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가 /조선희
노무현 49재 겸 안장식이 있었던 지난 7월 10일 봉하마을.
며칠째 퍼붓던 장마비가 거짓말처럼 그치고 한여름 햇볕이 쨍쨍했다.
하얀 종이모자에 노란 플라스틱부채를 든 사람들이 마을을 그득하게 메우던 그 날,
주차장에 임시로 설치한 가설무대에서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정태춘씨는 출연진의 한 사람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그날 그가 부른 노래는 <떠나가는 배>였다.
가사를 다 욀 정도로 귀에 익숙한 노래였지만,
이 날 이 곳에서 이 노래를 들을 때는 가사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한 것이 전혀 새롭게 다가왔다.
정태춘씨가 노무현 추모곡으로 이번에 새로 만들었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 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 없이 꾸밈 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그늘 한 점 없는 땡볕 아래 서서 노래를 듣는데 느닷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노래가 돌아가신 이에 대한 추억을 건든 것인데,
단순히 노래가사만이 아닌, 무대에 서 있는 저 가수의 뭔가가, 사람의 마음을 깊이 흔들어놓고 있었다.
약간의 떨림이 있는 남저음의 음색부터 표정까지 총체적인 뭔가가!
50대 중반에, 저 연배에, 무대에서 저렇게 분위기 있는, 저렇게 폼 나는 가수가 또 누가 있나.
그 아우라는 대중적인 인기나 음반판매량, 또는 불철주야 연습과 오랜 작품활동,
또는 특별한 무대매너 같은 것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가 작곡을 접은 지 몇 년이든,
그가 요새 기타 대신 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건 말건,
또는 음악스튜디오보다 가죽공방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건 말건,
그는 여전히 우리 대중음악에서 다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하고도 독보적인
어떤 자리를 갖고 있는 자작곡가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