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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9월 3일 일요일 아침
냄비 운반으로 어지간히 지쳤었는지 슈테판 성당의 음악회에서 돌아온 후에
짐도 싸지 않고 알람도 맞추지 않은채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퍼뜩 눈을 떠 보니 벌써 아침이 밝아 있었다.
오전 11시 비행기로 두브로브니크로 떠나는지라 서둘러야했다. 황급히 짐을 싸기 시작했다.
방을 나서기 전 남겨둔 물건이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려고 하는데
소년이 냉장고 위에 고~이 올려둔 토마토 쇼핑백이 보인다.
비엔나에 머무는 이틀간 미쳐 우리는 한국에서 가져온 토마토를 먹어치우지 못했던 것이다.
소년에게 두고가는 거냐고 물어보니 짐도 많고 귀찮아서 그냥 버리고 가겠단다.
‘으휴~~~ 내 화장품 팽개치고선 곱게 싸들고 온 토마토,
결국은 비엔나 호텔방에 버려지는구나~ 토마토야, 미안… ㅠㅠ;;;’
시간은 늦었지만 맘에 쏙 들었던 힐튼 조식 한 번 더 먹어주고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어젯밤 소년이 냉장고에서 꺼내 만지작대는 바람에
자동 인식 시스템으로 청구가 되었을 에비앙 생수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뻔한 생수인데 굳이 꺼내서 구경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 ㅜㅜ;;;)
한 병에 한 5유로 정도였던거 같은데…
소년은 한발짝 뒤에서 가방들을 지키고 있고 내가 카운터로 갔다.
호텔예약 사이트를 통해 선불을 했고 조식도 다 포함되어 있었던지라
에비앙 이외에는 한 푼도 낼 것이 없었다.
잠시 모니터를 두드려 조회하더니 쾌활하고 상냥한 직원이
‘Ok, everything is fine, no extra charge. Thank you.’ 라고 하였다.
휴… 다행이 에비앙은 청구되지 않은 것이다.
뒤돌아 가려는 찰나 소년은 갑자기 결연한 각오를 한 듯
용맹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갑자기
‘액츄얼리, 라스트 나잇, 에비앙, 원 바틀, 미주알~ 고주알~ 여차~ 저차~ 씨부렁~~~’
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소년의 황급히 입을 틀어막고 뒷덜미를 끌고 나왔다. ㅡㅡ;;;
‘No extra charge’라고 분명히 말했잖아!!
계산 안되었으니 다 해결됬는데 머할러 쓸데없는 설명을 하구 그래?’
라고 강한 핀잔을 주었다. ㅠㅠ;
바로 뒤에 서서 대화내용을 다 들었는데 대체 왜 그랬는지 의아했는데
소년의 여행기를 읽어보고서야 알았다. ㅋㅋ
자신의 물병 생산일자 관련 변론을 영어로 준비하는데 몰입하여
이미 상황이 종료된 앞의 대화내용을 못들은 모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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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 코너 ^___^;;; ***
소년은 사실 토종 한국 아저씨 답지 않게 영어 발음이 아주 좋은 편이다.
그러나 피차 영어에 서툰 유럽인들과 우리가 격식 갖춘 영어를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대충 뜻만 통하게 하면된다는 나의 의견에 반하여
소년은 굳이 머리속에서 완벽한 문장으로 생각해내어 영어를 구사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것도 상당히 장황하고 문어체스러운 문장으로… ㅎㅎㅎ
그로 인해 나를 배꼽잡게 한 에피소드가 몇몇 있었으니.... ㅋㅋ
(난 너무 웃겼는데 혹시 나만 웃긴것일지 몰라서 망설이다 소심하게
두 가지만 살짝 써봅니다...ㅠㅠ;)
상황 1: 비엔나 힐튼 조식당
테이블 위에는 커피나 티를 위한 컵과 물이나 주스를 위한 유리잔이 함께 세팅되어 있었다.
우리는 커피를 시켜서 마시고 있었는데 생과일 주스 피처를 들고 온 서버가
‘Would you like fresh orange juice?’ 라고 물었다.
나는 좋다고 유리잔에 주스를 받아서 마시고 있는데 또 완벽 영어 답변을
급준비(!)하느라 내가 yes라도 하고 받아서 마시고 있다는 것도
자신의 코앞에 유리잔이 있다는 것도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답변에 몰입한 소년...
(매우 굴려주시며) “Yeah, I’d love to, but, ummmm, I don’t have a cup…”
(자연스레 컵이 없다는 어깨 으쓱 제스쳐까지 지어주심~)
내가 ‘소년, 컵 여깄어!’ 하고 불쑥 소년의 빈 컵을 내밀자
소년 당황…, @_@;;; 서버 당황…. ?_? ;;;;
상황 2: 두브로브니크 호텔 조식당
소년, 서버가 커피를 갖다 주자 설탕을 달라며 서버에게 정중히 요청
(역시 굴리주시는 발음으로) “Ummm, Would you please bring me salt?”
SALT, SALT, SALT, SALT, SALT~~~!
영어에 집중하느라 정작 단어를 실수를 한 것이다.
푸하하하하~~ 웃으며 내가 왜 소금을 달라느냐고 놀리자 웃자
소년은 당황하여 '유럽에선 커피에 소금을 넣어 먹기도 한다!'며
말도 안되는 억지 주장을 하였다. ㅎㅎㅎㅎ
(지금 회상하며 쓰는 이 순간에도 너무 웃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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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힐튼 호텔과 안녕을 고하고
호텔 바로 옆에 붙은 CAT (City Air Terminal)에서 공항행 고속철도를 탔다.
올때는 그 힐튼 호텔 직원 사칭 나라시 택시를 타느라 이건 처음 타보는데
홍콩의 AEL 처럼 매우 빠르고 좋아보였다.
공항으로 가는 고속철도안에서 소년, 두브로브니크를 상상하고 있을까?
드디어 두브로브니크로 간다니 지금부터가 우리가 진짜 여행인 것 만 같이
마음이 잔뜩 부풀어올랐다. 처음 타보는 크로아티아 항공이라는 비행기는
과연 어떨까 기대도 되고.
고속철도 안에서 이메일로 받아서 프린트한 항공 확정서를 꺼내어 보는데
돌연 눈에 들어온 생소한 공항이름 Vienna Schwechat.
출발지가 Vienna International Airport가 아니고? 허걱~~ 혹시 공항이 여러 개???
우리는 사색이 되어 정말 심장이 벌컹벌컹 떨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다급한 높은 음성의 한국말 대화에 주변 승객들도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돈도 돈이지만 비엔나에서 매일 항공편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못타면
며칠간 발을 묶일 수도 있고 2박에 기백만원하는 그 비싼 두브로브니크 호텔비도
허공으로 날아갈 판이었다.
혹시 공항이름이 인천국제공항처럼 영종도 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
때로는 그냥 서울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내리자 마자 몸을 날려 출국 층으로 달려갔다.
아무나 보이는 안내요원을 붙잡고 우리 확정서를 보여주며 다급하게 묻자
크로아티아 항공이면 저기 아무 오스트리아 항공 카운터에 가서
발권을 하라고 하였다. 휴.... 천만다행이었다. ㅠㅠ;
소년이 이미 여행기에 써서 자세히 설명하자면 지루하겠지만 ㅠㅠ;
우리의 두브로브니크행은 이 후에도 정말 순탄치 않았다.
오스트리아 항공 발권 카운터의 블론드 여직원이 우리를 30분 이상 붙잡고
이 여권은 official passport냐, (official이 아니면 대체 무슨 여권이란 말인가!!!?
Non-official 여권도 있나??? ㅠㅠ;),
너희는 외교관이냐, 공무원이냐, 등등...
우리가 마치 두브로브니크에 갈 수 없는 종족들인냥 취조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대고 옆자리 여자에게 자문을 구하고...
도무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는 건 부족한데 대충하기는 용납이 안되어 자기가 모르는 것이 나오자
엉뚱한 탐구심을 발휘하여 다른 사람 피말리며 파고드는,
소위 회사에서 가장 난감한 존재라는 – 머리 나쁘고 열심히만 하는- 종족인 것 같았다.
유럽인들이 한국에 대해 무지하기는 하지만 항공사 직원이라면 왠만큼은 알텐데...
혹시 우릴 북한사람으로 보는게 아닐까?
한국에 갑자기 무슨 전쟁이라도 나서 우리가 무국적자가 되어
이 공항에 감금되는게 아닐까?
(갑자기 가상의 동유럽 국가 크로코지아가
하룻밤새 쿠데타가 일어나는 바람에 뉴욕 공항에 도착과 동시에
무국적자로 처리되어 공항에 갇혀 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톰행크스 주연의 ‘터미널’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크로코지아라... 이름도 크로아티아랑 비슷하지 않은가?! ㅠㅠ)
다시금 우리의 여권을 뒤적이던 그녀는 그녀는 비자는 어디있냐는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치는 충격타를 날렸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Visa라는 단어는 아까 잘못된 공항이름 Schwechat를 봤을 때 처럼
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눈앞이 캄캄, 머리가 멍….) 비자…..? 비자….. 비자가 필요했던거야?........
‘아니야, 아니야… 스프라이트의 여행기에서도 네이버에서 본
그 어떤 여행기에서도 비자는 필요하지 않았어!
버스로 갈 때 보스니아 영토를 지날 때 보스니아 비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언뜻 본거 같았는데 정녕코 크로아티아는 아니었어,
이 블론디는 계속 아까처럼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걸꺼야.’
나는 진짜로 약간 화를 내면서 따졌다.
‘이게 무슨 개떡 소리냐, 한국사람은 비자 필요없다, 확인해봐라!’라고…
그녀는 또 여러통의 전화상담과 옆자리 여자와의 쑥덕거림을 거친 후
씨익 웃으며 우리에게 드디어 여권과 보딩패스를 내주었다.
아니 보딩패스가 아니고 쿠폰이란다.
그 곳의 시스템은 어찌나 복잡한지 분명히 보딩패스처럼 생겼는데
보딩패스가 아니고 이건 탑승 쿠폰이고 탑승 게이트에 가면
다시 보딩패스로 바꾸어 준다고 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진짜로 게이트로 가니 직원이 우리 이름이 적힌 보딩패스를 들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이러한 일련의 해프닝으로 인해 두브로브니크는 영 우리를 환영하는 것 같지가 않았고
그토록 들떴던 우리의 마음도 찬물 끼얹은 듯 가라앉고
짜증이 나서 순간 그토록 바라던 그곳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가기 싫어지기까지 하였다. ㅠㅠ;; 집에 가고 싶어졌다...
우리에겐 악몽과도 같았던 비엔나 국제공항!!! 오스트리아 항공의 아시아 취항 광고가 요란...
그러나 한국에서 바로 오스트리아로의 연결편은 없다, 북경, 상해 등을 거쳐 가야한다.
자그레브행 비행기 탑승 중... 실내에서 통로를 통해 들어가는게 아니라 이렇게 그냥 저벅저벅 비행기앞으로 가서 탑승... 작은 비행기들은 나름의 매력이 또 있는 것 같다. 왠지 사진 속의 나의 분위기가 파독 간호사로 이역만리로 떠나는 분위기 가터...ㅎㅎㅎ 파독 간호사&광부 다큐멘타리를 넘 열심히 본 듯...
어렵사리 비행기에 오르자 맥이 풀리며 피곤해졌다.
헝클어진 마음의 평정을 찾고자 가방 속에 넣어 온
류시화 시인의 인도여행에세이 '지구별 방랑자'를 읽으려 하였으나 없...다..... ㅠㅠ;;;
난리통에 없어진 것 같다. 두브로브니크 수영장에서 읽으려 일부러 아껴 아껴가며 읽었는데...
비행기를 타기 겪은 일들로 심신이 피폐해진 소년과 마린... 딱봐도 심히 건조한 피부... 비엔나에서 기초화장품 다시 사면서 깜빡잊고 클렌징을 또 못샀다. ㅠㅠ;;; 암튼 가기 넘나 힘든... 불친절한 두브로브니크씨... 두브로브니크가 싫어질라해...ㅠㅠ
대신 앞주머니에 꽂힌 기내지를 열심히 정독했다.
크로아티아는 제법 크고 도시도 많은 것 같았지만
역시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한 두브로브니크에 대한 광고와 기사들이 가득했다.
나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 광고하나를 유심히 보고 이름을 외어두었다.
‘소년에게 가자고 졸라야겠다.’
비엔나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직항으로 가는 항공편은 일인당 무려 500유로.
그래서 절반인 250유로 짜리인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를 경유해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자그레브 공항에 내리자 쏟아지는 수많은 눈길들…
우릴 너무 희한한 듯 흘끔흘끔 바라보고 있었다.
월드컵 때 크로아티아 팀 유니폼 기억나시나요? 크로아티아 국기의 문양으로 된
축구 유니폼 티셔츠. 기념으로 하나 살 걸 그랬나보다.
사실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잇는
달마시안 해안의 최남단의 도시 ‘두브로브니크’라는 도시에 자체에만
온 관심을 집중시킨 나머지 우리가 가는 나라는 ‘크로아티아’라는 인식은
거의 없었다.
자그레브 공항에 내려 기념품 가게들을 지나치는 순간
온 공항을 장식하는 크로아티아 국기를 모티브로 한 기념품들에 비로소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기 그지없는, 축구로만 조금 알려진 나라
‘크로아티아’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자그레브 공항. 시간상 두브로브니크밖에 못갔지만 크로아티아 국가 전체가 볼 곳이 많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자그레브도, 스플릿도, 플리트 비체도 다 가보고 싶다...
자그레브가 수도인지라 공항 규모도 크고 다국적 인파가 오고갈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지방공항 처럼 너무나 작고 간소하다.
자그레브 공항에 내려서 두브로브니크 행 비행기로 갈아탈 시간이
40분 뿐이라 혹시 시간이 빠듯해 비행기를 놓치면 어떡하냐고
소년에게 걱정이라고 징징대며 불안감을 조성했는데 완전한 기우였다.
드디어 다시 또 한 시간의 비행 끝에 두브로브니크 도착!
작은 비행기를 채운 승객 모두 여행객 같았고 모두들 들뜬 표정이다.
난 누구보다도 멋진 늦여름 휴가를 즐길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곳이 올드타운임을 한 눈에도 알 수 있었다. 사진 몇 장만으로 이미 익숙해진 이 풍경...
두브로브니크 공항은 시내로 가는 버스가 시간마다 오는게 아니라
비행기 내리는 시간에 맞춰 버스가 온단다.
환전 좀 하고 전화카드 사고, 지도를 얻느라 약간 꾸물댔더니
벌써 우리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을 실은 버스는 떠났고
좀 있다 브리티쉬 항공으로 오는 승객을 실어가는 버스가 오니
그걸 타야 한다고 한다.
버스요금은 일인당 50쿠나였던거 같고, 택시를 알아보니 200쿠나.
(유로로 지불하면 30유로라고 한다.)
비싸서 소년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가만있어도 땀이 흐르게 하는
강렬한 햇빛과 우리의 짐더미 때문인지 흔쾌히 네고도 안하고 택시를 타자고 한다.
(네고했으면 망신당할 뻔 했다. 담합을 한건지 공항 시내간 요금을 아예
정액으로 200쿠나를 받고 있었다.)
지대가 높아 도로 우측은 계속 산이고 좌측은 수풀 틈 사이로
가끔 까마득한 저 아래 아드리아해의 쪽빛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이내 탄성을 질러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길을 지나다닐테고 이 바다를 끼고 평생을 살아왔을
토박이 택시기사에게는 일본인 같은데 좀처럼 말씨가 조금 이상한
이 동양인 커플이 연신 질러대는 비명에 가까운 감탄이 얼마나 새삼스러울까. ㅎㅎㅎ
소년이 설명한대로 올드타운 내에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므로 성문 앞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짐을 끌고 성문안으로 들어오면서 아까 기내지에서 본 식당을 지나쳤다.
‘그래 짐을 풀고나서 저기서 늦은 점심을 먹는거야…’
그때 시간은 약 오후 3시쯤 된 거 같다.
성문 안으로, 즉, 드디어 올드타운으로 들어서자 넓은 광장이 드러나며….
소년이 말한 맨질맨질한 돌바닥에 광장 양 옆으로 들어선 건축물들, 상점들…
그리고 차고 넘쳐나는 관광객들…
아 이건 정말이지 새로운 세상이다.
영화 속에 우리가 들어와 있는 것처럼 그 어느 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생소한 느낌이다.
뭐라고 글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아직도 그 순간의 느낌이 마음속에 생생하다.
올드타운으로 들어서 만난 첫 풍경. 사진에서 보이는 풍경에 그 날의 햇빛, 공기, 바람, 냄새, 소리들, 모든 것이 더해져야 비로소 진짜 두브로브니크가 된다. 이렇게 사진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모두들 떠나세요~! ^ ^;;;
특급호텔에 2박하는 대신에 1박을 저렴한 민박으로 하기로 쇼부를 본 터였다.
소년 - 여행에서 잠만 자는 숙소가 뭐가 중요하냐, 적당한 데로 해라!는 입장
마린
- 다른 관광위주 도시에서는 숙소가 잠만 자는 곳일 지 몰라도
두브로브니크는 관광지인 동시에 휴양지다, 휴양! 휴양지니깐
좋은 수영장, 좋은 시설을 구비한 특급 리조트에 묵어야 한다,
우리 평생에 언제 여기 다시 와보겠냐, 한국서 옷사고 사먹는거 줄여서라도
평생 한 번 와볼 곳에서는 하고 싶은거 다 하겠다는 입장
여행 준비 과정에서 우리는 이런 의견대립으로 한 3일간 말도 안하고 지내기조차 하였다.
방값싸움이 발단이 되어 서로의 여행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을 비방하는
원색적인 싸움으로 번져 여행이 취소될 뻔한 위기에 처했었다.
집에 오면 서로 말을 않고 각자의 회사에서 문자로 쌈질을 해댔다. ㅠㅠ;
(집들이에서 발각당한 연애 시절의 닭살 까꽁이 문자가 무지 무색해집니다…ㅎㅎ)
소년이 모든 비용을 내기로 되어있는 상황과 더불어 바야흐로
전국을 강타한 된장녀 바람 때문에 특급 리조트를 고집하는 나는
졸지에 소년에 의해 허영심 강한 된장녀가 되어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결국은 소년과도 각별한 나의 친구들의 지원사격으로
드디어 민박 1박 + 특급호텔 2박으로 쇼부를 보게 되었다.
어느 주말 점심 - 순진한 마린 친구 H양:
H: 오빠~, 두브로브니크에는 며칠 머문다고요? (순진하게~)
소년: 응, 3일.
H: 어머나~! 그럼 저렴한 민박에 하루 정도, 좋은 리조트에 이틀정도 머물면 딱 좋겠다~~~! 호호호!
(어설픈 호들갑 연기가 나의 지령을 받은 티 왕남 ㅡㅡ;;;)
소년: 어...? 어... 그럴까해...
그날 저녁 술자리 - 터프한 마린 친구 S양:
S: (술취해서) 오빠, 일박에 40만원이면, 싸다~~~~ 싸다~~~!!! 3박 다 묵으란 말이야!!!! 3박!
(입으로는 3박이라고 하면서 술취해서 손가락은 4개 펴보임)
나:(으이구~ 가만히나 있지 역효과 나겠다... 겨우 컨펌받은 2박도 취소당하는거 아니야... 제발 가만있어라...)
소년: ㅡㅡ;;;;;
(뭉치야, 레인드롭아,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우… ㅎㅎㅎ ㅠㅠ;)
아무튼, 그리하여 우리는 오늘 하루만 묵고자 예약했던 민박집 찾기에 나섰다.
올드타운은 매우 작아서 금방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예약시 주인여자가 보내준 주소와 지도를 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근처까지는 쉽게 찾았으나 골목이 헷갈려 무거운 트렁크를 들고
돌바닥과 돌계단을 지나다니느라 땀이 줄줄 흘렀다.
길찾는 와중에도 눈앞에 펼쳐진 그곳의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광들이
너무나 강렬하게 우리의 두 눈을 사로잡아 애써 외면하느라 힘이 들었다.
짐놓고 옷 갈아입고 제대로 구경하러 나오는 순간까지 내 눈을 가려서라도 아껴두고 싶었다.
길 찾는 동안 어설피 훔쳐 보기에는 그 곳이 너무 아까워서.
열심히 길을 찾고 있을 때…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다운~ 다운~’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역만리 이 땅에서 누가 소년의 이름을 부르겠는가.
겨우겨우 올바른 길이라 생각되는 골목으로 다시 접어들었을 때
아까 환청이라고 생각했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다운~ 다운~’
골목 입구 돌계단 위 가정집 대문에서 한 여인이 손을 흔들며
독특한 억양으로 목놓아 소년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다운~ 다운~’
크로아티아 땅에서 민박집 여주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내 남편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광경은
참으로 설명할 길이 없이 희한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첫댓글 ㅋㅋ 1등이닷~ >ㅁ< 너무 재밌어요. 앞서 읽은 소년님 여행기와 비교해가며 두 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재미! ㅋㅋ 언니 근데 사진이 안 보여요~
나무야, 일등 축하~ ㅋㅋ 소년마음을 헤아리지 말고 나의 마음만 헤아려줘~ㅋㅋ 송년파티에서 볼 수 있음 좋을 텐데... 얼굴 잊어버리겠옹!!! ㅠㅠ;;;
마린님~~, 이 많은 텍스트들을 다 구성하시느라 얼마나 수고하셨어요. 읽는 저희 독자는 즐겁고 기쁜 대리만족을 하고 갑니다. 피곤한 하루였는데, 여행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좀 풀린 것 같아요. 감사 ^^
네, 회사일과 가사일에 지친 와중에 계속 되는 소년의 독촉이 가장 힘들었어요~~~ ㅠㅠ; 그래도 막상 올리면 클러버님들이 일케 애독해 주시니 넘넘 좋아요~~ ^ ^;;;
넘넘 재미나게 보고잇었는데......사진이 억!
회사컴, 집컴 모두 삐꾸라... 이런 오류가...ㅠㅠ; 수정했는데 보이시나요? ^ ^
네.마린님의 이쁜 미소도 보이고 멋진 소년님의 안경도 보이네요.좋아요~~`
언니..나도 사진 안보여요^^;; 그리구 여행기 너무 재밌어요..마린언니와 소년님의 표정과 말투까지 생각이 나는 글이랄까....ㅎㅎ....근데 저도 사실 소년님과 비슷한 생각이거든요~그렇다고 아주 싼곳만 고집하는건 아니지만 자는곳이 깔끔하고 개인샤워실만 있음 된다는 생각이...-.-;; 하지만 각자의 생각차이니까요 ^^
사진 잘 보이나 다시 바바~~~ 소년이 안그래도 눈송이나 레이첼이 자신과 여행철학, 취향이 비슷하다며 나를 구박하드라~~ ㅠㅠ; ㅋㅋㅋ 근데 난 진짜 된장녀? ㅠㅠ
마린아...진짜 너무너무 잼있는 여행기다... 고자질쟁이(?)마린이의 소년님 영어 흉보기...쿠하하하하..... 진짜 파란만장한 여행이다.. 다음편이 무자게 기대되는디..사진이 안보여여~~~
ㅋㅋㅋ 언니, 나도 이 소년 헐뜯기 수위가 어느정도까지 가도 될지 불안하고 또 궁금해요... 아직까지는 소년이 삐지지 않고 있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 버럭! 할지 불안불안... ㅎㅎㅎ
이야기에 너무나 몰입하여;;; 끝날 무렵에야 뭔가 이상하다는걸 알아챘어요. 사진이 안보여요 ㅠ.ㅠ
polyana님~~~ 몰입하여 읽어주시니 힘들게 쓴 보람이 느껴집니다~~~^ ^;;;; 사진 수정했는데 다시 함 봐주세용~~ ^ ^
이제 보여요 ^^ 사진 수정과 함께 귀여운 친구분들 에피소드도 들어갔네요. 전 두분이 여행 동호회에서 만나서 결혼하셨다고 해서 적어도 여행 취향은 비슷한줄 알았는데 역시 개인차,남녀차는 어쩔수가 없군요. ㅋㅋ 그래도 평생 마음 맞고 든든한 여행 동지를 얻으신 점 정말 부럽사옵니다 ^^
ㅋㅋㅋ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아...소소한 설명까지 곁들여서 재미가 두배야...비엔나 공항의 항공사 직원들은 직무 교육 다시 받으라 레포트 좀 날려줘라..내가 다 답답하다..ㅎㅎ
국제공항의 발권 카운터 보면서 영어도 별로 못하고 정말 짱났어... 금발에 얼굴은 좀 이뻤어... 그러나 그녀는 금발은 멍청하다는 편견에 마구 무게를 실어주는 타입인듯. ㅠㅠ;
난 졸지에 술주정뱅이 터프된장녀로 출연?? ㅋㅋ 된장녀들에게 딱인 초특급리조트 사진과 여행기도 얼렁 올려주삼~~ 그나저나 "would you pls bring me SALT?"가 최고봉이야 ㅎㅎㅎ (지중오빠 미안~~ ^^;;)
ㅋㅋㅋ S양 등장했네...ㅋㅋ salt 쓰면서도 웃겨서 죽을뻔 ㅋㅋㅋ
다운~~다운~~~왤케 웃겨 첨부터 끝까지 넘 재밌어서 마지막 민박사진 나오면서 끝나버리니까 넘ㅁ넘 아쉬어~~술취한 터프된장녀 친구는 임신해서 배조차 불러오는거 보면 여행다녀온지 좀 된거 같으다..어서어서 분발해서 새로운 여행기들로 애독자들을 끊임없이 기쁘게 해주세요~~~
ㅋㅋㅋ 그라게, 이제 해넘기게 생겼구만... 여행기 압박이 회사일보다 더 어깨를 짓누르네 어째.. ㅋㅋㅋ ㅠㅠ
기다리던만큼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구나~ 마린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묘사가 얼마나 뛰어난지 마치 드라마는 영화처럼 모든 장면들이 내 앞에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
ㅋㅋㅋ 그래도 벌어진 일들 중 기억나는 빙산의 일각만 쓰게되니 버려지는 기억들이 넘 아쉬워요... 진짜루 지중해클럽 여행계해서 아예 같이 여행을 떠나면 좋을듯!!! 비행기에서 뜨게질하며 시간 보내고!!! ^ ^;;;
와하하하하...너무 잼있다...영어이야기하니깐 예전에 친구랑 호주여행 다녀온게 생각나네...같이 간 내 친구는 영어선생이어서 내가 하는 반토막 영어가 맘에 안들었었나바...마찬가지로 나도 full sentence 를 다 써서 말하는 내 친구가 답답해서 싫었던거지..암튼 영어땜에 여행중반에 싸우기까지 했다~ ㅋㅋㅋ
맞아여. 이런 아무것도 아닌거 같아 보이는 부분들도 함께 붙어다니는 여행지에선 예민해지고 신경쓰이고 그러져~~~!!!??? 글타고 싸우시기 까지... ㅋㅋ 암튼 full sentence 저도 절대 불필요하다고 봄! 언니, 미국얼렁 더 뒤져주셔야죵~~~
언니언니 너무너무 잼있다~ 쵝오!! 내가 일등할라고 주말에도 들어왔었는데 ㅎㅎ 난 언니 여행철학에 100% 동감이에요!!! 젤 잼있었던건 ㅋㅋ cup과 salt ㅋㅋ 글구 민박집 아줌마 사진도 보여줘요~
늘 잼게 읽어주니고 여행철학에도 공감해주니 동지 만난듯 든든하다, hola~야~~ cup과 salt는 정말 너무 웃겼어... 그래도 그런 소년이 귀여워...ㅋㅋ 나 팔불출~~ ??? ^ ^;;;
언니 팔불출 맞는듯!! 하지만 소년님 진정 나이를 잊으신듯 귀여우시다는 ㅋㅋㅋ 참 도하의 꽃미남 수영선수 박태환의 닉네임이 "마린보이" 라는 ㅋㅋ
앞얘기는 이미 들어서 무척 지루했는데 뒤에 친구들과의 대화부분에서 좀 재미있네요. 그리고 천사와 악마 아이콘은 두개가 서로 바뀌어야 하는 것?
흥! 바로 위에다 귀엽다고 해줬더니 지루하다고 나의 여행기에 태클을~~~? 훙, 취소!!!
블루마린님! 여행기 너무 기다렸어용~ 흐흐..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네요! 친구분들 너무 귀여우세요~~!^ ^ 3박 다 묵으란 말이야~ 웃겨서 넘어갈뻔했어요. 사진으로만 봐두 넘나 아름다운데 실제로 가보면 감동이 장난이 아니겠어요!
냉면님, 방가여~~~ 기다려주셨다니 감사~~ ^ ^;; 그럼요, 크로아티아 꼭 가보세요~ 대학생때가 역시 여행다니긴 최고에요!!! 방학때 고향에 내려가시나요~? 시간되시면 송년회 참석하시징~~~
똑같은곳을 두분이서 서로다른 느낌으로 쓰시는 여행기..-_-)b
득병아, 너두 학과공부에 방학하기전에 떠나서 개학후에 돌아오는 여행하느라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여행기좀 올려줘~~ 이번에 가는 지역들은 새로운 곳이라 정말 너무 궁금하다~
기다린 보람이 있는데요~다시 읽어두 넘 재미나요. 여행도중에 한국사람이랑 있을때 절대 영어로 말하지 않았던 제 모습이 떠올라요~ㅋ
miracle님 기다려주셨다니 이런 영광이... ^ ^;;;
소년님의 영어발음이 멋지다니, 함 들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사진을 보니 확 질러버리고 떠나고 싶어요..저 비엔나 공항에서 전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꼭 저런 경비행기 타고서..춥고 우울한 날씨를 벗어나 뜨거운 두브의 햇살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요~~
스프야~ 방가~ 송년회날 미쳐님이랑 같이 보는거지? 두브는 정말 햇살이란 단어랑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야. 으으~ 그리워...ㅠㅠ;;; 으아 그나저나 내 여행기 사상 리플 최대 기록, ㅋㅋ 리플 40개 채우고프다...ㅋㅋㅋ
언니~ 내가 채워줄까요?? ^^ 이제 38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