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은 지리산에 이어 두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서 명산(名山) 또는 영산(靈山)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봉인 천황봉에서 관음봉,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닭벼슬을 쓴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계룡산으로 불리워졌다
'정감록'에 의하면 이곳은 십승지지(十勝之地) 즉, 큰 변란을 피할 수 있는 장소라 하여 많은 신흥종교들이 모여들기도 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로 선정하여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때 새 도읍지란 뜻의 '신도안'이란 지명이 생겨났다
신도안은 계룡산 남동쪽 기슭을 말하는데, 행정수도 이전이 논의되었을 때 풍수지리학자들은 이곳을 그 후보지로 꼽았다
계룡산(鷄龍山) 입구
날씨가 별로였지만 계룡산엔 우리 말고도 많은 등산객들이 먼저 와서 산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학대사는 금닭이 알을 품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인 한편, 용이 승천하는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이라 하였다
가을을 파는 사람들
계룡산 입구엔 온갖 산나물과 과일을 파는 아낙네들이 등산객들을 맞고 있었다
리따와 백베드로님이 사 온 군밤을 벗겨 먹으며 가을의 향취를 음미하였다
가을의 느낌
시냇가의 버들가지는 물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나고, 뒷동산의 밤송이는 건드리지 않어도 저절로 벌어지는 법이다
쩍 벌어진 밤송이를 통해 날씨와 상관없이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음을 느꼈다
갑사 일주문
오리숲을 지나 계룡산 갑사 일주문을 지나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문화재 관람료로 한 사람 당 이천원을 징수하는 갑사측의 횡포는 여간 얄밉지 않았다
갑사(甲寺)
절 이름이 외자인 것이 특이한데 나라 안의 으뜸 가는 사찰이라 하여 갑사(甲寺)라 하였다고 한다
마곡사의 말사로 등록되어 있는데 예부터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 라 하여 가을 단풍을 으뜸으로 꼽았다
연천봉 삼거리
바람 한 점 없는 갑사 계곡을 힘겹게 오르는데 하늘이 어두워지고 요란한 천둥 소리가 들려와 우릴 불안케 하였다
일기예보와는 상관없이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우의를 꺼내 입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연천봉 삼거리에 다다랐다
연천봉(蓮天峰,739m)
억세게 쏟아지던 빗줄기가 약간 가늘어진 틈을 타서 안개 구름을 타고 연천봉에 올라섰다
연천봉은 관음봉에서 갑사계곡과 신원사계곡을 가르며 서쪽으로 뻗은 산줄기에 우뚝 솓아있는 봉우리다
저녁 노을이 물들 때 산야는 붉게, 멀리 백마강 물즐기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절경은 '계룡8경"의 하나로 꼽힌다
비 내리는 연천봉에서 조선 태조가 꿈꾸었던 신도안(新都內) 일대를 굽어보며 우리들의 신도안을 꿈꾸어 보았다
등운암(騰雲庵)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비를 피할 만한 장소를 찾던 중에 등운암의 대나무 울타리가 보여서 경내로 들어섰다
등운암은 신라 문무왕 5년(665년)에 창건되었는데, 계룡산의 여러 암자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법당에 들어와서 식사 하라는 주지스님의 따뜻한 말씀에 감동 받으며 대웅전 처마 밑에서 기막힌 점심을 먹었다
안개 속의 천황봉
계룡산의 주봉인 천황봉(天皇峰, 845m)이 대장의 머리 뒤로 안개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천황봉은 군사 시설과 KT송신탑으로 인해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실질적인 주봉은 관음봉이다
등운암의 구절초
달빛에 애처로이
이슬마저 울던 밤
서리꽃을 사랑하며
타버린 가슴
부비며 따뜻했던
그대 나와 허물 속
그날들이여
내 생(生) 다 주어도
가고 오지 않는 사랑
그리움 섧어 꽃이 되었노라 ....... 우지영의 詩
등운암을 떠나며
잠시 동안이나마 부처님의 자비로 우리를 껴안아 주던 등운암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섰다
다시 시작된 빗줄기로 인해 접었던 우의를 다시 입고 길을 나서는 우리의 발걸음은 비장하기까지 하였다
아쉬운 하산
연천봉 삼거리에 이르자 빗줄기가 다시 거세어져서 대장의 하산 결단에 따라 아쉬움을 안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관음봉을 거쳐 삼불봉까지 계룡산 산행의 백미인 자연성릉을 거쳐 남매탑, 금잔디고개가 예정된 코스였지만 암릉이
많은데다 낙뢰의 위험성이 있어서 고심 끝에 하산할 수 밖에 없엇다
하지만 포기하는 것도 큰 용기임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대장의 결단이 탁월했다는 것도...
또 다시 갑사(甲寺)
계룡산 서북쪽 기슭 해묵은 노송과 느티나무 숲이 우거진 곳에 자리한 갑사는 화엄종 10대사찰의 하나이다.
고구려 구이신왕 원년(420년) 고승 아도화상이 계룡산을 지나다가 이곳 배석대에 주춧돌을 놓았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갑사 경내에서는 템플 스테이에 참가한 한 무리의 내국인과 외국인 소녀들이 풋풋한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오리(五里) 숲
주차장에서 갑사까지의 숲을 오리숲이라 부르지만 실제는 오리보다 짧아 1km 정도 이다
갈참나무, 회화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식생으로 자연스러운 맛이 풍기는 정겨운 숲길이다
정겨운 산벗들
폭우와 낙뢰를 피해 무산히 하산하여 안개에 휩싸인 천황봉을 배경으로 하여 정겨운 표정을 담았다
비록 예정된 산행 코스를 모두 밟지는 못했지만 결과보다 과정이 아름다웠던 신산회원들의 표정은 흐뭇하였다
하산주
오늘의 하산주는 대장표 막걸리와 새벽 3시부터 준비한 리따표 홍어 삼합이었다
비에 젖어 오슬오슬 떨리는 몸 속으로 막걸리 한 사발이 들어가자 금새 뜨거워진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첫댓글 좋은 시간 보냈군요.. 낮에 비를 맞으셨지만 저는 비박지에서 장대비를 만나 밤새 고생좀 하였답니다....
밤에 비를 만난 아해씨가 우리보다 훨씬 고생이 되었겠네요...살아왔으면 됐지요
도시락 사들고~~후미대장 기두렸는디~~담에는 꼭~같이가요~~
함께 하는 산행의 즐거움 고맙습니다.사진과 보충 설명 까지 죽여줘요~~~
민들레님과 함께 한 산행이 행복 만땅이었습니다..주왕산엔 친구도 데리고 오세염
이번산행은 짧은코스 긴여행 이죠 빗소리와 계곡물 소리에 취한 산행 행복 했어요
안개속의 계룡산이 한번 더 오라 하데요-그래서 온다했죠 뭐 ㅋㅋ
구절초가 너무 아름답네요 장대비가 와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흘러들어도 마음은 즐거웠답니다. 천둥과 번개는 무서웠지만 그래도 산이 좋아 산에 갔으니 어찌 마음이 즐겁지 아니하리요
참 아름다운 산사람들이군요. 못가서 아수ㅣ움이 남는 등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