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보험이 다 있네
자전거 사고, 애완견 건강, 신앙생활 보장, 다이어트 부작용…
"자전거타기, 신앙활동, 반려견…."
최근 급변하는 사회에 발 빠르게 적응한 이색(異色)보험이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보험업계와 기존 보험으로는 커버가 안 되는 영역에서 보장을 바라는 소비자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특정 소비자군(群)을 겨냥한 이색보험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점차 범위가 확대되며 그 내용도 다양해지고 있다.
▶ 자전거 보험
분실·도난·파손부터 치료비까지… 보험료 5만~10만원 선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김미정(45)씨는 자전거로 등교하는 아들 최형구(13)군에게 아침마다 "자전거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김씨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혹시 사고라도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위해 자전거를 새로 장만한 최효정(23·서울시 관악구)씨는 "열쇠를 채우긴 하지만 누가 가지고 가버리면 그만 아니냐"며 자전거 분실을 걱정한다. 이처럼 자전거를 타면서 불안했던 개인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보험이 빠르면 올 3월 출시되는 것. 자전거 보험은 이미 단체보험 형태로 출시된 바 있다. 자전거 도시를 선언한 경남 창원시의 자전거 보험이 대표적인 예. 하지만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보험은 업계 최초다. 자전거 보험은 계약자의 치료비와 배상책임, 자전거의 분실과 도난 파손까지를 담보 범위로 하며 보험료는 5만~10만원 선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자동차와 관련된 보험에만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야기지만, 자동차 못지않게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자전거 이용자에게는 꼭 필요한 보험이라는 평이다.
▶ 크리스찬 보험
새벽 기도길 교통재해 사망 1억원… 월 2만~3만원
신한생명에서 출시한 크리스찬 보험은 기도와 예배 참가 등 신앙 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보장혜택을 받도록 설계됐다. 보험 대상자가 보험기간이 끝날 때까지 살아있을 경우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성지순례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고율이 높은 새벽기도 시간대에 교통재해 사망보험금으로 1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고, 종교 활동이 많은 주일의 교통 재해 장해급여금으로 8000만원까지 보상 받을 수 있다. 부산시 영도구에 사는 김영훈(49)씨는 "겨울에는 빙판길인데도 깜깜한 새벽에 기도를 나가시는 어머님이 늘 걱정 이었는데, 이런 보험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한결 마음이 편하다"며 보험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계약자의 연령대와 상관없이 월 2만~3만원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것도 큰 장점이다. 신한생명은 월드비전과 기부 협약을 체결하고 크리스찬 보험의 판매수입 1%를 월드비전 측에 전달하며 기부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 애견 건강보험
치료비 60~80% 보상… 장례비도 20만원
권혁민(23·서울시 마포구)씨는 걷는 데 고통을 호소하는 반려견(伴侶犬)을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 놀란 경험이 있다. 권씨는 "갑자기 걷지 못하는 꼬맹이(반려견)가 잘못될까봐 놀라기도 했지만, 솔직히 청구된 병원비에 더 놀랐다"라고 말했다.
야간진료이긴 했지만 진료와 주사 한 대 맞았을 뿐인데 청구된 금액은 9만원. 권씨는 "친구 같고 가족 같은 꼬맹이지만 경제적인 부담은 무시 못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애완동물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보험이 있다.
현대해상에서 2007년에 출시한 '하이펫 애견건강보험'은 6개월 이상 만 8세 이하의 정기검진과 예방접종, 구충제 복용을 마친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다. 보험료는 반려견의 종류,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치료비 보상한도 60%인 '행복플랜'은 월 평균 2만~3만원, 치료비 보상한도 80%인 '안심플랜'은 월 평균 3만~4만원 선이다. 질병, 상해, 배상책임은 물론 20만원 한도 내에서 장례비까지 지급하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수의사 분들과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향후 고양이와 관련된 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 다이어트 보험
거식증·후유장해 등 대비… 성폭력 피해도 보장
새해 목표로 다이어트를 계획한 사람이 많다. 그들을 위한 '다이어트 보험'이 있다. 저렴한 보험료로 다이어트 중 발생하는 모든 위험을 보장한다.
건강관리 활동 중 사망한 경우, 건강관리 활동 중 후유장해, 건강관리 활동 중 신체에 상해를 입은 경우 의료비를 보상해 준다. 다이어트 보험의 가장 특색 있는 보장은 바로 섭식장애(거식증·拒食症) 치료비 지급이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 날씬함이 미의 기준으로 떠올랐고 이는 여성들의 병적인 다이어트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과도한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섭식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게 된 사회 현상을 반영한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보험기간 중 최초로 섭식장애로 사망한 경우 가입 시 정한 금액을 보상해 준다. 다이어트 보험은 대상층이 젊은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여성폭력상해 및 성폭력에 대한 담보도 구성되어 있다. 메리츠화재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여성전용 상품이기에 남성이 가입을 원할 경우 상담을 해야 한다.
▶ 우리 아이를 글로벌 리더로
부양자 사망·장해 때 학비 지원해주고 어학캠프 할인
자녀교육열이라면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인 사람들이 한국 부모들이다. 아이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픈 부모의 마음을 담은 자녀보험이 있다.
삼성화재의 '삼성 올라이프 글로벌 리더스 자녀보험'은 자녀부터 부양자까지 상해 발생 시 자녀는 2000만원, 부양자는 3000만원까지 보장한다. 부양자가 상해 또는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80% 이상 후유장해가 발생하면 자녀 교육비를 위해 학습지원비로 5년간 매년 1000만원을 보장한다.
이 보험의 돋보이는 특징은 어학캠프 제휴서비스를 해준다는 것. 자녀의 어학캠프 비용이 부담됐던 부모를 위해 교육업체 크레듀가 제공하는 캠프에 참가할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화재 제휴 캠프에 한하여 10% 할인이 적용되는 것이다.
어학캠프 참가신청은 여름캠프는 3~4월에, 겨울캠프는 8~9월 중에 이뤄진다. 캠프는 국내뿐 아니라 호주, 필리핀, 캐나다 등 해외 캠프도 준비돼 있다. 다만 해외캠프의 경우 공증료와 항공료, 여권비용은 할인되지 않는다.
▶ 풍수해 보험
주택·온실·축사 복구… 정부·지자체서 보험료 60% 이상 보조
대한민국은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다. 태풍, 홍수, 호우, 해일, 강풍, 풍량 등 풍수해를 당하는 경우 보상하는 보험이 있다. '풍수해 보험'은 소방방재청이 관장하고 동부화재가 운영하며 '풍수해보험법'에 의해 보장되는 정부의 정책보험이다.
보험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의 61~67.5%를 정부 및 지자체에서 보조한다. 기존 보험사에서 가입이 어려운 풍수해 피해를 보상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주택, 주택 내 동산, 온실(비닐하우스 포함), 축사를 대상으로 한다. 재해발생 시 피해주민이 보험금 수령을 통해 실질적 피해복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2006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8년 4월부터 전국 희망지역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는 인기보험이다. 국민이 풍수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선진형 재난관리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 커플보험
데이트 중 사고 보상… 이후 성형수술도 지원
연인을 위해 개발된 메리츠화재의 '커플보험'은 휴대폰 '커플요금제'에 이어 커플 사이 사랑의 정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보험은 커플의 특성을 고려해 '새내기커플' '잉꼬커플' '연상연하커플'로 특화돼 있다. 데이트 도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후유장해 보장과 상해 또는 질병으로 입원 시 병문안 꽃 배달비를 지원한다.
특히 여성이 자동차사고로 성형수술을 받을 경우 성형비용 위로금이 지급되며 건강관리 활동 중 상해를 입어도 보험금이 지급된다.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김현규(27)씨는 다가오는 여자친구와의 3주년 기념일에 커플보험에 가입할 생각이다. "여자 친구를 지켜주지 못할 때 보험이 대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하다"며 "3주년 기념일인 만큼 특별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실질적 담보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입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커플이라는 특화된 대상으로 출시된 상품인 만큼 담보 내용보다 둘 사이의 의미를 찾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 보험사들 입장
수익 높지 않지만 틈새시장 겨냥해 계속 늘릴 것
보험사 입장에서 본다면 이색보험은 대중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보험회사 관계자는 "이색보험 상품들은 고객의 요구에 발맞춰 개발된다"며 "대중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수익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색보험은 자체개발보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되는 보험이기 때문에 수익이 많지 않은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홈쇼핑, 텔레마케팅, 사이버마케팅, 방카슈랑스(은행에서의 보험 판매) 등 판매망을 다양하게 구축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서도 보험사들의 이색보험 상품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독창적인 신상품을 개발한 회사가 최대 6개월까지 해당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발동하는 등 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보편화된 교육보험도 처음에는 이색보험으로 시작했다"며 "고객의 틈새수요 내지 잠재수요를 겨냥한 이색보험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외국의 이색보험 |
UFO 납치·원치 않은 임신도 책임집니다
▶ 미국
- UFO유괴보험: 미국의 UFO(미확인비행물체)보험사가 개발해낸 상품으로 외계인에게 납치 또는 유괴를 당했을 때 1000만달러를 지급하고 외계인에 의해 사망할 경우에는 2000만달러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보험금이 큰 보험 상품이다.
- 성희롱보험: 미국에서는 섹스 스캔들의 영향을 받아 성희롱 관련 보험이 많이 팔리고 있다. 그중 종업원들이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한 뒤 소송을 제기할 경우를 대비해 기업이 가입하는 고용관행 보험이 인기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50% 정도가 성희롱 관련 보험인 EPL(Employment Practice Liability)에 가입했다고 한다.
▶ 캐나다
- 임신보험: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생계비에 추가부담이 발생할 경우 일정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보험에 가입하려면 의사의 불임수술 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 일본
- 컴퓨터바이러스보험: 영국에서 개발한 컴퓨터 해킹보험을 일본 미쓰이해상화재보험이 발전시켰다. 컴퓨터가 바이러스 침투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이를 보상해준다. 가입 대상은 중소규모 이하의 기업에만 해당되며 배상규모가 큰 대기업들은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 싱가포르
- 파출부보험: 싱가포르 보험공사가 판매 중인 상품으로 파출부의 사망, 상해, 질병 시 그 비용을 보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