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 방과후 활동으로는 동시를 쓰고, 시집을 만들고 마지막날에 시화전과 시낭송회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교실 천장을 바라보거나 혹은 음~ 입술을 꾹 다물고 어떤 시를 쓸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아름다웠습니다. 물론 몇몇 놈은 장난을 치고 서로 낄낄거리고 쳐다보며 웃고
넘의 시를 베껴 쓰기도 했지만, 시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표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너무 기특하고 기뻤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해가면서 마지막 날에는 시화전과 시낭송회를 해야되겠다고 생각했죠.
부모님들을 앞에 모셔놓고 아이들이 차례로 시낭송을 하는 모습에 눈물이 날뻔했어요.
아이들이 낭송을 끝낼 때 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고
낭송회 끝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신 학부모님들도 너무 고마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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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시낭송회는 다정했습니다.
아이들이 인사를 하고'
단정하게 시를 읽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믿음직스럽고
덩달아 마음도 훈훈해졌습니다.
그날 아이들이 낭송한 시를 여기에 옮겨 적습니다.
자동차
- 한준우
자동차는 우리처럼 밥을 먹고
방귀를 뿡뿡 뀐다.
그리고 우리처럼
앞으로 뒤로 갈 수도 있다.
사람과 비슷한 점이 있는 자동차.
우리 집 자동차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리고 나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자동차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칼
-정유리
음식을 자를 때 쓰는
식칼
종이나 박스를 자르는
문구 칼
과일 껍질을 까는
과도
손톱을 깎는
손톱 깎기
여러 가지 종류가 많지만
생명을 죽이는 칼은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다.
새
-장한봄
새는 날아다닌다.
나도 날아다니고 싶다.
새는 알에서 나온다.
그리고 나무 꼭대기에서
나뭇가지를 쌓고 산다.
우리 마을
-황종빈
우리 마을에는 젊은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 없는 대신
늙은 사람이 많이 있다.
하지만 서울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 동네
-왕교림
우리 동네 한 아저씨는
올해부터 수영장에 다니시고
혜경이모는 걷기 운동을 하시고
우리 아빠는 수지침 배우러 다니시고
엄마는 요즘 방과후 끝나고
먹을 밥을 준비하시고
서울에서 이사 오신
현실아줌마와 말이 없는 재호아저씨
우리 동네는 이런 분들이 사신다.
우리 마을
-한지우
착한 우리 마을
어려울 때 서로 도우는
나쁜 아저씨가 있어도
우리를 도와주고 지켜주는
우리 마을
봄
-한도협
나는 봄에 태어나 봄이 좋다.
봄은 꽃이 가장 많이 피는 계절
그리고 봄 마지막 날은 어린이 날
꽃 핀 들은
좋은 경치
파릇파릇 피는 새싹
푸른 옷 입는 산
감나무
-황솔휘
우리 집의 보물
감나무
감나무에 벌레 먹을까
걱정인 우리 아빠
감이 조금 나올까
걱정인 우리 엄마
내가 감나무라면
사랑을 독차지
했겠네.
“까칠이”우리 아빠,“반격맨”우리 엄마
-한진협
엄마가 무엇을 물으면
그것도 모르냐고 말하는
우리 아빠
그렇게 되면
5초 후에
엄마의 반격이 시작되고
전쟁도 덩달아 시작된다.
그러면 초스피드로 밥먹고
TV를 보거나 책을 본다.
나가려고 하면 엄마 아빠가
내 눈치를 본다.
30분 후면 아빠와 엄마는 휴전한다.
그러면 우리는 공부하고
TV는 아빠 차지가 된다.
엄마 아빠 싸움
-황솔비
아침에 엄마가 화를 낸다!
엄마 아빠가 안싸우더니
오랜만에 싸운다.
우리는 너무 무서워 방 안에 있는다.
그러나 엄마가 나가라고 한다.
우리는 밖에 나가서 논다.
엄마 아빠 싸우는 것도 까먹고 논다.
벌써 다 싸웠는지 들어오라고 한다.
들어오니 엄마가 미안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치킨집으로 외식하러 갔다.
우리 가족
-왕도경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
그런데
자주 말다툼을 하신다.
왜냐하면
우리와 일 때문이다.
나는 그런 모습이 싫다
그래서
잘 해드려야겠다.
나의 꿈
-장한별
나는 이 다음에 커서
요리사가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웃음과 미소를 가질 수 있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부모님께 맛있는
요리를 해드리고 싶다.
그러면 부모님도 웃음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시도 써보고 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앞으로도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많이 갖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아 고마워! 니들이 이렇게 잘해줘서 나는 너희들이 너무 이쁘단다. 준우, 종빈이, 봄이, 솔비, 지우, 도협이, 진협이, 한별이, 유리, 도경이, 교림이, 솔휘야 사랑해!
첫댓글 사랑스럽네요 ㅎ ㅎ아이들 보기 미안해서라도 부부싸움은 하지 말아야겠어요...
분교 꼬마들이 추억에 간직할 좋은 자리였네요. 알았더라면, 달려 갔을 텐데.... 추억이 그리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오늘의 내가 이미 추억 속의 그때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시레기를 물에 담그면 다시 무청의 푸르름이 부풀어 오르듯이 추억의 한 자락이 부풀어 오르네요. 봉선화 씨처럼 화르륵 터져가던 교실의 웃음과 화단을 가득 메우던 칸나 다알리아 샐비어.. 그 이국적 이름의 붉은 봉오리 들....누렁소를 훔쳐다 팔고 도시로 도망간 황근수는 잘 사는지...?
....증말증말 사랑& 자랑스럽군요. 도시에서 실한 동심이 살아 있는 동네.....동시교실에 서 있는 물푸레나무 역시 든든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