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으로 ‘을지연습’은 네번째가 되는데, 과거 세 차례에 걸쳐서 실시한 연습과 비교해 불 때,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이것은 그동안 안보 관계요원 여러분들의 사전 준비와, 또 이번 연습 실시에 있어서 정부 각 부처장들의 진지하고도 성의 있는 연습 실시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충무계획’을, 그동안 연습을 통해서 얻은 여러가지 교훈과 결론들로 보완하고 개선하여, 양적으로나 내용면에 있어서 보다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여러분들의 노력에 대해서 치하하는 바입니다.
세부에 관해서는 그동안 각 부처별 자체 강평이 있었고, 오늘 이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지적했기 때문에, 중복을 피하면서 다음 몇가지 사항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예상하는 전쟁은, 그것이 비록 전면전쟁이건 또는 국지전쟁이건, 적은 반드시 기습적인 공격으로써 속전속결, 최단시일 내에 승부를 결정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이것은 명백하며, 따라서 우리는 여기에 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쟁의 양태를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국지전과 전면전쟁의 두 가지를 예상하고, 전면전쟁이 될 경우 주로 20년 전에 우리가 겪은 6.25사변을 연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일어나는 전쟁은 6.25와는 상당히 양상이 달라진 것이라는 것을 우리가 미리 알아야 되겠습니다.
적은 그때보다도 훨씬 더 대단한 방법으로, 기습적으로 우리의 의표를 찌르는, 어떻게 보면 미련할 정도의 방법으로써 도전을 해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에 대해 여러가지고 대비를 해야 되겠습니다. 그렇지 못할 때에는 또다시 6.25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우선 사전에 적의 의표를 확실히 탐지해야 되겠습니다.
군의 정보기관은 물론이요, 정부 내에 있는 모든 정보기관이 평소부터 그 정보 기능을 100퍼센트 발휘해서 적의 기습을 사전에 탐지하고, 미연에 방지, 대비하는데 정력을 경주해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기습을 당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요즈음 적이 전쟁을 도발하려는 징후가 대단히 농후해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사전에 그 징후를 탐지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적의 기도를 100퍼센트 완전히 알 수는 없기 때문에, 적이 공격을 할 때 그 공격 개시의 시기라든지 또는 그 장소의 선택이라든지, 방법에 따라서는 적은 기습의 효과를 올릴 수가 있고, 우리는 공격을 당했을 때 처음에는 상당한 충격과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을 예측해야 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동안 몇번 실시하는 이 연습 때마다, 전쟁이 발발된 그 초기의 3, 4일 동안의 상황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쟁 초기에 어려운 고비를 우리가 잘 넘기고 잘 견디면, 여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고, 또 정부나 국민이 자신과 침착성을 잃지 않고 대치해 나갈 수만 있다면 그 전쟁은 한 절반 자신 있는 전쟁이라고 보아도 괜찮을 것입니다. 이번 연습은 기획단에서 작성한 시나리오가 처음 2,3일 동안의 아군 피해가 너무 경미했기 때문에 다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는 흠이 없지도 않았습니다.
적으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했을 때를 한번 가상해 봅시다.
적은 전 휴전선에 걸쳐서 일제히 공격할 것이며, 동시에 그와 시간을 전후해서 동서 해안으로 적이 기습 상륙할 것입니다. 또한 적은 공수부대를 우리의 후방 깊숙이 대량으로 공중 투하할 것입니다. 만약에 앞으로 공산당이 우리 대한민국에 지하 조직을 가지게 된다면, 이러한 조직이 적의 기습에 호응해서 일제히 도처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동시에 적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군 세력으로 공중 공격을 해올 것입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행동이 거의 같은 시간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어떠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겠습니까? 가장 처음에 움직이는 것은 역시 군일 것입니다.
다음에는 정부가 즉각 계엄령을 선포한다든지, 동원령을 하달한다든지, ‘전시국가지도회의’를 소집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충무계획’에 따라서 하나하나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민들은 초기에 반드시 상당한 불안과 공표에 싸여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해야 될 것입니다. 초기에 우리 군이 신속 과감한 행동으로 적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고, 또한 정부가 침착하고 자신 있는 행동으로써 사전 계획에 따라서 하나하나 잘 처리해 나가게 될 때에는, 처음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던 국민들도 점차 냉정을 되찾게 될 것이고,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신뢰감을 가지게 될 것이며, 시간이 흐르며 흐를수록 불안과 공포감은 오히려 적에 대한 적개심으로 변해서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자진해서 적극 협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초기 대응책이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이라도 생각할 수 있으며, 이 전쟁은 우리가 충분히 버티고 나갈 수 있는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적의 입장에서 볼 때는 기습의 효과란 거의 반감됐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이와 반대로, 우리가 적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탐지를 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기습을 당했다면, 군도 초기전에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전방에 있는 부대들이 적의 기습을 받아 지리멸렬 상태에 들어갔다면, 또한 정부도 평소에 여기에 대한 사전 계획도 없고 훈련도 없이 있다가 갑자기 당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지둥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와 혼란은 극도에 도달해서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비극적인 사태입니다. 이 전쟁은 초기에 벌써 적에게 졌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을 다시 수습하고 태세를 정비하여 반격을 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또 반대로 적의 입장에서 볼 때에 적은 기습의 효과를 100퍼센트 올렸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시 적의 기습을 경계해야 될 것입니다. 적의 이러한 기습 공격을 미연에 탐지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되겠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하더라도 불시에 기습을 당할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평소부터 이에 대한 훈련을 하고, 여기에 대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되겠습니다.
우리가 ‘충무계획’을 다듬고, 또 1년에 한번씩 종합적인 연습을 하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몇가지 부분적인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무총리도 지적이 있었고, 다른 분의 강평에도 있었습니다만, 이번 연습 중에도 내가 느낀 것은 서울 시민의 철수 계획과 정부 각 기관의 이동 계획은 아직까지 여러가지로 재검토할 여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번 연습이 끝나고 난 뒤에 서울시 단독으로보다도 군과 이번 연습의 연습 기획단 및 안보 사무국에 있는 여러분과 같이 좀더 세밀히 검토를 해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만들어야 되겠습니다.
정부의 이동 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충 되어 있는데 그것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서울에 남는 요원이 누구고, 남는 기관이 무엇이며, 또 후방으로 철수하는 인원과 기관이 무엇이며, 언제 이동하며,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좀더 명확히 되어 있어야 하겠습니다.
요전 연습 기간에도 전쟁 초기에 있어서, 특히 서울 시민의 철수와 정부의 이동이 질서정연하게 잘 될 것 같으면 전쟁 초기에 있어서 우리의 혼란을 막을 수 있고, 만약 그와 반대로 이것이 잘 안 되면 상당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전쟁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 온다는 것을 강조했었습니다.
특히, 서울에는 인구가 과잉 밀집 상태에 있어 5백여만이나 모여 있을 뿐 아니라, 한수 이북에 있는 주민들이 서울로 몰려들어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불행하게도 한강이라는 강이 있고, 현재로서는 불과 두서너개의 다리밖에 없는데, 이것도 전쟁이 발발됐을 때에는 초기에 파괴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지 이를 예상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잘 세워놔야 되겠습니다.
이것은 여러분들이 앞으로 연구를 하면 좀더 완벽한 계획이 나올 줄 압니다만, 나는 여기에 대해서 몇가지 대원칙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정부에 있어서 여기에 남을 사람과 뒤로 철수할 사람, 시민들 중에도 꼭 남을 사람과 후방에 갈 사람, 이것을 확실히 구분을 하고, 우선 민간 사람들 중에서 자기 발로써 후방으로 철수할 수 있는 사람은, 이들을 전부 정부가 수송하여 철수시켜 줄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이러한 사태를 미리 예측할 수만 있다면 상당한 시간 여유를 주고 자유롭게 후방으로 철수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전에 정부가 책임을 지고 어느 지점까지 이동을 시켜 줘야 되고, 이동을 시켜 준 후에도 그 사람들에 대해서 먹는 것 기타 모든 편의를 책임지고 봐 줘야 될 요원은 확실히 구별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여기 남아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겠는냐, 그것은 정부가 서둘러서 빨리 나가라고 내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기 친척이나 일가 친척 어디 아는 데가 있고, 또 자기가 돈이 있어서 후방으로 어디로 갈 만한 사람을 제외하고도, 이것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이나 또 한강 다리가 끊어지기 전의 이야기인데 일반 시민들 중에는 후방으로 철수하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언제까지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기차든지 버스든지 모든 도로를 개방하여 빨리 철수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나가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은 정부가 계획적으로 이동을 시켜야 될 요원들을 완전히 이동시킬 때까지 서울시에 그대로 두었다가 꼭 이동을 시킬 필요가 있으면 그때에 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힙니다.
이렇게 몇 단계로 나누고 원칙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전쟁 발발 전에 철수를 개시하는 경우를 말씀드렸습니다만, 적으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해서 전쟁이 터지고 나서부터 개시할 경우는 또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한강 다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로서 철수를 할 경우와 한강 다리가 파괴됐을 때 철수하는 경우가 다를 테니까, 이와 같은 몇가지 경우를 가지고 어떤 대원칙을 세우면 유사시에 가장 적합한 계획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사람이 수백만인데 다리는 몇개 되지 않고, 수송편은 얼마 되지 않으니 서울시에서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상당히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어려운 문제겠지만, 몇가지 원칙을 세운 후 계획을 수립하면, 전쟁이 벌어졌을 경우 정부가 계획한 그대로는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충 정부가 계획한 대로 실시될 수 있을 것이고, 꼭 나가야 될 사람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등의 문제는 그때 가서 조치를 해도 늦지 않고, 또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 다음 동원계획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도 과거 연습 때보다도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연습 강평 때 여러분들에게 우리는 앞으로 30일 동안 남의 도움이 없더라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모든 동원계획을 최우선적으로 세우자고 강조했었습니다. 특히, 군에서 세운 ‘M+45계획’, 물론 M이란 것은 전쟁 전부터 시작하는 수도 있고, D데이와 M일은 같은 날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쟁 준비를 시작해서부터 45일 동안 인적, 물적 자원 동원계획을 최우선적으로 우리가 연구 보완을 해나가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M+45일 사이에 있어서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소위 ‘QT계획’은 돈으로 따지면 10억불 가량 된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있어서도 우리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물건은 가급적 우리 돈으로 충당하고, 대신 그것은 우리가 만들 수 없는 장비라든지 무기를 받도록 하자고 국방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그것이 약 2억4천만불 정도 된다고 합니다만, 그것도 받는 것으로 하고, 그 외에 우리가 평소에 마련해야 될 물자를 연차적으로 비축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몇년 후에 완전히 될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거의 다 된 다음 단계에 가서 그 10억불 중의 2억4천만불의,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물자는 조달하여 비축해 나가면서 국내에서 만들 수 없는 것을 받자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그 2억4천만불을 우리 계획에 집어넣어서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또 한가지 느낀 점은, 예를 들면 68년도 CPX때 주요한 기관은 지하에 확보해 가지고 지하 시설을 일단 착수했다가, 돈이 많이 드니까 이듬해부터 전부 포기해 버렸습니다. 나는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가령, 어느 도의 도청이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데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면 첫해를 얼마를 들여 가지고 어느 정도 공사를 하고, 다음해에는 어떻게 하여 3년째 완성되는 지하 시설도 있을 것이고, 어떤 것은 5년 만에 완성되는 것도 있을 것이며, 또 5년 이상 걸리는 시설도 있을 것입니다. 각기 예산 범위 내에서 연차적으로 이렇게 해나가면 어느 땐가 가서는 완성이 될 것입니다.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첫해에 시작만 해 놓고 이듬해부터는 예산 배정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물자 비축 계획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하나하나 꾸준히 해 나가야 되겠습니다.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우리의 이러한 계획이 한 10년 전에 착수되어 그동안에 매년 연차적으로, 많은 예산은 아니지만, 예산 범위 내에서 계속 사업으로 해 왔다면, 그러한 전쟁 준비, 물자의 비축 또는 지하 시설 등이 상당히 진척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늦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꼭 해야 될 것은 당년에 안 되는 것은 연차적으로 해서 꼭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또 창고에 비축돼 있는 물건들은 너무 오래 두면 뒤에 쓰지 못하는 그런 결과가 올지도 모르니까, 확보한 물자는 너무 낡아 보인다든지 고물이 된 것은 새로 만든 물건과 바꿔 가지고 오래된 것은 쓰고 새 물건은 비축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군인들이 입을 군복을 몇십만 벌 만들어 창고에 저장을 했다 하더라도 앞으로 5년이나 10년 동안 둬 가지고는 쓰지 못할 것입니다. 매년 새로 만들어서 새것을 저장하고, 오래된 것은 현역 군인들이 입도록 해서 보관품과 비축 물자의 관리도 우리가 잘 해 나가야 되겠습니다.
또 한가지는 전시에 있어서 인적 자원의 동원계획인데, 이것도 아까 누가 언급했습니다마는, 이 계획은 그야말로 도상 연습이고, 어느 부문은 탁상공론 같은 인상을 갖게 됩니다. 지금과 같이 당장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도 정부가 소집영장을 낸다든지 동원령을 하달해서 사람을 모으려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계획보다는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입니다. 하물며 전쟁이 일어났다, 서울 시민들이 후방으로 철수를 한다, 또 후방에 있는 주민들도 모두 불안을 느껴가지고 상당한 이동이 생겼다 할 경우에, 이 계획을 보면 M+45일까지만 해도 57만인이라는 인원을 동원해야 되고, 기타 보사부 같은 데서 근로 동원을 위한 요원을 상당한 인원을 확보해야 되는데, 이것이 지금 연습상에선 영장만 발부하면 자동적으로 그만한 인원이 지정된 장소에 와서 대기한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실제로 그것은 안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또 한가지는, 이것도 조금 전에 총리가 지적을 했습니다만, 수도 방위에 대한 작전의 계획 또는 작전의 개념은 물론, 현재 우리 군에서 가지고 있는 현존 방위 계획을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되겠지만, 유엔군과 합의 안 된, 우리가 단독으로 만든 계획이라 하더라도 유사시에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계획보다도 훨씬 더 우발적인 사태가 벌어졌을 때 여기에 대비하는 계획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지금 현재 계획은 적이 공격을 하여 서울까지 내려오자면, 단계적이며 점차적인 아군의 저항과 이동에 따라 서서히 내려오게 되어 있는데, 전쟁이 일어나면 반드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적이 우리의 계획에 그렇게 맞추어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엇인가 아주 대담하고 기습적인 무모한 방법으로 우리 계획의 의표를 찌르는 행동으로 나올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서울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 방어 계획처럼 한 일주일 가도 끄덕 없이 견딘다는 것이 아니라, 좀더 대담한 가정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초기에 돌파구가 크게 뚫렸다, 그 돌파구가 급속히 확대되어 크게 위기에 직면하는, 또 경우에 따라서는 한수 이북을 완전히 적에게 점령당하는 사태까지도 가정해서, 그런 경우에 우리가 군사적으로 또는 비군사적으로 어떠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되겠느냐는 것을 평소에 반드시 연구하여 여기애 대한 대비책을 검토해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후방에 대규모의 적 게릴라 부대의 침투로 후방이 크게 교란당해서, 인적 동원이라든지 물자의 동원이 현행 우리 계획 그대로 맞아 들어가지 않고 큰 차질을 가져 왔을 때, 어떻게 하느냐 하는 어려운 연습도 앞으로 해 봐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을지연습을 서너번 했기 때문에, 연습하는 요령들은 대충 알았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좀더 연습의 내용을 어렵게 해서, 극적인 우발 사태에 대해서도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보자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어려운 연습을 해 보면, 실제 전쟁이 났을 때, 그보다 더 쉬운 상태라면 충분히 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6.25때를 보더라도 전국민들이 전란에 화를 입었지만, 실제 적과 맞서서 싸우고 전쟁에 참여하는 인구라는 것은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닙니다.
6.25 당시에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후방으로 피난 가서 전쟁이 그저 어떻게 되는가 하고 관망만 하고 있었는데, 앞으로의 전쟁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고, 모든 국민들이 전쟁에 참여하고, 무엇인가 협조를 할 수 있는 체제를 평소부터 갖춰야 되겠습니다.
‘전시국가지도회의’ 산하에 총력전 체제를 갖출 수 있는 기구를 두어, 예를 들면, 문화인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어떠한 일을 함으로써 이 전쟁에 어떻게 기여한다, 예술인들은 무엇을 한다, 경제인들은 무엇을 한다, 학생들은 어떻게 전쟁에 기여시킨다 등등을 우리가 좀더 연구 발전시켜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지적된 점, 연습 기간 중에 여러분들이 발견할 여러가지 문제점들은 앞으로 더 연구를 해서, 또 자체 연습을 통해서 ‘충무계획’을 더욱 보완해 주기 바랍니다.
끝으로, 이번 연습을 준비하고 실시한 연습 총감 이하 관계관 여러분들의 노고에 대해서 심심한 사의와 치하를 드리는 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