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산동과 성서 두 곳 모두 수업이 있는 날.
최대한 착하고 이뿌게 보이게 꽃단장하고 집을 나섰다.
버스에서 만난 복병에게 기선제압을 당하긴 했지만 동산동에
내리자 마자 스스로에게 기합을 주었다.
'합' -0-
긴장한 내 눈에 전방 8미터 지점에서 걸어오고 있는 선배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듯한 인물이 포착됐다.
조금 양아틱한 분위기가 의심스러웠지만.
난 신입생인지라.(원래 신입생은 망설일수 없다. ㅡㅡ)
있는 힘껏 그 사람에게 내달았다. 그리고...
안냐세염 (__)
이제 시작이구나.
안냐세염 (__) 안냐세염 (__) 안냐세염 (__) ...
강의실에 들어가서 고생많았다는 동기들의 눈빛들을 바라보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
휴. 오늘은 6명밖에 안 만났구나.
줄지어 서있는 선배들에게 인사하느라 정확히 15초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던 지난주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기세를 몰아 화장실까지 인사 없이 갔다오면서
'오늘 하루 시작이 참 좋구나' 생각했다.
세미나 시간엔 '훌륭한 의사란?' 라는 주제를 가지고 레폿을 썼다.
장장 3페이지에 걸쳐 훌륭한 의사에 대한 훌륭한 거짓말을 적어보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마무리는 부모에 대한 효도로 맺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교수님이 안 좋아 하실것 같다.
토익 시간엔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열심히 따라 읽으며 수업에 열중하는 나를 교수님은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셨다.
'아 이런게 사제간에 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산동 수업이 마치고.
형들과 함께 재빨리 병원 건물에서 뛰어 나왔다.
물론 그 사이 4번에 인사를 더 해야했다.
성서로 가는 버스 안에서 형들은 오늘 있을 조우회 모임에 대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조우회란 우리 과 나이 많으신 분들의 모임이다.
참가 자격은 오수 이상이다.
오늘은 신입생 조우회 회원들이 술먹고 죽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난 정말 사수라서 다행이다.
동문회 하나도 벅찬데 조우회까지 해야한다면 아마 난 미쳐버릴 것이다.
성서에서의 수업은 물리 실험이었다.
개인적으로 물리 이론 수업은 상당히 싫어한다.
문과라는 핑계를 대기는 싫지만 어쨋든 이론 수업시간엔
진짜 정말로 내가 아는게 두개도 없었다. 하나정도. ㅡㅡㅋ
하지만 이와 다르게 물리 실험은 내가 젤 조아하는 시간이다.
그 이유는 수미 누님때문이다.
수미 누님은 나보다 한 살 많은 물리 실험 담당 조교 누나이다.
우리 실험 A반에서 그녀의 인기는 가히 위력적이다.
여하튼.
이번 시간의 수업은 모션센서에 관한 어쩌구 저쩌구 였다.
보고서를 베껴 쓴 터라 실험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미 누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역시 친절하게 우리를 구제해주었다.
총 3개의 실험중 3개를 수미 누님이 도와주었다.
그리하여 30분만에 우리조는 수업을 마쳤다.
아 역시 그녀는 특별했다.
방과 후.
부산에서 온 삼수생 녀석의 생일 파티를 했다.
샴페인과 케잌으로 목욕을 시켜주니 녀석은 참 신기해했다.
녀석 : '이게 대구식입니꺼?'
나 : '앙'
녀석은 바다사나이답게 9명의 아이들에게 다이다이를 붙더니만
2시간만에 나자빠져 기숙사로 실려보내졌다.
하지만 이대로 헤어지기 싫었던 우리들.
음주한 이후에 스타를 안 할 수 없다는 거역할 수 진리에
우리 신입생은 망설임없이 겜방으로 향했다.
잠깐 영주누님에게 답 멜을 보내고.
가볍게 스타한판을 했다.
물론 이겼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
가볍게 술냄새 풍기며 버스 맨 뒷자리에서 골아떨어져 주시고.
집에 도착해서 신문을 보면서.
이인제 고문의 경선 역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이번 대선에 누굴 찍어야 할지 조금 고민하다가.
컴터 앞에 앉았다.
개강파티때 나보고 앤디 닮았다고 했던 귀여운 동기 한명이
지금 화학숙제를 보내주고 있는중이다.
참으로 착한 아이다.
맛있는 자일리톨껌을 한통 사줄까 한다.
벌써 1시가 다 되어 가는구나.
연희 글 읽고 나도 글 한번 써본건데.
역시 난 연희의 낭창한 말투를 따라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쨋든 참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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