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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은 옛날 떡볶이 집? 떡볶이가 뭐 대수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오늘 30여 년만에 옛날 떡볶이를 맛 보았습니다. 처음 떡볶이 모양을 보는 순간 감격에 젖어 옛 생각에 잠시 빠졌죠.
*후라이팬에 볶기전 살짝 양념만 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간장을 조금뿌리고 다시 볶아서 내 놓죠
예전 어릴적 엄마 손을 잡고 동네의 재래시장에 자주 쫒아다니곤 했죠. 엄마는 시장내 한켠에 있는 떡볶이집에 저를 세워놓고 “ 이거 먹고 있어라 엄마 금방 장보고 올께” 라는 무(?)책임한 말만 남기고 사라지곤 했습니다. 떡볶이 파는 할머니는 이쑤시개에 떡을 꽂고는 “어여 먹어,,,엄마 금방 오실거야” 하며 저를 위로했죠. 사실 저는 불안했어요, 5분,10분이 지나도 엄마는 오지않고 떡볶이 값도 주머니에 없고.. 머리속으로는 엄마가 잊어먹고 그냥 혼자 집에 가지 않았을까..라는 쓸데없는 걱정만 돌고, 달리 할일은 없어서 계속해서 떡볶이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서 엄마가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왜 그리 시간이 안가던지, 엄마는 보통 20-30분만에 잔뜩 장을 보고 나타나셔서 떡볶이값을 치르고는 제 손을 붙잡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 불안한 마음에 먹던 떡볶이집은 어느새 제 기억에서 잊혀지고 어느 순간 지금 흔하게 보는 뻘건 떡볶이가 대세를 잡았습니다.
* 옥인시장, 효자동 시장이라고도 하는데 대로에서 쭉 들어가다 70미터쯤 가서 좌측에 있습니다. 원조 할머니 떡볶이집이 정말 원조구요 근처에 짝퉁이 2집 정도 더 있습니다.
저 어릴적에는 빨간 떡볶이가 없었거든요..아니 있었더라도 제가 기억을 못하지도. 옛날 떡볶이는 특징이 간장소스로 후라이팬 볶은 것입니다. 글자 그대로 떡을 양념해서 볶은거죠, 맛은 담백하고 떡이 지금 떡볶이보다 훨씬 가늘죠. 밍밍하고 담백한 떡 자체의 맛에 간장이 살짝 묻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궁중스타일로 고기산적,버섯등을 같이 꼬치에 꿰어서 먹던 것이 서민용으로 떡만 살짝 볶아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떡볶이죠. 제가 가던 추억의 집은 지금 효자동 입구 경복궁전철역 앞에 있던 ‘금천계’시장이라는 곳 입니다. 지금도 시장의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영업하던 떡볶이집은 훨씬 전에 없어지고 지금은 옥인시장안에만 있습니다. 오늘 발견한 집은 효자동에서 옥인동 쪽으로 들어가다 옥인시장 안쪽에 있는 “할머니 떡볶이집”입니다. 옥인동 사시는 분들에게 시장안에 제가 말했던 스타일의 간장 떡볶이집이 아직도 영업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막상 오늘은 왠지 정말 먹고 싶더라구요. 점심시간때 시간을 내서 찾아갔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요즘도 이 맛을 못있어서 일산에 사는 주부가 아까 이거 먹고 싶다고 찾아와서 2만원 어치 사갔다고 하시더군요. 원래 주인할머니가 40년간 영업하시고 본인이 물려받아서 14년째 장사를 하고 있으니 무려 54년이나 된 셈이죠. 노상에 자리잡고 떡볶이와 빈대떡 한장을 주문하고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술 안판다는 할머니를 꼬득여서 막걸리 한통을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 주문들어 오면 이렇게 다시 볶아서 내 놓습니다. 1인분 2천원입니다. 빈대떡 2천원, 막걸리 2천원..싸죠
먹거리의 서구화, 패스트푸드, 퓨전음식, 새로운 음식..다 좋지만. 추억의 간식 만큼 맛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떡볶이 하나하나에 배어있는 옛 기억에 눈물이 다 글썽거려졌습니다. 떡볶이 하나에 늙으신 우리 엄마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고 젊은 시절의 엄마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떡볶이 하나에 순수했던 제 어릴적 모습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가을비 내리는 오늘, 떡볶이 하나에 행복했습니다.
* 이것이 1인분입니다. 양도 많죠. 이런 지리?스타일이 제가 어릴적 먹던 거구요, 여기다 닭강정 양념같은 뻘건 양념을 묻혀서 매운떡볶이로도 팝니다...요즘은 매운것을 많이 찾는다고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