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현충일을 맞아 찾아가는 이덕구 산전...올해는
꽃 한 송이 두고 왔네
천미천 두 갈래 길 물 건너
유월이면 산딸나무 등수국이 피고
때죽나무 꽃송이가 아픈 땅을 어루만지는 곳
그 사람 손때가 묻었을지도 모를
무쇠 솥뚜껑 불을 기다리는 곳
그대는 보이지 않네
물장오리 가까운 육백사십고지 어디쯤에서
토벌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관덕정 마당에 효수된 이후
그대는 보이지 않네
아버지는 말씀하셨지
까마귀 숟가락을 가슴에 꽂은 체
눈 뜬 채 십자가를 지고 있었다고
그대 없는 산전에는
빈상 하나 바위처럼 앉아 있네
시저 나란히 왼편에 놓여
삼백육십사일 바람밥을 뜨고 있네
년 중 하루 유월육일 찾아오는 이가 있어
저마다 빈상에 정성을 얹네
군옥돔 오징어적 김밥 순대 수박 귤 방울토마토 바나나 오디
이홉드리 한라산21 댓병드리 백화까지
살아서 보지 못한 음식이 산전밥상에 가득하네
덕환 집사 삼헌 자청으로 술잔을 드립니다
상돈 단골가수 한 곡조 올립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추모 인종차별 해방 염원 뜻 실어
손 가슴 하늘을 떠받들고 발 가슴 대지를 어루는
사뿐걸음 춤으로 분향합니다
여기 우리가 살아 지켜갈 곳
녹음 짙은 숲속 산전에 메아리로 울리네
전사들이여
통일밥을 나눠 먹세
음복의 맹세는 새날을 함께 그리는 것
구럼비 해치고 평화의 땅을 침몰시킨 해군기지
수산봉 오름의 목을 치고 비행기 둥지를 여는 공항
백년수림 길게 이어진 비자림 삼나무숲길 밑둥을 도려내는 도로확장
생태습지 허물어 호랑이 사자 코끼리 동물원을 만든다는 허황된 꿈
결사반대 다 떠나라
가아 가가 까마귀다 울부짖을 때
넋들이 흰나비로 날개를 펴 꽃을 피우고
대지에 얹혀 죽어간 넋들이 바람으로 환생하여
가고 오는 길을 덮는다
허공에 십자가로 걸린 꽃 한 송이
오늘도 그대만 산전에 놓아두고 돌아왔네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
미처 참석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함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