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TV를 보다가 곽 도원이란 텔랜트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최근 들어 역할이 많아지고 인기가 오르기 시작한 녀석인데,
투실투실한 얼굴과 넉넉해 보이는 몸살에 적당한 악역이라 제법 인상이 남는 녀석이다.
그런데 이 놈이 74년생이란다. 74년이면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인데, 그 당시에 태어났던 녀석이 벌써 40대에 들어섰다는 것이
다. 그것도 우리 나이로는 41살이나... 또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자주 만나는 여자분은 92년도에 고3 이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분도 이제 40대, 그러고 보면 세월은 참으로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얼마 전 미국에서 오랫만에 귀국한 친구 덕에 옛 신림동 성당 새수풀학생회 시절 친구들이 만났다. 이제 고인이 되신 김 승훈 마티
아 신부님의 지시로 이 녀석들과 함께 학생회를 부활시켰던 것이 벌써 43년이 흘렀다. 모처럼 만나 노래방에 갔더니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은 모두 그 당시 통기타 가수들의 노래들뿐이다. 요즈음 세시봉이 가끔 출연해서 노래를 부르던데, 그런 노래들...
우리 합창단도 이제 연령 폭이 꽤 넓다. 띠 동갑들끼리 만나도 12년, 24년, 36년 거의 부모와 자식의 차이만큼 넓어졌다. 하기야
형제 사이도 나이 차이가 많은 경우도 많다. 난 막내와 14년 차이이고, ~휘자 형님과 막내 동생 차이도 거의 10년에 가깝다.
형제야 그렇다치고, 같은 단체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만난 우리들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대접 받기를 원할 것이고, 후배들은 선배들이 무언가 베풀어 주기를 바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것이 사회의 전통이고 관습이었으니까. 물론 서구인들은 조금 다를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름을 부르니까 우리와 같은 사고는
아닐 것이다. 딸이 독일에 살고 있는데, 시아버지나 시어머니를 부를 때 이름으로 부르기에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또 사돈간에도 서로 이름을 부르니, 우리 옛 선조들이라면 오랑캐라고 욕을 했을 만하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하였고, 앞으로 세상은 더욱 변할 것이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감싸고 후배들은 선배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유지하며,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그 단체는 건강하지 않을까? 새해 벽두에 선잠에 깨어 뒹굴며 혼자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