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말을 건넬 때 - 당당하게 차별과 맞선 우리의 열여섯
안느리즈 에르티에 글 | 정미애 옮김 | 200쪽 | 143×210 | 값 10,000원 | 청소년 대상
발행일 2014년 2월 17일 | ISBN 978-89-6177-081-1 (43860)
문의사항 연락처 도서출판 다림 편집부 대리 김채은 02) 2655-9386 anchovykce@naver.com
희망과 용기는 그 어떤 색깔도 없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한 아홉 명의 용감한 아이들
1950년대 미국에서는 백인과 유색 인종이 이용하는 시설이 구분되어 있었다. 흑인들은 버스 뒤쪽의 정해진 자리에만 앉을 수 있었고, 백인과 같은 화장실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분리하더라도 각각의 시설이 동일하면 정당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점차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하면서 인종 차별 철폐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인종주의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용기가 말을 건넬 때』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백인들만 다니던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아홉 명의 흑인 아이들, ‘리틀록 나인’ 사건을 바탕으로 교내에서 인종 갈등을 겪는 열여섯 살의 두 소녀, 몰리와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통해 차별과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
★ 인종뿐만 아니라 모든 게 달랐던 두 소녀
흑인도 백인과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할머니의 말을 들으며 자란 몰리는 흑백 분리 교육이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통합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에 다니기로 결심한다. 좋은 학교에 다니며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몰리가 살고 있는 아칸소주는 인종 차별이 여전히 남아 있는 남부의 도시였다. 흑인들은 더럽고 열등하다고 여겨져 번번이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흑인 아이들의 입학이 결정된 이후로 끊임없는 협박 전화와 백인우월주의자로 이루어진 KKK의 위협이 이어졌다. 그리고 첫 등교 날, 학교 앞에 몰려온 백인 학생과 학부모, 보수 단체 들은 격렬하게 항의하며 욕설을 퍼부었고 아칸소 주지사는 주방위군을 동원해 흑인 아이들의 교내 출입을 막는다. 결국 그날의 등교 시도는 실패한다.
학교 창문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레이스는 평소 흑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단지 흑인 가정부 미니와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고 백인들이 흑인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지도 모르고, 최근 그레이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오빠와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학교를 둘러싸고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흑인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101 공수사단을 파견하고, 몰리와 여덟 명의 아이들은 드디어 센트럴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조차 그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흑인 아이들은 교내에서 자신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과 비난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 작품은 성인으로 인정받는 열여섯 번째 생일을 뜻하는 ‘스위트 식스틴’을 앞둔 두 소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종 간의 심리적, 물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흑인인 몰리와 백인 소녀 그레이스 둘의 입장을 번갈아가며 양측의 시점을 모두 그려 내려 한 점이 돋보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흑인 인권 운동의 사례로만 읽히지 않는 것은 사춘기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 심리적 변화, 사랑과 우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우리 사회에 던지는 차별의 문제
1948년에 발표된 세계 인권 선언문에는 인종, 피부색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 넬슨 만델라 등 흑인 인권 운동가와 수많은 흑인들의 투쟁을 통해 인종 차별 정책들은 하나둘 폐지되었다. 2008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인종 장벽을 허무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몰리는 자신의 선택 때문에 옛 친구들과 멀어진다. 그들 역시 지금의 상황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백인들과 맞서는 것을 두려워했고 오히려 몰리의 행동이 무모하다며 비난했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인종 차별의 피해자는 아니었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흑인 아이들을 동물 취급하며 놀리고, 야유를 퍼붓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위험을 무릅쓰고 몰리를 도우려 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말처럼 뜻한 바대로 행동하는 몰리와 그레이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인종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원어민 영어 교사로 백인을 선호하고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에서 흑인 예술 단원들에게 난방조차 되지 않는 숙소를 제공하고, 최저 임금 이하의 급여를 지급하며 노동 착취를 한 일이 밝혀지면서 우리의 인권 의식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드러냈다. 단순히 역사적인 교훈을 주려기보다는 당시 아이들이 견뎌 낸 시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이야기를 통해 몰리의 고통에 공감하고, 인종 차별을 포함한 사회의 여러 가지 차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용기 있는 행동이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 글쓴이‧옮긴이 소개
글쓴이 안느리즈 에르티에 Annelise Heurtier
1979년에 태어났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체육관에서 다양한 종목의 체조를 배우며 시간을 보내는 한편, 손에 잡히는 대로 온갖 책들을 읽어 나갔다.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로 프랑스 브장송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할머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마법사들의 엄청난 대결』 등이 있으며,『어느 날 내게 붉은 노트가』 출간 당시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옮긴이 정미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어교육학을 공부하였고, 벨기에 루뱅 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어린이 책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벽지 속에 늑대가 숨어 있어요』『나만의 비밀 친구, 제8의 힘』『로라에게 생긴 일』『알록달록 공화국』등과 소설 『누가 랭보를 훔쳤는가』『어느 날 내게 붉은 노트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리틀록 나인 사건이란?
흑인이 백인과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했지만, 흑인은 백인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를 다닐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수많은 흑인학생들은 집 근처의 백인 학교를 두고 수 킬로미터 떨어진 흑인 학교에 다녀야 했습니다. 이러한 불공평한 처사에 분노한 브라운이라는 흑인이 소송을 제기했고, 이 '브라운 판결'로 인해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에 흑인 학생의 등록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후 총 17명의 흑인 학생이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에 등록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보수단체와 백인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과 협박, 모욕 등으로 인해 결국 아홉명의 학생만이 센트럴 고등학교에 등록하게 됩니다. 이들을 일컬어 '리틀록 9인(Little rock nine)'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입학에는 성공했지만, 리틀록 9인은 등교길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학교가 위치한 아칸소 주의 주지사는 군대를 동원해 리틀록 9인의 등교를 막았습니다. 학교에 다니고 있던 백인 학생들과 학부모 등 수많은 백인이 몰려와 리틀록 9인에게 침을 뱉고,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전체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아이젠하워는 아칸소 주지사를 소환했고, 주방위군을 연방군에 편입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군인을 파견해 리틀록 9인의 등하교를 철저히 보호해 주었습니다.
셀 수 없는 모욕과 멸시를 이겨내고 리틀록 9인은 1년을 견뎠습니다. 그저 학교가 가고 싶었던 아홉명의 흑인 아이들은 마침내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 최초의 흑인 졸업생이라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최초의 흑인 졸업생인 어니스트 그린은 졸업식 날 자신에게 신변의 위협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듣습니다.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의 교장은 어니스트 그린에게 집에서 졸업장을 전달받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지만 어니스트 그린은 거절하고 당당히 졸업식에 참석합니다.
리틀록 9인 사건은 이후 흑인 인권 운동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 내에는 리틀록 9인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이들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현재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는 리틀록 9인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의 국립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리틀록 9인 사건을 배경으로 두 개의 텔레비전 영화가 제작되었고, 1996년에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리틀록 9인 중 일곱 명이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에는 미국 화폐 주조국에서 리틀록 9인을 기념하기 위한 화폐를 제작했는데, 이는 1957년 가을 흑인 학생들의 강인함과 결단력, 용기를 되새기고 찬사하기 위해서 였다고 합니다. 동전의 정면은 군인들과 동행하는 리틀록 9인의 모습을 형상화했고, 그 위에 새겨진 9개의 별은 리틀록 9인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동전의 뒷면은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2008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취임식에 리틀록 9인이 초청되었습니다. 그들은 취임식에 참석해 기념비적인 순간을 공유했습니다.
참고
http://ko.wikipedia.org/wiki/%EB%A6%AC%ED%8B%80%EB%A1%9D_9%EC%9D%B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