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면 타지에서 부산으로 놀러 오려는 지인의 전화가 늘어난다. 관광을 어디로 가면 좋을지, 맛집은 어디인지, 숙소는 어디로 하면 좋을지 등등을 묻는다.
여름 휴양지 부산이 뜨겁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번에는 또 부산에 사는 지인이 복잡함을 피해 조용히 갈만한 곳이 없는지를 물어본다.
송정 바닷가가 끝나고 기장이 막 시작하려는 곳에 양경마을이 있다. 전원주택단지로 조성되어 마을이 조용하다. 이곳에'자락(自樂)'이 있다. 스스로 즐겁게 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지영(44) 대표가 송정 구덕포에서 5년동안 운영하다 지금의 자리로 옮긴지 3년이 되었다. 전통차와 커피는 물론 식사까지 즐겁게 할 수 있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전통차를 배웠단다. 알고 보니 그의 아버지는 기장에서 '황산요'를 운영하는 도예가 이수백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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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락 |
잘 가꾸어진 정원이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해서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다. 창으로 보이는 낮은 동산이 정원이 되더니, 이윽고 한 폭의 그림이 만들어졌다.
자락 A 세트를 예약하고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제일 먼저 버섯이 들어간 수프가 나왔다. 곧 따뜻하게 데워진 큰 접시 위에 한우 스테이크와 각종 구운 채소가 함께 나온다.
밥은 원하는 만큼 덜어서 먹을 수 있도록 큰 그릇에 담겨 나왔다. 직접 담갔다는 먹음직해 보이는 김치도 함께 차려졌다. 맛있는 음식에 멋진 풍경까지 함께 하니 지금 이 순간 더 부러운 것이 없다.
식사는 적어도 하루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으면 좋다.
이 대표는 예약이 들어왔을때 마음에 드는 재료를 구하지 못하면 구할 때까지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못 구하는 날도 있다. 여유 있는 예약이 좋겠다.
하루 판매 수량도 정해져 있다. 혼자 요리를 하다 보니 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어서다. 자락의 식사는 한정판이라 보면 맞겠다.
식사가 끝나고 후식은 차와 커피 중에 선택이다. 모든 음식과 차가 이수백 씨의 작품에 담겨 나와 작품 감상은 덤이다.
직접 잎을 따서 만들었다는 황차가 준비되었다. 차와 함께 화덕에서 구워진 감자와 옥수수가 함께 나온다. 어릴 적 시골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여름 하면 떠오르는 한 장의 사진 같은 풍경이 송정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여름 꼭 바다가 아니어도 좋다면 '자락'에서 느긋함을 즐겨보자.
자락 A- 수프+식사(한우)+과일+커피 또는 보이차 3만 7천 원, 우전 8천 원, 황차 7천 원, 대추차 8천 원. 영업시간 10:00~20:00 (하절기 22:00). 부산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682-2. 051-722-2560.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