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굳이 비호외전의 주제를 말해야 한다면 이 소설의 주제는 두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보도로서 영웅 협객들이 의롭고 의협심이 있는 일을 행하며 강호를 떠돌면서 마음대로 원수를 갚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드러운 정으로서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줄거워하면서도 세상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여 가슴 가득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비호외전에서 보도라는 주제가 정국의 한 형식이라고 한다면 이는 곧 보도가 서로 만나 줄거워한다는 것이 된다. 소설의 또 다른 주제는 바로 부드러운 정과 한이니 이것은 비극적 주제이다.
비호외전에서 서술하고 있는 애정 비극은 주인공 호비와 원자의 정영소 간의 슬프고도 애절한 사랑 이야기 및 비극적인 결말로 서술되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다른 인물들의 애정 비극도(공통점은 어떤 것도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는 것)묘사해내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비극은 각각 다른 표현 형식을 지니고 있다.
첫째 협객 묘인봉의 애정 비극이다. 묘인봉은 관리 집안의 딸인 남란의 생명을 구해주고 남란은 이에 감격하여 묘인봉의 다리에 난 상처를 치료해 주면서 육체 관계를 갖고 난 후 부부로 맺어졌다. 그러나 묘인봉은 출신이 비천한 강호협객에 불과하였고 아내는 그가 부드럽고 자상하게 대해주며 소리를 낮쳐 부드럽게 위로해 주길 원하였다.
그녀는 풍채가 우아하고 여자를 다독거려주는 남자를 원했으며 농담도 잘하고 시시닥거릴 줄도 아는 남자를 원하였다. 묘인봉은 온 천하와 겨루어 적수가 없을 정도의 무공을 갖추었을 뿐 아내가 바라는 것은 전혀 갖고 있지 못하였다. 만약 남란이 무술을 할 줄 알았다면 아마 남편의 수완에 감복하여 그가 어째서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걸출한 남자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근본적으로 무술을 경시하였고 심지어 내심으로는 무술을 싫어하고 증오하였다. 왜냐하면 그녀의 부친이 무인에 의하여 죽임을 당했기 때문인데 그 원인은 바로 그 한 자루의 칼에 있었다. 또한 그 때문에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으니 그 원인 또한 이 남자가 무술을 사용하여 자기를 구한데에 있었다.
이처럼 비극적인 서막은 이미 열리기 시작햇다. 우리가 상가촌에서 보았던 남란이 남편과 딸을 버리고 전귀농을 따라 무정하게 떠나버리는 장면은 단지 이 애정 비극의 전반부에 불과하다 묘인봉은 진실로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였으나 그는 남란을 지극히 사랑하였기 때문에 전귀농에게 해조차 입힐 수 없어서 마음속으로 용서를 하는데 여기서 대장부의 호방함과 깊은 비애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전귀농도 여기서부터 무서운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묘인봉의 아내 남란과 몰래 도망친 후 그는 그녀가 당대 제일의 협객의 아내임을 상기하고는 먹어도 맛을 모르고 잠자리에 들어도 편안하게 잠들지 못하고 바람이 불어 풀만 스쳐도 묘인봉이 원수를 가프러 왔나 의심하였다. 또한 남란은 처음에는 전귀농에 대해 목숨까지 내걸정도로 열렬히 빠져들었으나 그가 매일 안절부절 못하며 밤낮으로 옛남편을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느 ㄴ경멸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묘인봉에게 단칼에 죽임을 당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잇엇다
그녀는 두 사람이 진실로 서로 사랑하기만 한다면 묘인봉에게 단칼에 죽임을 당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엇다.
그녀는 전귀농이 전전긍긍하자 그의 생명에 대한 애착이 그녀에 대한 애정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엇다.
그녀는 남편과 딸을 버렸고 자신을 따라다느던 명예와 절개마저 버렸다. 그러나 전귀농은 애정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두려움 때문에 전귀농의 풍류와 시원스러운 면은 퇴색하엿다. 그래서 거문고 바둑 책과 그림에 대해 별로 훙미가 일지 않앗다. 매우 드물게 그녀를 데리고 화장대 앞에서 향수를 뿌려주고 화장을 해주면서 농담과 사랑을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몰래 도망쳤던 그런 열정은 이미 식어버렸으며 사랑하고 기뻐하던 격동도 이미 변질되엇고 애정의 비극도 즐곧 그것의 종말을 향해 달리고 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