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피어 오르는 호수의 물안개를 바라보며 나를 돌아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인생은 끝을 모르는 뜀틀 뛰기와 같습니다
힘든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영어의 벽을 넘고 수학의 높이 뛰기를 넘어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이내 우리 눈 앞에 나타난 뜀틀은 좋은 학점과 취업 준비입니다. 그야말로 스펙 쌓기라는 뜀틀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뜀틀을 뛰어 넘고서 드디어 직장인이 된 우리에게 바뀐 것 이라고는 등급과 내신 대신에 업무 실적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뿐이지요.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인맥, 경력, 자격증, 스펙 등 등 등
죽어라 뛰어봐도 그 앞에는 언제나 더 큰 뜀틀이 버티고 있습니다 다른 직장으로 가면 조금 더 나아질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할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이력서가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직장을 옮기겠다구? 그렇다면 어디 한번 네가 누군지 소개 한번 해볼래?
그 때 비로소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지금까지 뛰어 온 뜀틀 넘어서기에 정작 우리 자신은 없었다는 걸 말입니다. 우리는 그냥 남들과 같아지려는 어리석은 노력만 해 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게 됩니다.
우리가 우리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 때부터 더 힘들고 더 불안해 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왜 우리 자신을 모르는 것일까?
우리의 인생이 불안한 이유는 인생을 뜀틀을 넘는 것처럼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계속 뛰어 넘기를 반복해야 하기에 우리는 지쳐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자전거의 패달을 계속 밢고 있으니 몸은 힘들고 멀미가 날 지경입니다.
이제 인생을 다르게 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바둑처럼 말입니다.
모든 바둑 기사들은 바둑이 끝나면 승패에 관계없이 복기를 합니다. 복기는 자신의 경기를 되돌아 보며 다음을 준비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바둑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어떤 일들이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지 어떤 일들이 날 성장 시켰는지를 돌아보는 인생의 복기가 필요합니다 그걸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힘든 삶을 잘 버텨왔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삶도 잘 살아 갈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현대의 뇌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다중지능 이론에 의하면 성찰지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돌아보고 복기를 잘 하는 것도 IQ와 EQ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궁금하다면 먼저 우리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돌아 보기로 하면 좋습니다. 우리 미래에 대한 해답을 넘어 진짜 우리가 누군지에 대한 답은 우리가 걸어온 인생 바로 거기에 있을지 모르니까요.
이 아침 조용하게 예수님을 마주 대하고 그분의 지성소에서 맑은 거울을 대하듯 우리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시지요. 그것은 기도가 될수도 묵상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 시간이 세상의 분주함과 번잡함을 모두 내려놓고 뜀틀 넘기의 삶이 아닌 사색하며 걷는 평안하고 여유가 있는 산책과 같은 삶으로 안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 그런 성찰과 복기의 이 아침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막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