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종근의 한국문화 스토리 원문보기 글쓴이: 이종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에서는 급격히 멸실되어 가고 있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전통 기?예능 조사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2002년부터 “종가의 제례의식과 음식”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연구는 조선시대 가문(家門)의 영광이라 할 문묘배향(文廟配享)이나 종묘(宗廟) 배향공신(配享功臣)이 된 인물을 기리고 있는 명문종가(名門宗家)를 대상으로 그들이 고집스럽게 지켜나가고 있는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의 중요한 카테고리인 “제례의식과 제사음식”에 대한 다각적 접근을 통해 전통문화의 근저(根底)라 할 무형의 문화유산을 발굴?조사함으로써 전통문화의 기초자료를 구축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이 조사연구는 현재 명문종가에서 봉행(奉行)되고 있는 제례의식과 제사음식의 실재(實在) 모습을 동영상(베타캠)으로 기록하고, 종손(宗孫)과 종부(宗婦)를 중심으로 전통가문의 전통을 지켜나가려는 모습을 기록하였다. 금번에 발간한 이 보고서에는 종가의 불천위 제사, 묘제, 명절차례 등의 전통적인 봉제사에 대한 의식절차와 종가의 음식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사음식에 대한 조리방법과 진설방법 등이 270여점의 사진자료와 함께 생생히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이에 관해 문헌기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생생한 종가문화의 현장을 영상다큐멘터리를 제작, 전통제례문화를 영구보존하고 전승교육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전문출판사(주)김영사로 하여금 위탁출판을 추진, 국가의 전문연구기관에서 발간하는 성과물을 일반 국민들이 손쉽게 전통문화 전문서적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에서는 정여창 종가를 비롯하여 전국의 명문 종가 5곳에 대한 제례와 음식을 총 3권의 책자로 간행하였다. 대상 종가로는 일두(一?) 정여창(鄭汝昌/본관 하동 1450년~1504년) 종가, 탄옹(炭翁) 권시(權?/본관 안동 1604~1672) 종가,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본관 안동 1431~1517) 종가, 죽천(竹川) 박광전(朴光前/본관 진원 1526~1597) 종가,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본관 성산 1792~1871) 종가이다. 권시 종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천위(不遷位/보통 4대까지만 제사를 지내지만 큰 공을 세울 경우 영원히 제사를 모실 수 있도록 한 인물) 제사를 지낼 정도로 당시 뛰어난 학자로 숭상받았던 인물들의 종가이다. 책의 내용은 이분들의 불천위 제사를 비롯하여 차례와 묘제 등 각종 제사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읽는 이들은 그 집에 가지 않고도 앉아서 그 집의 제사준비부터 마칠 때까지의 과정을 면밀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제사 음식도 조리법부터 제사상 위에 놓는 법까지 상세한 도면과 사진을 포함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다. 더욱이 이 책에는 제례만이 아닌 제례의 배경을 알 수 있도록 종택(宗宅), 가계(家系), 관련 인물 등을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종가의 완전히 이해하는 완결판으로서의 정보와 재미를 주고 있다.
사실 제사는 예부터 ‘가가례(家家禮)’라고 하여 집안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남의 제사에 ‘감 내라 대추 내라’하지 않는 것이 상식인데, 이번 책자에서도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각 집안마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이 그러한 예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여창 종가에서는 생전에 선생님이 좋아했던 육회?수란?구이 등 7가지 ‘식상반찬’을 제사 음식으로 쓰고 있다. 반면 이원조 종가에서는 곱게 빻은 콩가루?밀가루와 찹쌀풀?간장?조청을 섞고 거기에 야채를 삭힌 ‘집장’을 제사상에 올리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의 내용과 조리법이 차이가 있는 것이다. ‘종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제사일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도 일년에 십여 차례 이상 제사를 지내는 곳이 종가이기 때문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전통적인 유교문화를 보여주는 곳이 종가로 그나마 우리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보루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여 종가도 변화하고 있다. 가령 김계행 종가에서는 5년 전에 종부(宗婦)가 썼던 국화꽃 청주를 종부가 사망함에 따라 이제는 다른 술로 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현재의 시점에서 종가의 제례를 충실히 기록한 보고서이자 일반인들도 전통을 간직한 종가 제례를 통해 자신의 제례와 비교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료라는 점에서 꼭 한 번 읽어 볼만 한 책일 것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는 점필재 김종직 종가를 비롯한 5개 명문 종가의 불천위 제사, 묘제, 명절 차례 등 봉제사(奉祭祀)에 대한 의식절차와 진설방법, 제사음식과 그 조리방법 등을 담은 “종가의 제례와 음식” 시리즈 4?5?6을 발간하였다. 이 도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2002년 “전통 기?예능 조사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종가의 사라져 가는 제례와 음식문화를 조사 연구한 결과물 중 하나이다. “종가의 제례의식과 음식”에 대한 조사연구는 조선시대 가문(家門)의 영광이라 할 문묘(文廟)나 종묘(宗廟)에 배향(配享)된 인물을 기리고 있는 명문종가(名門宗家)를 대상으로 그들이 고집스럽게 지켜나가고 있는 봉제사, 접빈객(接賓客)의 중요한 범주인 “제례의식과 제사음식”에 대한 다각적 접근을 통해 전통문화의 근저(根底)라 할 무형의 문화유산을 발굴?조사함으로써 전통문화의 기초 자료를 구축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현재 명문종가에서 봉행(奉行)되고 있는 제례의식과 제사음식의 실재(實在) 모습을 보다 생생하게 기록하고자 동영상(Betacam)을 동원하였고, 그 결과 종손(宗孫)과 종부(宗婦)를 중심으로 가문의 전통을 지켜나가려는 모습들이 그대로 투영되었다. 이번에 조사된 내용 중 흥미로운 것은 갈암 이현일 종가의 길제와 초려 이유태 종가의 동지차례이다. 이현일 종가 길제의 경우 종부가 아헌(亞獻)을 올렸는데 제복(祭服)으로 원삼 족두리로 단장한 화복(華服)을 입었다. 길제는 이름 그대로 봉사손(奉祀孫)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경사스러운 축제여서 종부가 혼례 때와 같이 화복을 입는다는 것이다. 한편 초려 이유태 종가는 동짓날 동지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 팥죽을 쑤면 제일 먼저 집안의 터줏신에게 팥죽을 올려 집안과 자손의 평안함을 기원하였는데, 이는 종부에서 종부로 이어져 내려온 신앙행위였다 한다. “종가의 제례와 음식”은 전문출판사인 (주)김영사에 위탁 출판해 오고 있다. 그간 국가전문연구기관이 발간하는 연구 성과물들은 그 특성상 일반 국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여 누구든지 손쉽게 구입하여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한 조치이다. 2003년도에 1차로 발간한 “종가의 제례와 음식 1?2?3”은 그 전문성과 학술성이 인정되어 지난 2004년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학술부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참고자료> □ 종가의 제례와 음식(1~3권) ? 1권 의성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 : 퇴계의 적통 제자이자, 임란 때 경상우도 병사절도사였던 학봉 김성일 종가. - 학봉 종가의 내력, 불천위제·설 차례·추석 차례·묘제의 절차와 음식, 제사 의 절차를 기록한 기제홀기와 묘제홀기 등. ? 2권 서흥김씨 한훤당 김굉필 종가 : 조선 성리학의 법통을 이어받은 대학자로서 문묘에 배향된 김굉필 종가 - 한훤당 김굉필 종가의 내력 및 불천위제의 절차와 음식. ? 2권 반남박씨 서계 박세당 종가 : 조선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인 서계 박세당 종가 - 서계 박세당 종가 내력, 묘제의 절차와 음식. ? 3권 월성손씨 양민공 손소 종가 : 대유학자 손중돈의 아버지이자, 이시애난의 적개공신인 양민공 손소 종가 - 양민공 손소 종가의 내력, 불천위제의 절차와 음식. ? 3권 청주한씨 서평부원군 한준겸 종가 : 이괄의 난, 정묘호란 등 국란수습에 힘쓴 인조의 장인 한준겸 종가. - 서평부원군 한준겸 종가의 내력, 불천위제의 의례와 음식. □ 종가의 제례와 음식 4 ? 선산김씨 점필재 김종직(1431~1492) 종가 사림파의 종장(宗匠)이자 고려말 정몽주, 길재, 김숙자에 이어 도학(道學)의 정맥을 이었던 점필재 김종직 종가의 불천위제, 차례, 묘제의 절차와 제사음식의 조리법, 진설, 특징 등을 수록하고 있다. 김종직은 김굉필, 정여창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을 배출시켜 영남사림파 형성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밀양의 예림서원, 선산의 금오선원, 함양의 백연서원 등에 제향되었다. 불천위제와 차례는 종가의 사랑채 제청(祭廳)에서 행해지는데, 불천위제는 출주-진설-강신례-참신례-초헌례-아헌례-종헌례-유식례-합문례-계문례-사신례-철상-음복례 순으로 진행된다. 묘제는 경남 밀양의 묘소에서 진행한다. 제물로는 메, 갱, 술, 떡(본편, 절편, 송편, 잡과편, 웃기), 면, 어물, 탕, 도적, 육전, 수육, 육회, 포, 침채, 산채나물, 실과, 조과, 간장 등이 오른다. □ 종가의 제례와 음식 5 ? 재령이씨 갈암 이현일(1627~1704) 종가 숙종조 “산림(山林)”으로 활동한 갈암 이현일 종가의 길제(吉祭)의 절차와 제사음식의 조리법, 진설, 특징 등을 수록하고 있다. 갈암 이현일은 17세기 중후반 퇴계 이황-학봉 김성일-경당 장흥효-갈암 이현일로 이어지는 퇴계 학맥을 잇는 당시 영남지방을 대표하는 최고의 학자였다. 길제는 제사를 받들던 종손이 죽고 그 아들이 제사를 이어받게 될 때, 5대조의 위패를 매안(埋安)하고 새로이 아버지의 위패를 사당에 모시는 제사의 한 종류이다. 길제는 종가의 사당 앞 마당에서 진행되었으며 신주개제(改題)-진설-출주-참신-강신-진찬-초헌-아헌-종헌-유식-합문-계문 ?진다-수조-사신-철상-음복례-(5대조 신주)매주제 순으로 진행된다. 제물은 제주(祭酒), 메, 멧국수, 갱, 탕, 식혜밥, 침채, 나물(면채, 청채, 잡채), 적, 평적, 대육, 포, 건자반, 쌈, 편, 과일, 장류 등이다. ? 해남윤씨 고산 윤선도(1587~1671) 종가 고산 윤선도 종가의 불천위제의 절차와 제사음식의 조리법, 진설, 특징 등을 담고 있다. 고산 윤선도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으로서 봉림대군(효종)의 사부(師傅)를 지내기도 하였다. 치열한 당쟁으로 일생을 거의 유배지에서 보냈으나 경사(經史)에 해박하고 의약·복서(卜筮)·음양·지리에도 밝았으며, 특히 시조(時調)에 더욱 뛰어났다. 불천위제는 사당에서 진행되었으며, 진설-강신례-참신례-진찬-초헌례-아헌례-종헌례-유식례-합문례-계문례?진다례-사신례-분축-철상-음복례 순으로 진행된다. 제물은 메, 면, 갱, 탕, 찜, 전(명태전, 바지락전, 쇠고기전), 돼지고기 편육, 느름이, 적, 삼채, 오징어포, 침채, 멸치젓, 식혜, 수정과, 약과, 편, 실과 등이다. □ 종가의 제례와 음식 6 ? 광산김씨 사계 김장생(1548~1631) 종가 조선시기 대 예학자 사계 김장생 종가의 불천위제의 절차와 제사음식의 조리법, 진설, 특징 등을 담고 있다. 사계 김장생은 율곡의 제자이며 조선시대 유학에서 영남학파와 쌍벽을 이룬 기호학파의 태두로 예학(禮學)을 집대성하였다. 사후 죽림서원에 배향되었으며, 동국 18현을 모신 문묘(文廟)를 비롯하여 연산 돈암서원, 해주 소현서원, 파주 자운서원 등 10여 서원에 봉향되었다. 불천위제는 진설-출주-참신례-강신례-초헌례-아헌례-종헌례-유식례-합문례-계문례-사신례-분축-철상-음복례 순으로 진행된다. 제물은 메, 갱, 면, 편, 수육, 포, 적, 탕, 전, 삽산적, 좌반, 회, 숙채, 침채, 과일, 식혜, 제주(祭酒), 장류 등을 준비하여 올린다. ? 경주이씨 초려 이유태(1607~1684) 종가 기호학파의 학맥을 이은 초려 이유태 종가의 설과 동지 차례의 절차와 제사음식의 조리법, 진설, 특징 등을 담고 있다. 초려 이유태는 17세기 중반 사림의 두터운 명망을 받던 산림(山林)의 한 사람으로서 송준길, 송시열, 윤선거, 유계와 함께 ‘충청오현(忠淸五賢)’으로 일컬어진다. 김장생과 김집을 사사하였으며, 기호학파의 학맥을 이어받아 군사, 교육, 정치 등의 치국경제에 관심을 쏟은 지식인이다. 설차례는 묵은세배-참신례-강신례-헌작-삽시-국궁-사신례-철상의 순으로 진행되며, 동지차례는 팥죽천신을 먼저 하고 참신례부터의 과정은 동일하다. 제물은 설에는 만두, 포, 떡만둣국, 오징어회, 과일, 전, 동치미, 식혜, 약과, 정과, 돼지편육, 홍어찜을 올리며, 동지에는 팥죽, 어회, 돼지편육, 포, 명태찜, 동치미, 식혜, 과일을 올린다.
보백당 김계행 종가 불천위제(아헌): 두 번째 술잔은 종부가 올림.
응와 이원조 종가의 추석차례(헌작): 명절에는 술잔을 1번만 올림
응와 이원조 종가의 추석차례(편): 송편, 전, 조약 등 다양하게 마련함.
죽천 박광전 종가의 불천위제(출주):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오기 위해 고함.
일두 정여창 종가의 불천위제(진찬): 생전에 좋아한 반찬 7가지를 올림. 보백당 김계행 종가의 묵계서원 응와 이원조 종가의 사랑채 ■ 참고자료 1. 차례 명절에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를 ‘차례’라고 한다. 『주자가례』를 비롯한 예서에는 조상의 신주를 모신 사당에서 정월 초하루와 동지, 그리고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참배하는 제사가 있다. (正至朔望參) 이때에 조상의 신위 앞에 술과 차를 올리고 제사를 지내며, 매월 보름에는 차만을 올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차를 올리는 예'라는 뜻에서 '차례'라는 말이 유래된 것으로 짐작된다. 정월 초하루, 동지, 매월 초하루와 보름의 참배 외에도 정월 대보름, 삼월 삼짇날, 오월 단오, 유월 유두, 칠월 칠석, 중양절(구월 구일) 등 속절에도 각기 그 명절에 먹는 계절 특식을 올리는데, 그 절차는 정월 초하루?동지?매월의 초하루 참배와 같이 한다고 했다. 근래에는 일반 가정에 사당이 없기 때문에 사당 참배 및 속절 제사는 없어지고 설날과 추석차례 두 가지만 대표적으로 남아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로 여긴다. 제례절차 또한 술은 한 번만 올리고 축문을 사용하지 않는 등 간략하며 제물은 주과포(酒果脯) 등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차린다. 2. 기제사
기일제사는 보통 기제사 또는 기제로 말한다. ‘기일’이란 조상이 돌아가신 날을 말하고 기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의 제사란 뜻이다. 오늘날 기제사는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제사로 여긴다. 기제사를 모시는 조상은 『주자가례』에는 봉사대수가 4대(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까지로 되어 있지만, 『경국대전』, 『국조오례의』에는 신분별로 봉사대수가 제한되어 있었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 4대 봉사가 보편화되면서,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4대 봉사를 하였다. 오늘날에는 “가정의례준칙”에 따라 2대 봉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사의 주관자는 집안의 종손인데, 종손이 없을 때는 차자가 대신한다. 제사에 참석하는 사람은 돌아가신 분의 직계자손이며, 가까운 친척도 참석한다. 제사를 지내는 시간은 고인이 돌아가신 날 자정부터 준비하여 새벽 1시 이후나 해가 뜨기 전에 지낸다. 돌아가시기 전날은 입제일, 돌아가신 날을 파제일이라 한다. 제사를 지내는 장소는 안채나 사랑의 대청 또는 대청에서 지낸다. 일반적으로 안채의 대청에서 모시지만, 불천위 등의 제사에는 사랑채의 대청이나 별도의 제청에서 지낸다. 제례절차는 집안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상을 차리는 진설(進饌), 신을 불러서 청하는 강신(降神)?참신(參神), 술잔을 세 번 올리는 삼헌(初獻/讀祝, 亞獻, 終獻), 신이 식사를 하는 시간인 유식(侑食), 식사를 하기를 기다렸다가 차를 올리는 합문(闔門)?계문(啓門)?진다(進茶), 제사를 마치고 신을 보내드리는 사신(辭神), 지방과 축문을 태우고 제사상을 물리는 철상(撤床), 제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먹는 음복(飮福)의 순이다. 제물은 각종 예서에서는 1열에는 과(과일, 조과 등)를, 2열에는 포, 해, 김치, 청장, 나물류 등을, 3열에는 면, 육, 적, 어, 병 등을, 4열에는 반, 갱, 잔반, 시접, 초접, 갱 등을 진설하고 있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제물의 명칭, 제물의 조리법 등을 열거하기보다 추상적으로만 적혀있다. 오늘날은 제물의 종류가 많고 조리법 또한 다양하다. 제물은 집안에 따라서 종류, 조리법이 다를 수가 있고 진설도 또한 조금씩 차이가 있다. 3. 묘제
묘제는 조상의 묘소에 가서 지내는 제사로 묘사 또는 시사라고도 한다. 『주자가례』에서는 3월 상순에 날짜를 정하여 묘제를 지낸다고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묘제를 중시하여 속절에 지냈다.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정조(설날)?한식?단오?추석의 4명일에 묘제를 지낸다고 하였다. 묘제는 1년에 한번 음력 10월에 날을 받아 지내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문중 또는 종가를 중심으로 묘제가 전승되어 오고 있다. 묘제의 대상도 지방과 가문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행해지고 있다. 4대친에 대하여는 속절에 지낸다고 하여 ‘절사(節祀)’라 하고, 5대 이상의 조상에 대해서는 일년에 한번 제사를 모신다고 하여 ‘세일사(歲一祀)’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5대 이상의 조상만을 대상으로 세일사로 지내는 지방도 있으나 경상도에서는 대체로 시조(중시조 또는 파조)로부터 부모에 이르기까지 전 조상을 대상으로 묘제를 지낸다. 불천위를 모시는 경우, 충청도에서는 신주를 사당에 모시고 기제사를 지내기 때문에 묘제를 지내지 않지만, 경상도에서는 10월 묘제 때 함께 지낸다. 제례절차는 기제사와 비슷하지만 산신제를 지낸다는 것이 특이이다. 『주자가례』를 비롯한 각종 예서에서는 묘제를 먼저 지내고 토지신에게 지내는 순서로 되어 있으나 지방과 가문에 따라 산신제를 먼저 지내고 묘제를 올리는 곳도 있다. 제물은 기제사에서 사용하는 음식과 비슷하지만 간소하다. 요즘은 밥, 국, 탕 등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데 묘소까지 제물을 운반하기 번거롭고 제물을 운반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토지신을 모시는 산신제의 제물은 일반적으로 조상에게 올리는 제물보다 간소하게 주과포만 사용하지만, 조상에게 올리는 제물과 동일하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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