많이 받아내는 편법 투기 행위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지분쪼개기는 지금까지 크게 4가지 유형이 나왔다. 지분쪼개기 부작용이 불거지면 정부나 지역자치단체는 규제책을 내놨다.
◇편법과 규제로 점철된 지분쪼개기
1990년대 말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바꿀 수 있도록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지분쪼개기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다가구를 다세대로 전환해 개별등기(세대분할)하면 소유자 전원에게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졌기 때문. 이렇게 되면 조합원 수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재개발사업이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2003년 7월 재개발이 추진 중이거나 예상되는 지역(344곳)에 대해 다가구주택의 다세대주택 전환을 금지했다. 2003년 12월 지분 쪼개기를 원천 봉쇄했다. ▶이미 준공된 단독ㆍ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하거나 ▶한 채의 주택이나 한 필지의 땅을 여러 사람이 공동 소유하거나 ▶주택과 토지를 분리해 취득한 경우 등에 대해 아파트분양권을 한 개씩만 주도록 했다. 규제 대상 지역도 서울지역 전체로 넓혔다. 그 이전에 쪼개진 지분에 대해서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입주권을 주도록 했다.
그 뒤 지분쪼개기는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러다 2005년 말부터 성동구 성수동ㆍ용산구 등을 중심으로 아예 단독ㆍ다가구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신축하는 식의 새로운 유형의 지분쪼개기가 나타났다. 기존 건물의 용도 변경만 규제하는 허점을 파고 든 것이다. 2기였다.
이 때는 해당 지역자치단체가 규제책을 내놨다. 성동구청은 2006년 7월18일부터 사업시행 예정지역에 대해 건축허가 제한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 예정지역인 성수1ㆍ2가동 일대에서는 향후 2년 동안 건축물의 신축, 가구수를 증가시키는 증축, 대수선, 용도 변경을 할 수 없게 됐다.
3기 지분쪼개기는 2006년 상반기 이후 용산구ㆍ양천구 목동 등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대상은 주택이 아닌 근린상가다. 여기에는 신축에서 용도 변경, 증축까지 다양한 방식이 동원됐다. 상가 등의 비주거용 건물이라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입주권이 주어지는 점을 노리고 소유권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 팔기 위해서다.
하지만 근린상가 지분쪼개기도 요즘 시들해졌다. 역시 자치단체가 규제책을 내놨기 때문. 용산구청은 올 1월부터 점포당 전용면적 40㎡ 미만의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할 경우 반드시 건축심의를 거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최근엔 무단으로 상가의 내부를 개조해 주거용으로 쓰고 있는 건물에 대해 일제 단속을 벌였다. 적발된 곳에는 원상복구 시정명령 및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용산구청은 이에 불응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으면 형사고발까지 할 방침이다.
4기 지분쪼개기는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장에서 도시개발사업지로 확산했다. 도시개발구역에는 지분쪼개기 규제가 없다는 허점을 노려 1개 필지의 소유자가 수백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인천 용현ㆍ학익 2-1블록은 2006년 초반 토지소유자가 250여명이었으나 올 들어 20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규제책을 내놔 2008년 9월 22일 이후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제안하는 사업부터 지분쪼개기를 통한 조합원 자격 취득이 불가능해진다.
◇지분쪼개기 후폭풍
1~4기 지분쪼개기가 일어났던 지역 대부분에 요즘 후폭풍이 거세다. 성동구청과 행당동 행당5구역 재개발조합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지분쪼개기가 활발했던 이 곳은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가구수보다 조합원수가 많아 일부 조합원은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게 됐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새로 지을 아파트는 551가구인데 임대주택 94가구를 제외한 실제 분양가구수는 457가구로 조합원수(472명)보다 15가구가 적다. 조합에 따르면 이 구역에서는 지분쪼개기 규제가 강화된 2003년 말 이전에는 다가구를 다세대로 변경하는 사례가 많았고 이후에는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로 짓는 경우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이 없어 사업성이 크게 나빠졌고 조합원 지분 시세는 올 초 대비 5000만원 가량 내렸다. 인근 성동구 옥수13구역도 새 아파트 가구수와 조합원수가 비슷하다. 새 아파트는 1569가구인데 조합원은 1530명이어서 이대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경우 일반분양물량이 거의 없을 전망이다.
조합 관계자는 “2002년 960명이었던 조합원이 지분쪼개기로 인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한남뉴타운은 사업 초기 6000명 선이던 조합원수가 지분쪼개기로 인해 90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곳에는 아파트 등 주택 약 1만5000가구가 지어질 예정인데 여기서 임대주택을 제외하면 일부 구역에서는 일반분양 물량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3~4기 지분쪼개기 대상 지역도 요즘은 썰렁하다. 근린상가 지분쪼개기가 많았던 용산구의 경우 갑자기 늘어난 ‘원룸’에 임대수요가 따라가지 못해 빈집이 많다. 지분시세도 약세다. 용산구청의 규제 때문도 있지만 향후 아파트 입주권이 나올지 불투명해서다. 도시개발사업지인 인천 용현ㆍ학익2-1블록도 지분쪼개기로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사업이 표류하고 있고 지분시세도 내림세다.
이 지역 주민 김모(41)씨는 “요즘에는 아예 쪼개진 지분에 대한 거래 자체가 두절된 상태”라고 전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