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래? 혼자가 외롭다고?
새벽에 눈을 뜨고 어둠 속에서 창밖을 보니 스모그가 진하게 아파트를 감싸고 있다.
스모그에 면역을 시키고자 아파트를 나서 호수를 돌았다.
시계 30미터도 안 될 정도로 진한 스모그 사이를 뚫고 부지런히 걸었다.
힘차게 땀을 흘리며 달리고도 싶지만 달릴 수는 없기에 오로지 걷고 또 걸을 뿐이다.
해가 달처럼 하얗게 솟아오르더니 해도 안 보일 정도로 스모그가 짙어진다.
널따란 황무지에는 아파트 공사를 하는 굉음이 새벽을 깨우고 있다.
노란 낙엽들이 산책로를 뒤덮고 있다.
성질 급한 나무는 벌써부터 홀딱 나뭇잎을 모두 벗어버렸다.
내년 봄 다시 또 이호수를 산책할 수 있기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걸었다.
책을 읽다가 사진도 찍다가 보면 6키로미터 1시간 반이 금방 가 버린다.
후다닥 샤워를 하고 병원으로 또 걸어갔다.
어제 낮에 먹고 저녁부터 굶으니 속이 텅 비어 너무나 좋다.
어제 한국인 의사를 만나 물어볼 때는 500위안이면 충분하다고 그러더니
이 것 저 것 추가하여 기어이 750위안 진찰료를 받아내는 것을 보면 의사들은 똑같다.
가라오케 가서 술 한 병 시키는 것이나 의사가 진찰 항목 추가하는 것이나
손님을 위한 척 하지만 결론은 자기들 돈 버는 것이고 손님들은 이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그래도 중국에서 아내 없이 혼자 한국말로 한국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아직 사람이 없어 의사가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안내도 하고 설명도 해 준다.
공포의 피 뽑기.
예나 지금이나 병원이 아직도 무서운 것은 주사기 바늘이 피부를 뚫는 순간이다.
순대국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무슨 피를 한참이나 뽑는지 모르겠다.
어지러움증이 있을 정도로 피를 겁나게 뽑아간다.
심전도 검사를 하니 특별한 증상이 없어 속으로 헬렐레 하고 있는데
심전도는 심장이 아플 때 나타나는 것이지 평상시에는 별 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심장 초음파검사.
엄청 삭은 노인네가 콜드 크림을 잔뜩 묻힌 봉으로 온 몸을 샅샅이 뒤진다.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으나
신장 쪽에 조그만 결석이 있으며 초음파 검사 결과 특별한 증상은 안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끝.
나머지는 피검사로 대체한다고 하면서 토요일에 오면 종합적인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한다.
오늘도 혈압은 125/90. 양호.
168/108 혈압이 사라졌는데 아직도 혈압이 조금 세다고 하면서 살을 더 빼라고 한다.
담배는 언제 죽을 지도 모르게 갑자기 사망하고 싶으면 안 끊어도 된다고 한다.
남자들 심전도 검사는 이해를 하겠는데 여자들 심전도 검사는 어떻게 할까?
겁나게 궁금하였지만 의사가 아닌 이상 궁금한 것으로만 이해를 하고 만다.
다시 또 집에 까지 걸어서 왔다. 오늘은 오전에만 10키로 이상을 걸은 것 같다.
아제는 하루에 4키로 이상 안 걸으면 오히려 몸이 불편해진다.
다리를 건너는데 인력시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전공, 장식, 잡부, 목공 등 100여 명 이상이 저렇게 서 있는데 과연 일을 할 수가 있을까?
빙혼도 젊었을 때 꽃나무도 캐러 다니고, 벽돌도 져보았고, 하수도 공사도 해 보았고,
잡부로도 일을 해 보았는데 지금도 그 시절 생각하면 끔찍할 뿐이다.
그런 인생이 싫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철이 들어 하루 4시간도 안자면서
부지런히 공부를 하였었는데 금수저가 아닌 이상 수저도 없이 태어난 사람들은
팔자를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기에 시방은 팔자려니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다.
오후에 고대사 관련 책을 읽었는데 석가모니는 고조선 사람이라고 하면 석가가 득도한 곳은
제주도 한라산이고 범어는 고대 가림토 언어이고 등등 불교 발상지는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에서 발생된 불교를 인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고려해 보자고 한다.
빙혼은 이제 이 분의 뜻을 충분하게 이해를 한다.
첫째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를 하였다고 하는 것은 이병도의 일제사관일 뿐이었다.
한글이 고대 고조선의 가림토를 다시 재정립한 것이라고 하면 고조선에 대한 역사가
생겨나니 고조선을 곰새끼로 만들기 위하요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였다고 역사를 조작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것이다.
신라의 수로왕 왕비 하황옥이 인도에서 온 공주라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필리핀도 아니고 베트남도 아니고 인도네시아도 아닌 인도에서 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암튼 재미있게 고대사를 읽다가 시장에 가서 돼지 뼈다귀 사와 냉장고에 남아있던
신 김치를 모조리 꺼내 냄비에 넣고 뼈다귀를 서너 번 헹궈 김치위에 잠을 재운 다음에
된장 풀고 생각 넣고 마늘도 한 톨 넣고 소고기 다시가 넣으면 끝.
센 불로 끓이다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하여 물이 졸을 때까지 끓인다.
뼈다귀는 뜨거운 물로 한 번 2~3분 정도 데친 후에 해야 하는데 오늘은 생략하였다.
싱크대 첫 서랍을 열었더니,,,헐....전부 꺼낸 뒤에 바닥 종이를 교체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양념 통은 깨끗하게 씻고 예쁘게 정리정돈을 해 놓았는데 아내가 필경 또 지랄하겠지.
여편네들이 매일 바쁘다고 하면서 냉장고 냉동실과 싱크대 서랍 정리한 꼴을 보면
도대체 얼마나 바빠서 이렇게 사나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수저통을 혹시나 하여 보았더니...헐헐헐.....
빙혼 팔자에 주방 3정5행 잘하는 여자 만나기는 글렀기에 포기를 하고
빙혼이 깨끗하게 수저통과 수저와 젓가락을 삶으려다가 어차피 죽을 날도 얼마 안 남아
그냥 번식된 세균과 더불어 대충 먹고 살다가 죽을 생각으로 냅두고 말았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삶더니 이제는 늙었다고 대충 개기는 꼬락서니를 보면
기업이나 가정이나 사람들은 오래될수록 일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웬만하면 농땡이나 까고
무슨 말을 하면 변명과 이유를 더 많이 쏟아내니 그냥 내가 빨리 죽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가 혼자가 외롭다고 그랬나?
혼자 살면 인생 떵떵거리며 마음껏 자유롭게 살수가 있는데
빙혼이 직장을 나가지 않는 것처럼 아내도 집을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툭하면 헤어지자고 하더니만 이제는 제발 그 말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해어지자는 말을 하지 않는데 억지로 헤어지자고 조를 수도 없고...사장 마음이 빙혼 마음이다.
빙혼은 제발 혼자서 살면 정말 좋겠다.
밥? 나무로 불 때서 밥하나? 밥솥이 밥하지? 요즘은 전화만 하면 다 배달되는데.
청소? 청소기가 있고 그것도 귀찮으면 파출부 부르면 더욱 더 깨끗하게 살 수가 있고.
빨래? 세탁기가 있는데 무슨 걱정? 파출부가 다 알아서 해 줄 터인데.
응응,,,그것? 이제는 나이 먹어서 생각도 없고 정 생각나면 싱싱한 젊은 애들 겁나게 많은데.
황혼 이혼은 여자의 선택이 아니라 남자의 선택이라는 것을 여자들이 알까 몰라?
월급 타다가 바치면서도 욕 얻어먹고, 용돈도 타 쓰면서 욕 얻어먹고
마누라들이 늙을수록 잔소리는 왜 그리도 많고 지 할 일도 못하면서 왜 그리 볶아 먹는지...
누가 그래? 혼자가 외롭다고? 혼자가 못 되어 괴로운 것이지.....
내일 아내가 귀가한데요...
최소 3개월간이라도 처갓집에 있다가 오라고 해도
할 일도 없으면서 뭐가 급하다고 귀가를 하는지 모르겠다.
일주일간의 행복 끝.
영원한 불행의 시작.
첫댓글 그곳은 어디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