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실 미류나무가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에 살고 계시는 셋째 처형댁을 방문한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하던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오전 10시쯤이 되자 비는 어느새 장대비로
바뀌어져 있었고 마치 하늘에서 누군가가 양동이로 저수지물을 담아 쏟아 붓고 있는 것 같았다.
줄기차게 내리 때리고 있는 굵은 장대비를 지난 40여년전 초등학교 시절로 잠시 돌아가 고향 생각에
베란다 창가에서 넋을 잃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셋째 동서되시는 분이 소리쳤다.
"오서방 거기서 뭐하고 계시는가....? 우리 오늘 비도 오고 그러는데.....이러지 말고 우리하고 함께 어디
잠깐 다녀 옴세....! 그리고 다녀 오는 길에 옻닭 잘 하는 집이 있는데 우리 그집에 가서 옻닭이나 먹으면서
소주 한잔 합시다....!" 그러지 않아도 비는 추질추질 서글프게도 내리고 있고 오랜만에 고국땅을 밟아
눈앞에 있는 내 고향 경북 상주를 가봐야 되나.......? 하고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있던참에 어디가서
옻닭이나 먹으면서 처형 두 내외분과 술이나 한잔 하자...! 하니 고향 생각이고 뭐고 귀가 번쩍 띄었다!
오랜만에 고국땅을 밟아 비까지 내리는 오늘같은 이런 날엔 마누라고 자식이고 다 귀찮고......!
어디 옻닭 잘하는 집에 가서 옻닭이나 먹으면서 소주 한잔 걸치고 있노라면 그 많은 후궁들과
대낮부터 연꽃이 만발한 연못가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며 주지육림속에 파묻혀 세월가는 줄도 모르고
한 시대를 구가했던 중국의 진시황제도 부러울 것 같지 않았다. 셋째 처형 내외분과 함께하는 오랜만의 우중
외출이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는 마치 하늘이 펑크라도 난양 정신없이 쏟아 붓고 있었고 우리들은
아예 간편한 캐주얼 복장으로 아랫 바지는 마치 모심기 시절에 아랫도리를 둥둥 걷어 올린 것처럼 해서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집을 나섰다. 얼마나 많은 양의 비가 내렸는지 세상에 차도와 인도가 구별되지 않고
온 사방 천지가 물바다로 변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중풍환자처럼 조심스레 뒤뚱뒤뚱하면서 어디론가
처형 내외분을 따라 발 걸음을 옮기다가 그만 미끄러져 물바닥에 펑덩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하마터면 옻닭이고 뭐고 그대로 황천길로 곧 장 가고 말 뻔했다. 다행히도 엉덩방아만 찧고 뒷통수 머리 부분은
땅바닥에 부딪히질 않아 구사 일생으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그래도 금실 미류나무가 그동안 세상을 착하게
살아 왔기 때문에 하늘에 계시는 옥황상제님께서 특별히 은전을 베풀어셨구나....! 하며 스스로 위안하며
또 다시 처형 내외분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는 굵은 장대비를 따라 처형 내외분이
찾아 간 곳은 어느 다 쓰러져 가는 시골 오두막집이었다. 지붕은 얇은 양철 지붕으로 되어 있어서 때마침
내리고 있는 장대비가 양철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따닥따닥" 하면서 귀가 시끄러울 정도로 요란스럽게도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 금실 미류나무도 시골 촌구석에서 태어났지만 이렇게 후져서 다 쓰러져 가는 집은
내 생애 처음보는 그런 오두막집이었다. 동서되시는 분이 방문앞에 이르러 주인장을 불렀다.
"할배 계십니까? 접니다!" 이윽고 귀신이라도 꼭 나올 것같은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집 방문이 열리더니
웬 꼬부랑 할배가 고개를 내밀었다. "뉘신가....?" "들어오시게나." 우리 일행은 머리부터 방안으로 집어 넣고
일단 방안으로 들어 섰다. 방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그만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천장은 너무 낮아 고개를 숙여야 했고 벽은 얼룩 덜룩 지도를 그리고 있었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에다가
방안에는 할배와 할매 두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조선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주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오오~~ 맙소사~~" 나도 모르게 이상한 신음소리가 내 목으로부터 흘러
나왔다. "바야흐로 21세기의 최첨단을 걷고 있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도 아직도 이런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집이
존재한단 말인가....?" 혼자서 오만가지 생각에 휩싸이고 있는데......! 갑자기 천정에서 "뚝" 하고 뭐가 떨어지길래
뭔가? 하고 가까이 가서보니 벼룩이었다. 나는 이제는 너무나 기가 막혀서 어떤 신음소리도 나오지가 않았다!
40여년만에 다시 보는 반가운(?) 벼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를 그 옛날에 보았던 토종꿀벌 몇마리가
날라 다니고 있었다. 마치 금실 미류나무가 타임 캡슐을 타고 40여년전으로 내 고향 상주땅으로 돌아 가고 있었다.
뭐하시는 할배인가 했더니....? 이 할배 알고 보니 침과 뜸을 놓아 주시는 돌팔이 한의사 할배이었던 것이다.
할배가 이 다 쓰러져 가는 이 오두막집에서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 찾아 오고 있는 단골 손님들을 상대로 정식 병원이
아닌 그러니까 속칭 "돌팔이 한의" 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팔이 한의인데도 금실 미류나무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금실 미류나무가 할배의 관상을 보니 할배 얼굴에선 산전수전 이 세상 모든 것들을 한번씩은 다 거쳐 간 것처럼
보였다. 얼핏 보니 할배는 80대로 보였다. 어쨌든 할배는 나에게 상의를 먼저 벗어 보라고 했다. 나는 할부지가 시키는대로
상의를 벗고 등을 돌린채 기다렸다.할부지가 내 등짝 윗부분을 부황을 뜨기 시작했다. 벽쪽에 걸려 있는 거울을 통해 보니
부황을 뜬 자리가 빨갛게 혹처럼 부어 올랐다. 부황을 뜬 자리에선 죽은 검정색피가 "쭉" 흘러 나왔다. 그동안 등 윗쪽으로
해서 어깨 쪽지가 그렇게 쑤시고 아파 왔었는데~~지금 알고 보니 그 부분이 아팠던 이유가 세상 살면서 받은 각종 화와
분노가 쌓이고 쌓여서 응어리가 되어 죽은 피로서 등짝 윗부분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부황을 다 뜬 할배는 이번엔 침을 좀
놓아야겠다면서 방안에서 날라 다니고 있는 토종벌을 한마리 잡더니 내 등짝에다 벌을 갖다 대었다. 그 순간 그 통증이 얼마나
컸든지 마치 화살이 등쪽에서 앞가슴쪽으로 완전 관통하는 통증이었다. 할배가 벌을 내등뒤에 갖다 대는 순간 이 토종 꿀벌이
벌침으로 침을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일명 유식한 말로 봉침이었던 것이다. 내 생애 처음 맞아 본 그 봉침을 4마리나 맞았던
것이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맞아 본 그 봉침.....! 굵은 장대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그 날에......!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에서..........! 인생의 마지막 날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80대로 보이는 그 인자하신 돌팔이 한의인
그 할배......! 지금도 여전히 벼룩이 천정에서 "뚝뚝" 떨어지는........귀신이라도 금방 나올 것같은 다 쓰러져 가는 그 오두막집에서
아직도 여전히 옛날처럼 방안에서 날라 다니고 있는 토종 꿀벌로서 봉침을 놓으며 살고 계시는지.......? 아니면 그 사이 신상에
무슨 변고라도 혹 생기신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승에서는 다시 못 만나 볼지도 모를 그 할부지의 안녕을 멀리서 빌고 싶다!
첫댓글 민간 의료도 전승될건 되어야한다고 봅니다. 한의사와 침술가들의 싸움도 그렇고 ,약사,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도 .....
그래요. 생각소리님 말씀처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욕심을 조금만 덜부리고
내려 놓으면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될터인데.........!
그저 자신과 자기 가족만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흐르니 안타깝고
이게 부처님이 바라보시는 인간들의 본연의 모습이 아닌가 싶네요.
늘 평안하시기를 멀리서 빕니다.
남양주군 금곡리에 예전에 알고 있던 분이 한분 계시는데 아직도 그곳에 삻고 있는지 ~~~
금곡리에서 옻닭도 드시고 봉침도 맞으시고
안녕하세요? 해피산돌이님 멀리서 찾아 주시어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옻닭...봉침 다 좋은건데....아픈곳이 싹 나으셨는지요?...
통통이님 반갑습니다. 그당시 그렇게 한번 부황을 뜨고 봉침을 맞은 뒤 곧 바로
등윗쪽 통증이 많이 사라졌고 한번 더 맞고 싶었지만 오랜만의 고국방문이라
시간이 없어 더 이상 그 할배를 찾아 뵙지를 못했닫니다. 그때 난생 처음으로
맞은 부황과 봉침이 좋다는 것을 실감했읍니다. 그런데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봉침을 잘 못 맞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들었읍니다.
우리 통통이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요......?
^^ㅎㅎㅎㅎㅎ 봉침 효과는 확실히 보셨지요,,.. 저는 몇해전 ,, 애호박 따다가 한방 쏘였는데 ,,
신기하게도 .통증이 없어 지더군요,,. 늘 고운날 되세요~~
보리사님 오랜만이군요? 많이 바쁘셨나 봅니다. 말로만 듣던 봉침을 동서덕분에 맞아
그 봉침이 좋다는 것을 그 때 비로소 알았답니다. 늘 평안히 잘 계시기를 금실 미류나무가 멀리서 빌어 봅니다.
나도 오늘 옻닭은 아니더라도,,, 우리 삐침이 삼계탕 해줄려고 하는데~~~
안녕하세요? 초롱불님은 서방님께 삼계탕까지 해 드릴려고 생각하신다니 제가
질투가 다 난답니다. 저 금실 미류나무는 이 세상 태어나서 우리 어머니외에
다른 어떤 사람으로부터 삼계탕을 얻어 먹어 보지를 못했답니다.원래 장모님으로부터
씨암탉을 얻어 먹어야 하지만 저는 현재의 제 아내와 결혼하기 훨씬 이전에 장모님이
세상을 뜨셨기에 씨암탉이나 삼계탕은 도저히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답니다.
늘 건안하시고 이 것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금실 미류나무가 새로 오신 것을
멀리서 축하인사 드립니다.
추카추카 ^^^^^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