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인물들을 만나서 퍼붓듯이 따져 묻고 싶어진다.
가슴 아픈 열정적인 사랑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마마 엘레나는 어떻게 자신의 막내딸에게 이렇게나 가혹할까? 사랑하는 티타를 곁에서 보기 위해 그녀의 언니와 결혼을 결심한 페드로는 어쩜 이렇게나 무모한가? 심지어 눈치도 없고 순수하다는 게 독이 된 사랑이었다. 양손에 옛 애인의 사진을 간직한 채 죽은 나차는 어떻게 티타에게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었을까? 티타는 이렇게나 신사답고 사려깊고 따듯한 마음을 가진 존 브라운을 어떻게 선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나 멋진 사람을 놓치다니 내가 다 아깝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이렇듯 소설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그려져있습니다. 음식을 통한 이야기가 이렇게 오묘할 수도 있구나싶게 글을 읽고 있지만 눈과 코와 입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영화로도 있으니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더 궁금하네요~
<소감>
해피데이 : 간만에 민음사책 치고는 아주 재밌게 읽었다.
시카 : 등장인물 모두 개성이 있다. 그 나라의 문화는 잘 모르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싶었다.
바다맘 : 내용은 막장 드라마같지만 요리와 접목해서 풀어놓은 게 기발하다. 올해 유난히 “마술적 리얼리즘”이 표현된 책을 많이 읽게 된 게 신기하다.
가랑비 : 우리나라 정서에는 안 맞는 지극히 외국다운 소설이었다. 모임에서 읽은 <백년의 고독>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생각난다. 현실적이라기보다 환상에 가깝다. 사랑은 불장난
바신 : 인물의 텐션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단 생각을 했다. 티타는 첫사랑은 극복했으나 결국 첫경험은 극복하지 못했다.
<발제문>
-옛 애인의 사진을 품고 죽은 나차, 첫사랑과 결혼한 첸차처럼 이 책은 비중이 크든 작든 모두가 각자 만의 사연을 간직한 입체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등장인물들 중에서 인상적인 인물은 누구인가?
-“빌어먹을 체면, 빌어먹을 예의범절, 빌어먹을 전통” 막내딸이 결혼하지 않고 어머니를 끝까지 모셔야하는 전통처럼 우리나라도 딸은 결혼하면 출가외인으로 취급하고, 가부장제 속에서 장남이 부모를 봉양하며 조상 제사를 지내면서 상속을 받아왔다. 이런 전통과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머니를 홀로 모셔야하는 전통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결국 티타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 티타와 페드로의 교감방법이 된 요리, 황홀함을 느끼게 해주는 장미꽃잎 요리, 티타의 잃었던 기억을 되돌려주는 소꼬리스프처럼 요리를 통한 교감의 경험, 요리가 주는 위로, 위안을 받은 경험, 요리가 불러일으키는 기억과 추억은?
- 적어도 자신의 기억 속에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리던 순간은 언제, 어떤 일이었는가? "이제 어머니의 명령에서 자유로워진 손을 보며 티타는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녀는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제 그녀의 손은 뭐든지 할 수 있었고 무엇을 만들 건 상관없었다.p.117"
-로사우라와 티타는 에스페란사의 학교문제로 자주 다투었다. 피아노, 노래, 춤을 배우는 것이 결혼하고 살아가면서 아주 유용한 기술이라 한 로사우라, 반면 티타는 그것들보다는 흥미롭게 대화를 잘 이끌어 갈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생을 살아가기에 유용한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는 각자만의 성냥을 찾아냈는가?
-티타는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간 사람으로 보이는가?
<회원들과의 발제문>
-페드로의 사랑은 순애보인가, 범죄인가?
-과연 티타의 자유는 투쟁을 통해 얻은 것인가, 어부지리로 갖게 된 자유인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가 아닐 때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살아내기 얼마나 힘들까?
-마마 엘레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인가? 티타는 어릴 때부터 유별난 아이이긴 했다. 이 책이 티타의 시점으로 전개되기에 편향된 시선을 갖고 보게 되지 않는가?
-제도나 문화는 영원불변의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도 언젠가 옛날 제도가 더 나은 상황이 온다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동물도 새끼가 부모를 돌보지 않는다. 자식이 부모를 모셔야 하는 게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일인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않나?
-이 불행의 시작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메인 빌런은 과연 누구인가?
-이 사랑의 결론은 해피엔딩인가 새드앤딩인가?
<인상적인 구절>
해피데이 : 책 전반에 깔린 몽환적인 장면들
가랑비 : 고통은 짧게, 단번에
p.55 티타에게는 너무 잔인하고 끔찍했다.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경우에는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걸 티타는 깨달았다. 독하게 마음먹고 단번에 끝내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고통만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마마 엘레나처럼 독한 게 이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시카 : 따뜻한 사람만 곁에 두고싶다. 그게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p.125 차가운 입김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장 강렬한 불길이 꺼질 수 있으니까요,
애몽 : 씨앗이 발아되는 과정이 임신과 출산을 통한 여성의 몸과 마음의 변화처럼 느껴졌다.
p.208 티타는 씨앗이나 곡물 들이 새 삶을 주기 위해 자기 몸을 터트려가며 껍질을 벌여 물을 깊이 빨아들이는 게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자기 몸속에서 첫 번째 뿌리 끝이 삐죽 튀어나오는 것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의 원래 모습이 망가져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새싹을 당당하게 세상에 보여주었다.
이렇게나 멋진 사람을 놓치다니...내가 다 아깝다
p.233 티타, 당신이 뭘 했든 나는 상관없어요. 내가 당신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인생의 동반자가 될 남자가 나인지 아닌지는 잘 생각해 봐요. 당신에게 부담은 주고 싶지 않아요. 단지 당신이 내 곁에서 행복할 거라는 확신만은 당신에게 주고 싶습니다.
영화 <향수>의 모든 사람들이 극강의 향기를 맡고 황홀함에 헐벗고 몸부림치던 마지막 장면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연애소설 읽는 노인>, <백년동안의 고독>이 떠오른 소설이다.
첫댓글 영화 포스트가 찰떡이네요
저도 그리 생각했어요ㅋ
얼마전 방송에서 접해서 그런지 노후 돌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각자가 알아서 자알 살아가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