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여부 12일 결정, ‘연간 1114만원 인상’도 거부한 ‘극단적 이기주의’
남자천사
2021.07.11. 17:46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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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파업 여부 12일 결정, ‘연간 1114만원 인상’도 거부한 ‘극단적 이기주의’
양준서
최초승인 2021.07.11 13:41:13
최종수정 2021.07.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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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25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사측의 일방적 해외 투자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조는 지난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83.2%에 달하는 조합원들의 찬성표를 이끌어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신청한 쟁의조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중노위 조정 기간이 만료되는 12일이 지나면 교섭 재개 여부와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노위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와야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MZ세대 요구 반영해 지난해 4배 수준 임금 인상안 제시 VS 현대차 노조원 83.2% 파업 선택
현대차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원 △2021년 특별주간 2연속교대 10만포인트 등 임단협 일괄 제시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총액 기준으로 1인당 평균 1114만원에 달한다.
현대차의 이러한 제시안은 이례적이다. 기본급 인상 규모는 2017년(5만8000원) 후 가장 크다. 현대차는 2014년(9만8000원) 이후 계속 기본급 인상폭을 줄여왔고,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동결했다.
성과급 100%는 지난해(150%)보다 줄었지만, 정률이 아니라 정액으로 지급하는 일시금을 대폭 늘렸다. 성과급 300만원에 격려금 200만원을 더하면 5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20만원과 비교하면 네 배 수준으로, 2014년(870만원) 후 가장 많다.
현대차가 이처럼 임금을 대폭 높이려는 것은 기존 노조 외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서도 인상 요구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이 앞서 임금을 7~9% 안팎 올리기로 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곧바로 “교섭을 이어가려면 진전된 안을 가져오라”며 결렬을 선언한 뒤,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배경에는 성과급이 아닌 다른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가 밀어붙이고 있는 핵심 요구는 2가지이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연장(최장 만 64세)과 ‘미래 신사업 국내공장 우선 투자’가 그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5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올해 임단협 관련 쟁의발생 결의를 위반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 줄어드는 ‘몸집’ 유지하려고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연장 요구
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호봉 승급분 제외),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과 함께 국민연금 연계 정년 연장을 담았다. 국민연금 수령이 개시되는 해의 전년도 말인 64세까지 정년을 늘려달라는 요구이다.
하지만 회사는 정년 연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년실업은 물론 노동 경직성으로 또 다른 고용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코로나19 등으로 상반기에만 7만 대가량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도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 힘든 이유이다.
현대차 노조가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데는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으로 조합원이 줄어들면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말 기준 현대차 노조원은 4만7429명으로 2019년(4만9641명) 대비 4.5%(2212명) 감소했다. 조합원이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생산직의 정년퇴직이 조합원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생산직은 2019년 3만4056명에서 지난해 3만2644명으로 4.1%(1412명) 줄었다.
생산직 감소세는 올해부터 크게 늘어나 5년간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1961년생 정년퇴직자 2347명 중 84.7%인 1989명이 생산직이다. 생산직 정년퇴직자는 1965년생이 60세가 되는 2025년까지 매년 20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단체교섭에 ‘국민연금 연계 정년 연장’을 최우선 순위로 요구하는 배경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3년 만에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평균 근속 약 23년, 평균 연봉 약 9000만원에 달하는 생산직의 “5년 더 다니겠다”는 요구에 대해 청년실업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요구라는 비난이 높다.
현대차 노조의 이러한 정년 연장 요구에 전문가들은 ‘극단적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내놓는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정년을 연장하면 혜택을 볼 사람은 동년배 대부분보다 고임금을 오래 누려온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동학 최고위원은 현대차 노조를 겨냥해 “자신들만 중요하며 타인의 이해관계는 고려하지 않는 기득권”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② “미국 투자 중단하고 한국에 ‘전기차 공장’ 세워라”
현대차 노조가 83.2%에 달하는 조합원들의 찬성표를 앞세워 파업 절차에 돌입한 표면적 이유는 그간 쌓인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기자동차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보다 30% 이상 부품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26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는 '2021년 임금·단체협상' 첫 상견례를 앞둔 지난 5월25일, 그룹이 앞서 발표한 74억 달러(한화 8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에 반발하며 "국내공장 투자 확약 없는 일방적인 해외투자는 노사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설비 확충이 거론되자 "미래 신사업 국내공장 우선 투자를 기반으로 한 미래 특별협약을 체결하고 난 이후에 해외공장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순서"라며 사측을 압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구체적으로 △해외투자관련 계획을 단협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진행하면서 국내공장 투자를 기반으로 한 미래협약 체결 △미래 신산업인 전기차·수소차, 모빌리티(이동수단), 로보틱스 사업을 울산을 필두로 자동차공장이 있는 전북 전주, 충남 아산과 연구소가 있는 남양(경기도)을 중심으로 투자 단행 선언 △코로나19를 극복하며 회사발전을 견인한 5만 조합원에 대한 정당한 성과와 보상 실시 △울산에 투자를 적극 검토 할 수 있도록 유용부지 무상제공, 세제혜택, 규제완화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 단행하고 4차 산업과 관련된 상호 MOU(양해각서) 협약식 추진 등을 현대차와 울산시에 요구한 바 있다.
노조가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연장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한 것도 ‘전기자동차발 일자리 감소 우려’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는 "해마다 2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퇴직하지만 신규인원을 충원하지 않는다"면서 "청년일자리 문제를 핑계로 정년연장을 거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사측을 비난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전기차 시대에 몽니 부리면 수렁에 빠질 것”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는 전기차 위주로 산업이 개편되면서 얽힌 문제가 특징적"이라며 "전기차 생산이 늘어날수록 공장 직원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고, 노조도 이를 알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면서 극단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관련 재교육이나 현 직원들을 전기차 시대에 맞게 개편하는 방안을 노사가 함께 고민해야지, 옛방식대로 파업하면서 몽니를 부리는 식으로 가는 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오히려 더 수렁에 빠지는 일만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일 현대자동차 하언태 사장은 파업 준비 수순을 밟고 있는 노동조합을 방문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재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한 지 9일 만이다.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면 교섭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혀왔던 터라, 일단 교섭 재개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의 이러한 움직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현대차 노조만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파업이 진행되면 당장 올 하반기 실적부터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