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김휼
허락 없이 내 안에서 지는 것들 앞에
두 눈을 감는 것 외엔 달리 무얼 할 수 없었던
나 때는 말이지,
한잔의 구름은 상상 카페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목숨보다 질긴 청바지가 낭만의 상징이었던
나 때는 말이야,
두근대는 심장을 이리 가볍게 나눠 마실 줄 정말 몰랐어
당신의 그때와 나의 지금이 뒤섞인 라떼는,
뜨거움을 혓바닥을 데고도 끌리는 라떼는 말이지
쓰디쓴 고독에 부드러운 낭만을 곁들인 블랙홀
그것은 내 부름에 대한 너의 몸짓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들으면 들을수록 괜스레 가슴 시린 말
라, 떼, 는, 라떼는 말이야,
살아온 거리와 살아갈 거리의 간극이 만들어 낸
환절기의 꿈같은 한때의 이 시간은
열두 색의 옷을 입고 째깍이며 달려가는 봄밤의 이니스프리
그곳에서 회전하는 문
부푼 불안을 조절하는 밀보릿빛 조명 아래
접힌 시간의 페이지를 가진 사람들이
어제의 화사와 오늘의 이해를 음미하는,
라떼는, 라떼는 말이야,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2021년 현대시
김휼 시인
2007년 「기독공보」 신춘문예, 2017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하였다. 백교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목포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2021년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