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1. 물욕이 없어서 안 늙는 거다.
콜라 한 잔 마실 돈도 없고 점심을 사먹을 돈도 없었다. 안 먹고 안 입는 것 밖에 여자가 아낄 게 없었다. 수입이 있어야 저축을 하지. 그래서 제가 우유 값 벌러 나갔다. 작은 분식집을 했다. 만두 가게. 그것도 여유가 없으니까 겨우 두 평 얻어서 했다. 겨우 밥만 먹었다. 남편의 수입이 없었다. 한 번 나가면 들어오지도 않고 생활비도 없고 힘들었다. 그때는. 자기 일에만 충실하지 경제적인 것에 관여 안 한다.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 걸 내가 존경한다.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물욕이 없어서 안 늙는 거다. 나는 갖고 싶은 걸 자제하니까 스트레스 받지만 이 분은 그런 게 없다. 집은 물만 새지 않으면 되고 자동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
- 배우 이순재의 아내 최희정의 말, 아주경제, 2019.01.09.
542. 닮고 싶은 다섯 가지
이순재 선배가 연기자 협회 회장을 하실 때 제가 총무 역할이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때 ‘아 내가 이분은 꼭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순재 선배의 강직함과 지적인 면, 검소함과 열심히 하는 것, 좌절하지 않는 모습 등을 닮고 싶다.
- 이순재 후배 배우 유승봉의 말, 아주경제, 2019.01.10.
543. 민심의 위험성
문재인 대통령은 거리 시위에 의해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형태의 민주주의에 강력하게 맞설 만한 위치에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민 정서에 힘입어 일거에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독재에 저항하면서 최루가스 속에서 성장한 세대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가 '민심(民心)'에 기반한다는 아주 강한 믿음이다. 한국에서는 어떤 쟁점에 대한 대중의 정서가 특정한 임계질량에 이르면 앞으로 뛰쳐나와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야수로 변모한다. 한국인들은 이 야수를 '민심'이라고 부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시위했고 시스템은 그에 응답했다. '공화국(republic)'이란 제도에 의한 통치를 뜻하는데, 한국식 사고에서는 민중이 통치자다. 그건 혼돈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민심'에 의해 살해당했다. '민심'이라는 아이디어는 굉장히 위험하다.
- 전 주한 외신기자클럽 회장 마이클 브린의 말, 조선일보, 2019.01.15.
544. 이해할 수 없는 형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스위스 은행에 수십억 달러가 있거나, 청와대에 시체가 숨겨져 있다면 30년 넘게 감옥에 가는 게 가능하겠지만 나는 박 전 대통령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나뿐 아니라 외교관 등 수많은 한국 거주 외국인이 아리송해했다. 내가 볼 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중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이 나더러 박근혜 지지자라고 하는데 나는 '정의(justice) 지지자'일 뿐이다. 내가 만일 판사라면 거리에 수백만 명이 나오든 말든 상관없이 내 할 일을 하겠다. 현 대통령 또한 어떤 시점에 민심이 발현하면 탄핵당할 수 있다.
- 전 주한 외신기자클럽 회장 마이클 브린의 말, 조선일보, 2019.01.15.
545. 천재성으로 커버할 수 없은 영역이 있다.문제는 매클렐런의 천재성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발생했다. 북군 지휘관들의 야전 능력이다. 링컨의 견제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북군 지휘관들의 야전 능력이 떨어졌다. 무기가 좋아도 탄약이 없으면 싸울 수 없고, 탄약이 충분해도 포병 능력이 떨어지면 소용없다. 그는 자신의 천재성으로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가 링컨을 밀어내고 대통령이 됐다면 성공했을까.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천재성이 아니라 한계를 인정하고 판단과 고집을 비울 줄 아는 능력이다.
- 역사학자 임용한의 말, 동아일보, 2019.02.19.
* http://news.donga.com/Main/3/all/20190219/941824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