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쉘 위 댄스(2) 춤 종류 너무 많다? 차차차만 배워도 댄스파티 간다
중앙일보 2019.05.10
2014년 용인시 시민일보 배 전국댄스스포츠대회에서 모던댄스의 탱고 종목으로 출전했다. [사진 강신영]
댄스스포츠는 크게 라틴댄스와 모던댄스로 구분된다. 라틴댄스는 룸바, 차차차, 삼바, 파소도블레, 자이브 5종목이다. 모던댄스는 왈츠, 탱고, 퀵스텝, 폭스트롯, 비에니즈 왈츠 5종목이다. 라틴댄스는 말 그대로 라틴 국가들에서 유래된 춤으로 룸바 차차차, 자이브는 좁은 장소에서도 출 수 있다. 삼바와 파소도블레는 플로어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추는 춤이라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모던댄스는 볼룸 댄스라 한다. ‘볼룸(Ballroom)’이라는 말 자체가 ‘큰 방’이라는 뜻이다. 큰 호텔에서 가장 큰 방이 볼룸으로 불린다. 귀에 익은 ‘볼륨(Volume)’으로 잘못 발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볼룸에서 춤을 추거나 경기대회는 농구장만 한 경기장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추는 춤이다. 댄스스포츠를 먼저 접할 때는 라틴댄스가 경쾌하고 배우기 쉬워 인기가 높다.
모던댄스는 궁정에서 추던 춤과 민간에서 유행하던 사교댄스를 체계화한 것으로 노예나 사회적 빈곤층이 즐기던 라틴댄스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지금은 같이 즐긴다. 모던댄스도 초급 스텝은 어렵지 않으나 자세를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10가지나 되는 춤을 언제 다 배우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댄스파티에서는 라틴댄스 중 자이브, 룸바, 차차차 모던댄스에서는 왈츠, 탱고 정도가 많이 사용된다. 댄스파티라고 해서 모든 춤을 다 출 필요는 없으므로 출 수 있는 종목만 나가서 춰도 무난히 즐길 수 있다.
댄스스포츠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댄스스포츠가 사람들을 열광시킨 것은 일반인도 직접 춤을 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춤은 일부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물론 무도회에서 추는 춤은 대중적인 것이었으나 서구사회에 한정됐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먹고 살기 위해 바쁜 시기였으므로 그만한 넓은 장소나 사회적인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못했다.
이런 댄스스포츠의 태동은 이미 영국에서는 100년 전에 이루어졌다. 당시 20세기를 맞아 여러 분야에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혁신이 일어났다. 유명한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이 그동안의 정석이었던 발레복을 벗고 자유스러운 복장으로 현대무용을 선보였을 때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결국 춤의 새 바람으로 인정받았다.
춤이 전문가들이나 할 수 있다는 풍조에서 벗어나 일반인도 걸을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게 하자는 ‘자연가로운동’이라는 움직임도 번졌다. 오랜 기간 수련을 거쳐야 했던 전문가들의 고난도 동작을 지양하고, 일반인도 쉽게 할 수 있는 쉬운 동작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춤추며 여성을 들어 올리던 동작도 위험한 동작이라며 이때부터 없어졌다. 1904년 영국의 ISTD(Imperial Society of Teachers of Dancing)가 나라마다 지방마다 춤추는 방식이 달라 같이 추기 어렵던 문제점을 간파하고 댄스를 세계적으로 체계를 갖춰 통일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을 댄스스포츠가 정식 출범한 계기로 본다.
영화 더티댄싱에서도 여성을 들어올리는 고난도의 리프트 동작이 나온다. [사진 영화 더티댄싱]
댄스를 퇴폐적인 문화로 간주하는 나라는 없다. 댄스스포츠는 이제 정식 스포츠로 대우받는다. 아시안 게임에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바 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시범종목으로 소개되었다. 2018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하계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체육대회를 비롯하여 일 년 내내 전국적으로 경기 대회가 열린다.
댄스스포츠는 경기 대회도 있고 댄스파티도 한다는데 정체가 무엇이냐는 혼돈에 빠질 수 있다. 댄스스포츠는 경기를 목적으로 한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인 스포츠, 사교, 레크리에이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인이 접하는 분야가 생활체육 분야다. 일주일에 한두 번 취미 삼아, 운동 삼아 학원에 나가서 배울 수도 있고 댄스파티에도 가는 것이다. 여기서 훈련을 제대로 받으면 경기 대회에도 출전해 경합을 벌일 수 있다.
당구장이 한때 불량배들의 아지트이며 담배 연기 자욱한 곳으로 악명이 높아 당구를 아예 안 배운 사람들은 지금 후회한다. 친구들이 모이면 당구장으로 향하는데 이제 배우자니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지금 당구장은 금연 조치와 함께 청소년들도 드나들 수 있는 건전한 오락장이 되어 있다.
큰마음 먹고 간 크루즈 여행에서는 댄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춤을 출 줄 몰라 한구석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한다. 춤을 추게 되면 남녀가 불가피하게 스킨십을 하게 되는데 불륜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은 건전한 사람들이다. 선택은 자유지만, 그런 별세계가 있는데 편견 때문에 접해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