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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시낭송강릉연합회 - 정은율의 시와 낭송 원문보기 글쓴이: 스쿠바(조규수)
시집 「어머니의 강」을 읽다가
(신승희 시집. 문학의 전당. 2015.4.30)
조규수
2015년 5월 21일 한국문인협회 낭송진흥위원회가 10:30분부터 양천구 목동 한국문인협회 9층 회의실에서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평소 존경하는 신승희(시인) 한국시낭송연합회 전국총회장님을 뵈었다. 우리나라 최남쪽에 있는 진해시에서 이곳까지 밤을 도모하며 달려오신 회장님을 뵙게 되니 반갑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회의가 끝나는 시간에 회장님께서는 「어머니의 강」이라는 회장님의 시집에 친필로 “조규수 선생님께” “여현 신승희 드림”이라고 싸인을 하셔서 나에게 주셨다.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시집을 받는 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고 행복한 일인데 직접 받으니 그 기분이야 어찌 느껴보지 않고 말로 할 수 있겠는가.
내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을 한 사건일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날 밤 집에 도착한 시간이 23: 30분경 이었다
나는 바로 회장님의 시집을 펴들고 읽기 시작했다.
몇 시 인지는 모르지만 창밖으로 앞산의 푸른빛이 보이기 시작 할 때 쯤 나는 책에서 눈을 떼었다. 나는 시詩를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분류를 해보았다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시며 강한 은유(Metaphor)를 통해서 사모곡思母曲과 사부곡思夫曲 같은 시로 독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사로잡고 있는 시詩가 20여편에 이르고 있다.
또한 고향을 내 가족처럼 사랑하고 좋아하시는 마음으로 고향의 아름다움과 슬픈은 물론 아품까지도 가감없이 시詩로 승화시켜 진수眞髓를 나타내어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하셨던 시詩가 20여편 그리고 함께 시詩를 쓰고 시낭송을 하면서 문학적 가치와 정체성을 서로 나누고 토의하고 합평하는 글벗들의 모습까지도 “먼 목성의 별을 찾아 떠나는 꿈의 손길들” 이라고 예찬을 하시며 시詩로 담아낸 것이 20여편에 이른다. 회장님의 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그리움이 많고 감수성 강하고 고향의 아픔을 나의 상처로 생각하시는 포근한 심성과 동인들을 사랑하고 함께 하고자 하시며 우리나라의 시詩의 질적 수준 향상과 시낭송의 전국적 보급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차분하고 따뜻하고 애정 어린 그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마도 신승희 회장님의 시詩는 한 시어, 시어 마다 회장님의 마음을 담아 놓은 듯하다.
그대 오시는 길목에
신승희
그대 오시는 길목에
천상의 꽃을 심으오리다
풀잎 위에 핀
마르지 않는 이슬꽃처럼
온종일 그대만 생각하는
키 큰 해바라기
노란 미소처럼
만월을 기다리는
달맞이꽃
그 불멸의 그리움처럼
그대 오시는 길목에
천상의 꽃을 심으오리다 (그대 오시는 길목에 - 전문)
위 시를 보면 첫 연과 마지막 연을 수미상관법首尾相關法을 이용하여 그대가 오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강조하였고 시의 전체적인 안정감을 가져 오게 하면서 시인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풀잎 위에 핀 / 마르지 않는 이슬꽃처럼’
이슬은 새벽에 내렸다가 동이 트면서 마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슬은 꽃이 아니라 물방울이다. 이슬을 꽃으로 표현하면서 마르지 않는 이슬꽃이라고 반어법을 이용하여 이슬의 아름다움과 그리움이 마르지 않을 것을 강조하였고,
‘온종일 그대만 생각하는/ 키 큰 해바라기/ 노란 미소처럼’
키 큰 해바라기는 온종일 해만 바라고 있다. 그래서 해바라기라고 하였다.
해바라기가 노란색이고, 노란 미소처럼 이라는 것은 희망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꿈의 표현이다. 그대가 오시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로 여겨서 희망에 가득차서 그대가 오시는 길목에 목을 쭉 내밀고 있어도 행복하다고 표현이고,
‘만월을 기다리는/ 달맞이꽃 / 그 불멸의 그리움처럼’
달맞이꽃은 아름다운 총각을 사모하다가 죽어가면서도 그 총각을 잊지 못하고 꽃으로 피어나서 사랑을 그리는 불멸의 그리움을 멋지고 아름답게 표현하면서,
두번째 연부터 세번째 연과 네번째 연을 천상에 꽃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하시며
첫 연과 마지막 연을 통하여 그리움과 천상의 꽃을 강조하는 수미상관법首尾相關法으로 멋진 시법詩法을 연출 하셨다.
어머니의 강
신승희
어머니 !
혹한 바람이 내 창을 두드리는 겨울밤엔
다문다문 잊었던 당신을 떠올리게합니다.
지난밤 꿈속에서 당신을 만나
한없이 울었던 기억도 깨어나 보니
이유도 없이 그냥 슬퍼서입니다
어찌 그리도 서럽던지
-어머니의 강 - 1연
회장님은 추운 겨울밤이면 다문다문 어머니 생각을 떠올리게 되고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나 해후를 하고 잠을 깨어서는 이유도 없이 슬퍼서 울어 제끼는 다분히 소녀적인 생각과 행동을 아직도 하고 계십니다.
너무나 순수한 이런 마음에서 울어 나오는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시詩 이기 때문에 독자들을 더욱 끌어 들일 수 있고 공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생각은 다 있겠지만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으면서도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5년이 지났어도 꿈속에서라도 한번도 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는 차디찬 대리석의 어머니의 집을 찾아가 어루만지고 있을 뿐입니다. 회장님의 꿈속에 해후가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해 보입니다. 잠을 깨어 난후의 울음은 아마도 기쁨의 눈물이고 서럽다는 것은 다음의 만남을 약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라호 1
신승희
누가 그를 , 바다라고 말하리
누가 그를, 감히 파도라고 말하리
굽이치며 오르는 무서운 물기둥과
하늘까지 닿던 시커먼 높은 산을
차레상을 덮치고, 집을 삼키고
학교를 삼키고, 그 산에 잡혀간 사람들
아직 기별이 없다
얼마나 잔인했던 추석날 아침이었던가
얼마나 기막힌 하루였던가
순간에 쓸어 버린 그 참혹한 현실
묵정 세울 접어둔 책갈피속에서
지울 수 없는 가물가물한 음표들이
오래된 필림 속에 아득한 전설로 감겨 있다
울지 마라,
새끼들 목숨이라도 구해서 다행이라던 외할머니
그 외할머니더, 그 어머니도 가고 없는 세상에
추석이 지나면 빈 옹기에 한 다발 억새만 꽂아놓고
부질없이, 부질없이 가을을 담는다.
-사라호 1의 전문-
사라호 1의 시를 읽다가 눈물이 난다.
내가 어렸을적 이야기로 말로만 들었던 그 무시무시한 전설적인 태풍 사라호의 이야기를
회장님의 시를 통해서 새로 인식하게 된다. 기록을 찾아보니 849명이 사망. 실종되었고 최대 순간 풍속이 46.9 m/s라고 한다. 태풍의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기호지방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아마도 회장님은 가을이 되면 이 사라호의 악령이 되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큰 기대와 기쁨으로 맞이해야하고 그럴 준비가 되어 있던 곳에 날벼락 같은 태풍이 몰아쳐 사람들을 잡아가고 집을 삼키고 학교를 삼키고 일터를 잡아먹고 이 얼마나 황당하고 아픈 기억일까
회장님은 이런 아픈 기억들을 시詩를 통해서 다시 토해내고 여러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위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 치유되지 않는 상처들,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
모두가 시인의 가슴속에 남아 아직도 가을이면 속앓이를 하고 계신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젯상앞에 올려놓고 승천시킴으로서 그 아픔들로부터 해방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그리고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싶다. 아 ! 진정한 시란? 이런 것이구나. 한줄의 글로, 한편의 시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길 수 있는 이런 것 이구나, 다시 한번 느껴본다.
회장님의 시詩가 아픔의 망각에 시점이 되기를 바라면서......
십 일간의 장터
신승희
햇살마저 만개한 저 꽃잎 뒤에 숨은 날
벚꽃 천국 문이 열리는 십 일간의 장터
누가 부르는 듯 마음도 한자리에 못 있고
인파의 물결따라 나도 밀려가 본다
기차마저도 경화역 벚꽃 터널 속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고 있다
꽃눈 속에 묻힌 완행열차
작은 개울 여좌천 로망스길
인물화를 그리는 초상화 작가들
카메라는 여기저기서 번개를 친다
조선 팔도 상인들, 외국 상인들까지
해가 갈수록 세계적인 벚꽃 장터
시끌벅적 북적이는 중원로터리에서
핑크빛 사월의 신부가 된다
-십 일간의 장터 전문-
진해 벚꽃 축제에 한번도 다녀온 적이 없는 나는 이 시詩를 대하면서 진해 벚꽃 터널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온 세상을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핑크빛 빛깔로 물들이고 마치 천국 인 것처럼 착각 속으로 몰아넣는 진해시 한 복판,
인산인해라고 하던가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사람의 발길에 채여 한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고, 기차마저도 사람들로 이루어진 숲을 헤쳐 나갈 수 없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거북이 기어가듯 가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축제 현장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데서 오는지도 모르게 몰려드는 팔도 먹거리를 비롯해 토산품 상인들, 요즘은 외국인들까지 각자의 나라 토속적 민속품을 가지고 와서 노점상을 차려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회장님은 이런 현상을 벚꽃 축제가 세계화 되어 가고 잇다는 표현을 하셨다. 아마도 진해시의 벚꽃 축제가 세계화된 글로벌 벚꽃 축제로 우뚝 서게 만들고 싶으신 것이다.
고향을 좋아하고 벚꽃을 사랑하고 진해시의 발전을 위해서 라고 생각속에 묻어 버렸다.
비록 시詩 몇연과 몇편으로 회장님의 시를 다 이야기 할 수 는 없지만
시를 읽는 동안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나의 눈을 고정 시킨 시어들 그리고
나 나름대로의 시詩에 대한 해석,
'흑백다방‘ 이라는 시에서 40여년전에 일들을 떠올리며 얼마전까지 우리이웃에 유일하게 남아 할아버지들이 모여 옛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귀한 장소로 사랑을 받아오다 최근에 재개발에 밀려 지금 철거 중인 ’남성다방‘이 생각이 난다. 내일 아침에는 철거 현장이라도 한번 더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가 뜨면 바로.......
하여튼 회장님의 시집을 받은 손이 부끄럽지 않도록, 시집을 받을 때 두근거리던 가슴이
미안하지 않도록 읽고 또 읽어 나의 마음속으로 훔쳐 오던가, 수평 이동을 시켜야 겠다.
저에게 이런 귀하고 좋은 시집을 건네주신 신승희 회장님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제가 쓴 저의 생각들이 회장님 시에 누를 끼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시집 출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성이 담긴 시평까지....조규수 회원님이 제 카페에 올리셨기에
이 곳에 옮겨 놓았습니다. 저도 이것으로 시집 대신해서 읽어 봅니다.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