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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한글 간판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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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이 화두다. 이유야 어떻든 매년 오르기만 하던 등록금을 하루아침에 한꺼번에 반값으로 내릴 수 있는 건지, 괜한 공염불은 아닌지, 그야말로 정치적인 수사나 구호에 그치는 건 아닌지 의구심부터 든다.
언젠가 대선에서는 건설업으로 재벌의 반열에 오른 어느 대선 후보께서 <반값 아파트>를 공약으로 내세워 기대 이상의 많은 표를 얻은 적이 있었고 또 다른 대선에서는 대한민국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락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했던 일도 있었다.
그 다음 선거에서도 세종시 건설 공약을 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그 때는 표를 의식해서 공약을 했다'며 '그게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 들어서 백지화할 방침이다' 해서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고,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의 발언으로 그 백지화 방안이 다시 백지화된 게 엊그제 일이다.
아름다운 한글 간판 이야기에 웬 대학등록금이며 대선공약 이야기인가? 생각해 보면 대학도 대통령도 간판과 무관하지 않다. 좋은 간판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오늘의 대학 등록금 사태와 무관하지 않고 무리한 공수표에 가까운 대선공약 남발과 무관하지 않다.
대학이 대학 졸업장을 양산하는 간판장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지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들어가기 어렵다는 서울의 명문 대학에 합격해 입학한 어느 대학생이 입학한지 몇 개월도 안돼서 자퇴의 변을 대자보로 내건 일이 있어서 대학은 물론 사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린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대학은 허위 과장광고로 학생들을 모집한 것도 모자라 대학졸업장을 미끼로 비싼 등록금을 받아온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정치권이 표만 의식한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도 과장광고에 다름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과장광고를 넘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지금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쪽이나 등록금을 반값 수준으로 인하해 주겠다는 쪽이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또 다른 졸속행정이 되지는 않을는지 걱정이 앞선다. 이 명박 대통령이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는 등록금 인하방안 검토'를 천명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옳은 판단이 아닌가 한다.
이제 간판이야기로 돌아가기로 한다. 언젠가 이 블로그에 올린 '간판'이라는 글에서 무질서한 간판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간판이 작더라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썼었다.
간판도 넓은 의미에서 광고의 하나라고 할 때 무조건 크게만 내거는 간판도 과장광고일 수 있다. 빌딩이라는 빌딩 벽면이 온통 간판으로 도배된 간판 숲 속에서 오히려 찾고자 하는 간판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각 자치단체가 건물의 규모나 면적에 따라서 간판의 종류나 크기를 규제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질서를 찾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지만 간판 서체를 특정 서체로 통일시키는 경우도 있어서 오히려 평양 거리에서 획일화된 간판을 보는 듯 한 생경스러움을 연출하는 부작용을 낳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가운데서도 눈에 띠게 아름다운 간판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객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크고 요란한 간판 보다는 아름다운 간판이 보다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늘고 있어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전주 한옥마을에 가서 그런 아름다운 간판들을 볼 수 있다. 더구나 다양하고 독특한 우리 한글 서체의 아름다운 간판들을 발견하고 우리 한글 간판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건물마다 가게마다 걸린 그런 간판이 딱히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그 간판들은 겉모양만 번지르르한 교언영색의 간판이 아니라 주인의 소박한 손님맞이의 뜻이 베어난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거짓이나 과장을 어느 한 구석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내가 미쳐 상상할 수도 없었던 그런 아름다운 한글 간판들이 즐비하다.
한글 서체가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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