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사를 바꾼 독립운동 이야기>
-김종성 지음/유아이북스 2022년판/342page
억압에 저항하는 깨어있는 민족들
1 - 스위스
-항상 하느님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나라의 경계를 너무 넓게 펼치지 말고 평화롭게, 조화롭게, 자유롭게 당신들의 자유에 도달할 수 있게 하십시오. ....(중략)... 친애하는 친구들, 혁신을 게을리하지 말고, 못된 것이 당신을 유혹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좋은 것들을 붙들고, 모두 함께 경건한 조상들의 발자취를 따라 길 위에 머물러 있기 바랍니다. 신중하게 당신들에게 할당된 것들을 지키십시오. 당신들이 그렇게 하면 폭풍도 폭풍우도 당신을 해칠 수 없고, 많은 악을 극복할 것입니다. (본문중)
*스위스 북부도시 취리히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이 연합하여 공격했던 당시 1481년 스위스 칸톤 사이의 증오와 갈등이 고조되고 있을 때 성 니클라우스 폰 플뤼에 신부가 5개 농촌 칸톤 의회 대표자들에게 보낸 조언.
*칸톤 : 스위스의 행정 단위. 선거와 세금징수 및 치안을 목적으로 편의상 분류한 행정단위
-스위스 사람답게 생각한다는 것은 나라 안팎을 불문하고 이웃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언어, 인종, 문화의 다양성에 만족하고 있다. (본문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의 침공이 가까워 왔을 때 스위스 연방의회가 전란을 수습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총사령관 ‘앙리 기상’이 조국을 전란으로부터 지켜내는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한 말.
스위스가 유럽에서 유일하게 중립화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내부 결속과 강소국을 만듦으로서 강대국들이 스위스의 운명을 좌지우지 못하게 하고 자국의 운명은 스스로 해쳐나가겠다는 의지로 오늘날 주변국에서도 부러워할 정도의 부국을 세운다.
2 - 아일랜드
-19세기 말 아일랜드 고유의 전통을 되살리고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문예부흥운동이 일어났다. 게일어보존협회, 게일운동협회, 게일문학협회, 게일연맹과 같은 조직이 창설되고 신문과 잡지가 발행되었다. 정치적 독립에 앞서 문화적 정체성의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사회를 단결시키기 위하여 문화에 의존했던 것은 19세기 유럽의 보편적 흐름이었다. (본문중)
-고통을 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통을 견뎌내는 사람들이 이길 것이다. (본문중)
아일랜드인은 기원전 3세기 중부 유럽으로부터 이동해 온 켈트족을 모태로 하고 있는데 1171년 잉글랜드 헨리2세의 더블린 점령을 시작으로 무려 75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1922년 독립했다.
3 - 러시아
-미닌과 포자르스키는 절망적이던 30년 전쟁 ‘동란의 시대’를 끝내고 러시아 제국으로 발전하는 기반을 놓은 사람들이다. 당시 러시아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데다 내부 분열로 인하여 나라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귀족들은 외세의 힘을 빌려서라도 기득권을 누리려 했다. 그렇지만 국민군 지도자들의 헌신이 있었고, 재산의 3분의 1을 내놓은 평범한 시민들의 결단이 있었기에 국권을 지켜낼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막대한 재산을 내놓은 스트로가노프 가문도 있었다. (본문중)
국가가 외부 침략과 압박으로 백척간두로 흔들릴 때 보여준 ‘노블레스 오빌리주’ 정신과 일반 국민들의 애국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런 절체절명의 환난 속에서도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외세의 힘을 빌려서라도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귀족들도 있었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4 - 조지아
-우리 조지아 사람들은 조상으로부터 조국, 언어, 신앙이라는 세 가지 신성한 선물을 받았다. 만약 우리가 이 선물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무슨 쓸모있는 사람들이겠는가? (본문중)
로마, 페르시아, 비잔틴, 오스만 등 지중해 세력의 부상으로 오랜 기간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던 조지아는 이후 18세기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의해 다시 지배를 받았다가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된 후에야 암흑기를 끝내고 독립을 찾을 수 있었다.
5 - 핀란드
-핀란드 대공국을 수립한 알렉산드르 1세는 스웨덴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1812년 수도를 서쪽의 타르쿠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까운 헬싱키로 옮겼다. 핀란드는 러시아 제국의 일원이 되었지만 스웨덴의 법과 행정 언어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상층부에서는 스웨덴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핀란드어는 ‘농부의 언어’로 간주되었다.
언어적 정체성의 확보는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였다. “우리는 더 이상 스웨덴인이 아니다. 우리는 러시아인도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핀란드인임에 틀림없다.” 민족운동의 선구자 아돌프 아르비드손에게 언어와 영혼은 동일한 것이었다. (본문중)
-자유는 그 자체로 목표다. 약간의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모든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특권이며, 어떠한 외부 권력에 의해서도 박탈될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자녀들을 위해서도 그것을 포기할 권리가 없다. 자유는 자존심의 기초이며, 자유가 없으면 인간의 도덕적 책임에 대한 위대한 교리는 단순한 거짓말과 기만일 뿐이다. 자유는 신성한 것이다. 자유에 대한 사랑은 우리 마음속에 뿌리 깊은 자연의 즐거움이다. (본문중)
*핀란드 청년 ‘에우겐 샤우만’이 1904년 당시 러시아의 핀란드 총독을 지내던 ‘니콜라이 보브리코프’를 암살하기 전에 남긴 글이다. 식민통치의 핵심인물을 처단했다는 점에서 1905년 러시아 하얼삔역에서 있었던 우리나라의 안중근 의사의 거사와 동일하다고 하겠다.
6
이 외에도 압제를 받아 저항하여 기어코 독립을 쟁취한 민족은 많다. 오랜 기간 오스트리아, 프랑스, 네덜란드로 계속된 통치로부터 독립한 벨기에, 영국의 해상권 장악을 위한 압제로부터 승리를 쟁취한 네덜란드, 신구 기독교의 종교전쟁을 거치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과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를 받았던 체코의 독립, 코사크족이 주축인 우크라이나, 카프카스와 발트해에 면한 리투아니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이 있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채 진행되고 있는 국지전은 위에 열거한 국가들의 지나간 역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국제 뉴스를 바라볼 때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한 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약소국들의 과거를 통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족의 정체성과 언어의 동일성과 보존, 문화를 통한 민족의 통합 등은 역사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 중 아주 중요한 부분임을 이 책을 통해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서구사회 역사에서 비주류였던 민족과 역사적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계기로서 문명의 진행에서 어느 한 민족도 중요하지 않는 민족이 없고, 무시되거나 억압되어도 되는 민족이 없음을, 결국 모든 민족은 평등하게 존중되어야 함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