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교육청이 조사해 정진후 의원에게 건넨‘아산 고입 탈락 학생 통학환경 조사' 결과. ©윤근혁 | |
충남도교육청의 고교 정원 계산 실수로 타 지역 고교로 밀려난 충남 아산지역 중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날마다 20km 이상의 장거리 ‘통학고문’을 당하고 있는 사실이 조사 결과 처음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렇게 통학 고통에 시달리던 학생 가운데 모두 5명이 자퇴와 휴학을 요구했고, 1명이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극단적인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호소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왕복 60km 통학생도 7명...충남교육청 결단 촉구 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건네받은 문서를 보면 아산지역에서 타 지역 고교로 통학하는 학생 81명 가운데 68명의 거리를 알아본 결과 60명이 편도 20km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생들의 평균 통학거리는 22.4km였고, 30km 이상인 학생도 7명이었다.
서울 등 시도교육청의 경우 교사들의 통근 거리가 ‘20km 이상’이면 원거리 내신을 받아들여 교사들의 학교를 바꿔준다. 교장과 교감의 경우에도 학교를 바꿔주는 전출 기준 거리는 ‘20km 이상’이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가까운 내 고장 고교로 전학을 보내 달라’는 아산지역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학부모들은 오는 7일 오전 10시 30분 충남도교육청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학부모 가운데 일부는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월 개학 뒤 아산 지역 중학교 졸업생 81명이 천안 등지의 정원미달 고교로 밀려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들 가운데 66명은 아산시내에서 버스와 전철을 번갈아 갈아타며 2시간쯤 걸리는 천안 목천고로 통학하고 있다.
학생들이 이런 형편으로 내몰린 까닭은 충남교육청이 아산지역 인문계 고교의 정원을 지난해보다 240명이나 줄이는 등 계산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개교한 충남삼성고(자율형사립고)가 교육청의 예상과 달리 아산지역 학생들을 적게 뽑은 데다 천안지역 학생들마저 아산으로 몰려들면서 정원이 넘친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통학 거리조차도 충남교육청이 축소 조사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준영 ‘고입정책실패 아산·천안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충남교육청 자료는 학부모들이 마련한 지입버스 출발지를 기준으로 거리를 산정하는 등 엉터리”라면서 “실제로 상당수 학생들은 통학차량이 있는 데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등 모두 1시간 20분 이상의 통학시간이 걸린다. 지입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2시간이 걸리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통학차량의 운용 거리로만 계산한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스트레스 등으로 1명 휴학, 1명은 자살 시도까지...“극단 상황 막아야”
▲ 지난 2월 27일 오후 충남 아산지역 고교에서 밀려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충남도교육청을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윤근혁 | |
한편, 통학고문에 시달리던 목천고 진학생 66명 가운데 일부가 자퇴 등을 선택하는 등 파행을 겪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목천고 교장과 아산지역 학부모들에 따르면 현재 4명의 학생이 자퇴를 신청했거나 자퇴를 고려중이다. 이 학생 가운데 한 명은 지난 3월 단 하루만 학교에 나온 뒤 장기 결석 상태다. 또한 지난 달 11일 한 학생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해 병원에 입원함에 따라 휴학 조치됐으며, 또 다른 한 학생은 입학 전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전찬환 충남교육감 권한대행은 4일 오후 목천고를 긴급 방문해 실태파악에 나섰다.
정진후 의원은 “교원들은 통근거리가 20km만 넘어도 전출을 허가해주면서 아산지역의 어린 학생들이 30km가 넘는 학교에 배정되어 고통을 호소하는 데도 방치하는 행위는 인권침해”라면서 “이런 장거리 통학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전학의 이유로 명시한 '교육환경을 바꿔줄 이유'에 충분히 해당되므로 충남교육청은 당연히 해당 학생 전원을 아산지역 고교로 전학 허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아산지역 고교 정원을 축소하는 등의 실수를 저질러 학생들을 고통에 빠뜨린 충남교육청에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충남교육청 중견 관리는 “교육청은 아산지역 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목천고에 1억 7000만원을 특별 지원하는 등 노력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여태껏 비평준화 지역인 아산지역으로 학생들을 전학시키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우려되기 때문에 아산지역 학교로 전학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 가운데 하나로 논의는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인섭 목천고 교장도 “충남교육청이 학생들에 대해 전학 허락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 전학 허가는 물론 자퇴 허가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