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시조시인협회와 강원시조시인협회가 지난 4월에 업무협약식을 체결했습니다.
두 협회 간의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 시조 발전은 물론 회원 상호간 문단활동에 협력과 친목을 다지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잘된 점은 이어받고
부족한 점은 서로 보완해 나아가는 사이가 되리라 믿습니다.
-김종빈 회장, <발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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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으로는 안을 수 없다/ 김수엽
너의 눈빛 나의 눈빛
한 점으로 부딪칠 때
그 순간 숨이 멎고 손바닥에 땀이 나면
이런 게
사랑이라고 내 심장이 쿵쿵거린다
그대 앞에 눈 감아도
한꺼번에 안기는 마음
손잡으면 체온들이 부딪쳐서 뜨거운 몸
목젖이 꼴깍거리며 마른침을 삼킨다
마주 봐야 느낄 수 있는 그 사람 거친 호흡
돌아서 등 돌리면
모든 혈관 식어서
절대로
내 넓은 등도
그 등을 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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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의 강/ 김강호
일상이 된 악순환에 합류한 먹구름이
우기의 전선에 모여 귀엣말을 하더니
비밀한 의구심들을 수증기로 피웠다
고층 난기류가 기세등등한 중심 자리
습기를 밀고 끄는 행보를 지속할 때
저층은 불안해하며 장마전선에 갇혔다
드넓은 공간을 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길 아닌 길을 따라 이동하는 물 폭탄
지상은 범람에 묻힐 위기를 직감했다
하늘 위로 흐르는 드센 저 강줄기를
누구도 막지 못해 몸서리를 치는 동안
외마디 비명도 없이 애먼 이들만 쓸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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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언을 심다/ 김종빈
그대 척박한 뜰에
나무 한 그루 심으련다
가을이면
옐로카드 레드카드 꺼내 드는
대차고
올곧게 자랄
각목 하나 심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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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우은숙
눈 감고 귀 닫자는 다짐도 소용없다
세포마다 비집고 들어온 너의 목소리
귓가의 삼삼한 독백 끝없이 푸덕거린다
단맛을 유예시켜 마주한 기쁨처럼
온몸에 퍼지는 검지의 촉수 본능
핸드폰 숫자가 커진다 호기롭게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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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 이행숙
가만히 서 있어도 팽이처럼 도는 세상
약삭빠른 사람들은 팔랑팔랑 걸어가고
나 혼자 토악질하다
휘청이다
주저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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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 장욱
도토리를 줍는 사람은 땅바닥을 본다
별을 따는 사람은 맑은 하늘을 본다
세상을 다 본 사람은 고개 숙여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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