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은 '경남의 자존심'을 내건 무소속 김두관 야권 단일후보를 새로운 도지사로 선택하면서 한나라당 장기집권을 끝냈다. 시민사회와 야권의 연대 바람이 지난 16년간 내리 도정을 장악했던 한나라당 독점구도를 깬 것이다.
한나라당은 "'위장 무소속' 김두관이 나라 망치고 침몰시키려 한다"고 몰아세웠고 '한나라당 성지 경남'에서 야권연합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지만 변화의 요구를 누르지 못했다.
더구나 도내 18개 시장·군수선거 중 7곳(3일 오전 2시 30분 현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떨어졌다. 이 같은 경남의 정치구조 지각변동은 이명박 정권과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 투표 바람 = 20~30대 젊은 층의 투표율, 젊은 유권자가 밀집한 마산·창원·진해지역과 김해지역 투표참여와 지지율이 도지사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중했다.
이번 선거 경남 투표율(61.9%)은 지난 95년 첫 동시지방선거(73.1%)를 빼고 가장 높은 기록이다. 특히 창원(60.6%)·마산(59.4%)·김해(54.3%)·진주(64.6%) 지역 투표율은 4년 전보다 9%p, 6.8%p, 6.4%p, 7.1%p씩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마창진과 김해지역은 도내 유권자의 47%를 차지하면서도 역대 선거에서 투표율이 저조했지만 이번에는 투표 바람이 분 셈이다. 반면 장년층유권자가 많은 군(고성·의령·창녕·함양·산청·합천)지역은 감소했다. 대다수 군 지역에서 지지를 많이 받고도 이달곤 후보가 패한 이유다.
젊은 층의 투표 참여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30대 유권자가 전체에서 40.9%, 40대까지 더하면 63%나 되지만 역대선거에서 투표 참여가 저조했던 이들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나설지가 이번 선거의 변수였다.
이와 관련, 방송 3사 출구조사 연령대별 지지율을 보면 김두관 후보는 20대(66.5%)·30대(70.1%)·40대(63.9%) 표를 많이 받았으며, 이달곤 후보는 50대(53.8%)·60대(71.4%)에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를 바라는 젊은 표가 김두관 후보의 승리 요인이다.
◇한나라당 내분으로 자충수 = 도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퇴색했다. 18개 시장·군수선거 중 김해·통영·함안·의령·남해·함양·합천 등 7곳에서 비한나라당 후보가 당선했다. 한나라당 공천 잡음은 선거 막바지까지 한나라당 발목을 놓지 않았고 투표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대다수가 한나라당 공천에 불복한 후보가 선전했으며, 특히 함안·의령·함양·합천은 현직 단체장이 떨어졌다. 특히 김해에서 민주당 김맹곤 후보가 한나라당 분열 속에서 당선했으며, 남해군수선거에서는 무소속 정현태 군수가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는 4년 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6곳(함양·밀양·의령·함안·창녕·양산)을 잃었던 것보다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초·광역의원선거에서도 많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했다.
이 같은 무소속 선전은 한나라당 조직 가동률과 표 분산으로 도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공천 잡음으로 조직가동이 100% 안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책이 밀린 것은 크게 없는데 젊은 층 표심을 이끄는 한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다수를 잃은 데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MB에게 직격탄', '심장부가 뚫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권력독점 구도 파열 = 야권 단일후보는 '일당독점 해체', '4대 강 사업 심판', '민주지방자치' 기치를 걸고 '투표로 세상을 바꾸자'고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결과는 한나라당에 참혹한 타격을 안겨줬다. 도지사 김두관 후보를 비롯해 67명 야권 단일후보가 출마해 선전하면서 한나라당이 독점했던 지방의회 균열을 더 벌여 놓았다.
부활한 지 20년이지만 반쪽인 지방자치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로 자리 잡으려면 일색의 정당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독점한 구조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의회에 한두 석 비례대표 의석에 더해 지역구 의원 수가 더 늘어났다. 김해에서는 기초·광역의원 야권 후보 다수가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유권자는 지역정치에 새로운 변화를 선택한 셈이다.
김두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유권자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컸고 야권연합이 단지 야 3당 단일후보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권의 변화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경남의 새로운 정치지형을 유권자가 요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권연합과 후보단일화를 이끈 희망자치만들기경남연대도 지방선거 결과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도민의 불신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 분석했다. 이경희 공동대표는 "민심이 한나라당 중심에서 이동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역 정치권력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두고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