影
日出影隨我 日入影不尋
無心影如此 況復世間心
그림자
해가 뜨면 그림자 나를 따르고, 해가 지면 그림자 찾을 수 없네.
무심한 그림자도 이와 같거니, 하물며 우리 인간의 마음이라.
江村
釣客蘭舟蕩 驚飛鷗鷺羣
潮深無處着 一一點秋雲
낚시꾼은 난주에 탕진하고, 백로의 무리 놀래 날으도다.
조수 깊어 배 댈 곳이 없는데, 가을 구름이 점점으로 떠있구나.
畵梅
誰將玉妃舊精魂 留作溪藤數幅痕
香萼獨明霜雪裏 西湖風景入牢門
누가 옥비의 옛 정혼 가져다가 시냇 등나무 수폭 흔적 지었도다.
눈속에 향기가 홀로 높으니, 서호의 풍경이 뇌문(獄門)에 들어온다.
詠松
殘年不必嘆居夷 失馬何爲有喜非
風雪滿天猶晩翠 歲寒惟托此心知
잔년에 이 적 땅을 한하지 말라, 말 잃음에 어찌하여 희비가 있을손가.
풍설이 만천해도 늦도록 푸르르니, 세한에 절개를 이 마음은 아느니라.
寒暑
寒至愛朝日 暑來憐夕陰
天工亦多事 不得滿人心
추위와 더위
추위가 오면 아침 햇빛 사랑하고, 더위가 오면 저녁 그늘 사랑하네.
하늘의 일이 또한 다사하나, 사람 마음에 차게 할 수 없느니라.
畵竹
誰將彩筆畵猗猗 踈影依俙渭水湄
安得致身江海上 釣竿須斬最長技
누가 그림붓 가지고 대를 그렸던가, 위수가 의희하게 그림자 성글도다.
언제나 몸을 받쳐 강해상에서, 가장 긴 가지 잘라 낚시대 이룰런고.
臘梅
爲愛淸香早 移栽入室中
排冬花映雪 還愧奪春工
섣달의 매화
맑은 향기 이름을 사랑하여, 방안에 옮겨 들였도다.
겨울을 물리치고 눈을 비쳐 꽃 비우니, 춘공을 빼앗으니 도리어 부끄럽다.
種菊
千里移來種九夷 危根客土政堪悲
籬邊幾度風霜變 晩節寒香我獨知
천리에 옮겨와서 구이에 심었으니, 약한 부리 객토에서 슬픔을 견디도다.
울가에 몇 번이나 풍상을 겪었던가, 늦은 절개 찬 향기 나만은 아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