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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걸음 ※
“다녀왔습니다-!”
“왔냐?”
문을 열어주는 해라의 남동생 강한결 해라와 나이차이는 딱 여섯 살이나 나는
아직은 핏덩이지만 말하는 끼미 봐서는 친구로 맘먹었다 그리고 해라를 아주 만만하고 하찮게 여기는 못된 동생 강한결이다
“이게 누나한테 왔냐? 내가 니친구야!”
해라는 주먹을 들어 한결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며 한결은 해라를 노려보면서 표정을 더 구겼다
“악! 왜 때려 아파!”
엄살도 얼마나 심한지 그거 머리 한번 쥐어박았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떠나가라 지른다
무슨일인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이집의 안주인 김청이 나왔다
“강해라! 동생 때리면 어떻게”
“쟤가 먼저 싸가지..아니 어쨌든”
“여자애가 선머슴처럼 자꾸 그럴래!? 너 또 그차림으로 나갔어! 엄마가 사준 원피스 어쨌어?”
김청은 이름을 강해라라고 할아버지가 억지로 지워주신 것도 모잘라서 여자애처럼 원피스 치마 그런것을 입으며 여자답게 살길 원했다 그러나 이름때문인지 해라는 원피스 치마는 질색이였고 왈가닥에 물건 부수기는 일수였고 청바지랑 박스티에 운동화만 신는게 다반사였다
잔소리가 길어질 것 같은 해라는 김청에게 팔짱을 끼며 “알았어, 알았어”연신 말하며 엄마를 부엌으로 밀면서 들어갔다
“엄마 포기해 강해라가 원피스 입는다면 남자들 다 쓰러져”
한결은 끝까지 해라를 바라보며 놀려대기 일수였다 해라는 뒤 돌아서 경고의 주먹을 보여주었고 입모양으로 ‘너 좀 이따 보자’라고 하며 한결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강한결! 누,누나한테 그러지마..흐읍..흑..속.속상하다고!”
김청은 해라의 손을 잡으면서 엄마의 2탄이 시작된다 이번엔 우신다 해라가 원피스와 치마를 입지 않으면 첫 번째는 잔소리로 시작해 먹히지 않을 것 같으면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데 그게 바로 눈물이다. 해라는 어렷을 적부터 정의감에 불타올라 누군가가 우는꼴은 절대 못보는 스타일인데 엄마가 요즘따라 점점 비겁하게 이 수법을 쓰는 것 같아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뿐이다.
“입을게. 입는다니까? 엄마 그만울어 응?”
“그럼. 내일부터 원피스 입을거야?”
눈물을 훔치시면서 울다가 해라의 표정까지 살피는 김청 그녀는 진정한 이집안의 고수이다.
해라는 한숨을 푹 내쉬며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청은 그제서야 언제 울었던 것인지
아무렇지 않게 콧노래까지 불러가면서 “아 맞다! 요리!” 이러면서 후다닥 못했던 요리를 마저 하신다 그 모습을 보던 해라는 뭔가 또 당한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집에서 김청을 이길 사람은 단 한명도 없으니까.
해라는 거실에서 쇼파에 벌러덩 누워 코미디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강한결에게 다가가 아까 못해주었던 복수로 한결의 엉덩이를 발로 화끈하게 차버렸다
“악!!”
한결은 쇼파에서 쿵 소리와 함께 굴러떨어지면서 맞은 엉덩이를 연신 문질러 댔다
“여자 맞아!? 하긴 여자는 무슨 깡패! 마녀!”
“너 마녀한테 더 맞아 볼래!!?”
해라가 소리를 지르며 한결을 쳐다보자 후다닥 몸을 일으켜 방어자세를 펼친다
“마녀를 마녀라고 하는데 뭐 잘못됐냐!?”
“사랑하는 동생아 일루와보렴- 누나가 이뻐해줄게 흐흐”
“으악! 저,저리가 절루가! 엄마! 엄마!엄마 으악”
한결은 지푸라기라도 남은 심정으로 엄마를 불렀지만 김청 그녀는 이미 요리와 한몸이라
하나밖에 없는 4대독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 해라이기에 한결을 들어 씨름선수들이 잘한다는 매치기로
한판승부! 역시나 해라와 싸워서 이길 자는 없다
거실바닥에 철푸덕 쓰러진 한결을 바라보면서 해라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한번 만 더 까불면 그땐 확!”
더 손좀 봐줄까 하다가 해라는 딱 달라붙은 매미처럼 꼼작도 못하는 한결이 조금은 불쌍해보여 그만두기로 하였다 어렷을 때부터 여섯 살이라는 나이차이로 해라 뒤를 졸졸 잘 따라다니던 한결이였지만 머리좀 컸다 하고 요즘 좀 막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그 모습마저도 사실 좀 귀엽긴 하였다 한결 또한 음악가 집안 출신 답게 음악에는 소질이 있었지만 한결은 조금 달랐다 클래식이라면 질색이였다. 아니 클래식만 들으면 졸려서 5분도 못버티는 습관이 있다 그렇기에 완벽하게 음악의 소질을 가진 유전자는 해라의 언니 강미소 딱 한명 뿐이다.
쌍둥이로 태어난 것도 모잘라서 천재적인 음악소질을 가진 강미소는 해라에게 있어서 라이벌이였고 아니 지금도 라이벌이다 한결조차도 해라에게는 장난도 치고 까불기도 잘하지만 미소 앞에서는 꼼작도 못했다.
이 강씨집안에서 제일로 힘있고 권력있는 사람은 강미소였다.
쇼파에 앉아 숨을 고르며 잠시 콩클에서 대상받았었을 때 찍은 강미소의 사진을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해라는 미소가 어렷을 때부터 싫었던 것은 아니였다 늘 쌍둥이라서 함께였고 늘 같이 있어서 행복했었다 그러나 긴생머리에 청순함과 청조함을 가진 천재적인음악소질을 해라가 아닌 완벽하게 쌍둥이인 미소가 다 가졌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 화가나기도했다
“얘들아 밥먹어~”
어느 덧 저녁식사를 다 만든 김청이 나와 아이들을 불렀다 허리가 망가졌다며 투덜투덜거리며 한결은 몸을 일으키며 쇼파에 앉아 강미소 사진을 보고 있던 해라에게 귀에다가 “억!” 이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씨익 웃었다
그 소리에 깜작 놀란 해라는 정신이 번뜩 뜨이고 한결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밥 먹으래”
“이게”
“아오~ 신나 강해라 굳세어라 강해라”
“야!”
“악 엄마 강해라가 나 또 때릴라고해”
“흠흠!”
언제 거실에 나온 것인지 안방에서 아버지가 헛기침을 하면서 한결의 멱살을 붙잡고 있는 해라를 바라보면서 쯧쯧 거리며 혀를 차셨다 강철은 옛날부터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 그런데 음악에 전혀 소질이 없는 해라를 보면서 안타까움 보다는 왜 집안에 저런 아이가 태어났을까 하는 그 생각이 먼저 앞선 건 사실이였다 그래서 해라와 아버지인 강철과는 그닥 사이가 좋지 않아 사실 껄끄러운 관계였다
“여자가 단정치 못하게. 언제 철이 들런지 원”
“.......”
갑작스러운 아버지 등장에 해라는 한결의 멱살을 푸르며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늘 아빠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그래 피아니스트들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이다 아빠에게 피아노를 잘 못친다고 손등으로 자를 맞았던 기억들과 혼이 난 기억들이 먼저 생각난다
천재가 아니니 남들보다 배는 노력해야 하는 것이거늘 언제나 빨리 늘지 못하고 칭찬 한번도 해주신 적 없다 허나 언니인 강미소한테 언제나 웃으시면서 늘 자랑스러워 하셨다
그래서. 해라는 아빠가 뺏어간 미소가 더 미운 것이다. 저 피아노가 뭐길래 사람을 비참하게 하는 것인지 해라는 속이 쓰려 죽을 것 같다
의자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도 해라는 말이 없다 아까까지만 해도 잘 떠들고 활발하게 굴던 해라이지만 아빠 앞에서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이 굳게 다물어져 어떤 말도 하지 않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당신 좋아하는 조기찜 좀 해봤어요”
조기찜 해라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음식은 아마 조기찜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전에 조기찜 좀 먹었다고 아빠가 뺏어다가 강미소앞에 딱 갖다 주며 먹으라고 했던 기억 때문에 토가 쏠린다
강철은 조기 한덩어리를 밥 위에 올려놓고 맛있게 먹지만 그 모습을 몰래 보다가 그만 강철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강철은 해라를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조기를 마저 먹었다
“아버지.. 저 드마라작가 됐어요”
“...........”
밥을 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라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않는 강철이다
이름답게 성격은 완고하고 고집이 워낙이 쎄셨다.
“여보 해라 취직했다는데.. 들어는 봐요? 예?”
“들었소 그렇게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다 들리오”
왜 해라에게만 이렇게 차갑게 구시는지 해라는 눈물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음악 안했다고 아버지 바람이 어긋났다고 음악재능을 갖고 태어나지 못했다고 미운딸이지만 그래도 웃으시면서 “그래 축하한다” 라는 그 따뜻한 말 한마디도 못해주시는 것인지 원망스러울 뿐이다.
언제나 미소에겐 따뜻한 아버지 일지 모르겠지만 해라에게는 언제나 어렵고 무서운 아버지였다
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하고자 입을 열었다.
“아버지...”
“................”
왜 그렇게도 한 핏줄로 태어났는데 왜 봐주시지 않는건데요 왜 왜 제가 쓴 글의 재능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건데요 생각해놓은 말들이 수만가지는 되는데 막상 아버지라는 이름만 되풀이 할 뿐 무슨 말도 튀어나오지 않는다 강철은 해라를 한번 스윽 바라보고는 도로 일어나셨다 어떤말도 하지 않으신 체 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왜..내 재능은 안봐주시는건데요. 왜..‘
“해라야...”
언제나 해라를 제일 먼저 챙기는 건 김청이였다 해라는 엄마를 바라보고는 강건하게 말했다
“독립할게요”
“강..강해라!”
한결과 청이는 동시에 놀란 표정으로 해라를 바라보면서 동시에 소리쳤다
“독립할거에요. 이제 독립할 나이 됐잖아요”
“안돼!!! 절대 안돼!! 엄마는 결사반대! 아들은 응 아들은?”
“물론..마녀가 나간다야, 아니 어쨌든 나도 이거 찬성 할 수 없소!”
해라는 코미디 따로 없는 엄마와 한결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제서야 억지로 참고 있었던 마음들이 한순간에 눈 녹듯이 내리는 것 같았다
“엄마.. 많이 생각했어 응? 독립하게 해주세요.”
“흐읍..흑..엄..엄마는..”
또 눈물을 글썽거리는 청이다 절대 보낼 수 없었다 아니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점점 찬바람이 쌩쌩 불어가는 부녀지간을 더 이상 볼 수 없을뿐더러 밖에 나가서 고생할 모습들이 뻔했다. 요리도 청소도 제대로 못하는 해라가 어떻게 독립해서 혼자 살 수 있다는 것인지! 이건 말이 안됐다
“누나! 엄마 울잖아 빨리 안나가겠다고 말해 엉?”
“미안해... 한결아. 엄마 잘 챙겨 드려. 그리고 아버지..께도”
“야! 강해라!!!”
“짐은... 나중에 찾아갈게요. 미안해요.....”
25살이 된 지금 해라는 도망치듯 집에서 뛰쳐나왔다.
갈 곳이라곤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몰랐다 일단 당장이라도 나오고 싶었다 더 이상 그 집에 있다간 숨이 턱 막혀 죽어버릴 것 같았다
숨도 쉬지 못하게 해주는 그 잘나신 피아니스트 아버지 때문에, 강미소라는 하나밖에 없는 언니 때문에.. 그런 것들이 다 해라에게 있어서는 고통이였고 통증이였다.
“아! 어디가...제길, 앗!”
“그럼 내일부터 나좀 도와”
순식간에 아까 만났던 임진우의 말이 머릿속으로 싹 스쳐지나갔다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핸드폰이 울렸고 싸이코작곡가라고 딱 띄어 주셨다
잘됐다 싶은 해라는 핸드폰을 받았고 전화기 너머로 아까 들었던 그 싹퉁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임진우입니다]”
“진짜 기가막히신 타이밍이네..”
“[네?]”
“아니에요, 무슨일이에요?”
“[미안한데, 지금 작업실로 좀 와줄 수 있어요?]”
“지금요?”
해라는 곰곰이 생각하다 어차피 갈 곳도 없는 데 잘됐다 싶었다
“[못오면 할 수 없고]”
“아,아니에요! 금방 갈테니까 기다려요!”
“[될 수 있으면 빨리, 아주 빨리 와줬으면 좋겠어요]”
“요세는 총알스피드가 생명이죠 금방 갈게요!”
첫댓글 ㅠㅠㅠㅠㅠㅠㅠ 아빠 너무해! 해라야 아빠에게 소나 한마리 사드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는,,, 비싸지..??,,...크음,,
ㅋㅋㅋ소는 비싸더라구요ㅠㅠ
해라아빠가 너무 하시네...그래도 해라는 꿋꿋히 잘~이겨낼꺼라는 믿음..^^ 잘~보았어용..담편도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
ㅋㅋㅋㅋㅋㅋㅋ워피슼ㅋㅋㅋㅋㅋㅋㅋ해라기대하겠쑴
ㅋㅋㅋㅋㅋㅋㅋ기대해주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ㅋㅋㅋ꺄 감사합니다
재밋어용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