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증(孤蟲症)
마리 유키코

『고충증』은 소설가를 꿈꾸던 저자 마리 유키코가 우연히 모충도 불분명하며 어떻게 성장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특이한 습성을 지닌 고충이란 기생충에 대해서 알게 된 후, 기생충과 관련된 수많은 책을 탐독하여 6년이란 헌신의 세월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악을 정면으로 다루겠다고 결심했던 저자의 데뷔작으로, 다크 미스터리의 완성형으로 불린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남편과 사립 중학교 입시를 준비 중인 딸과 함께 고급 맨션 스카이헤븐 다키모리에 살고 있는 주부 마미. 그녀는 월, 수, 금, 일주일에 세 번 각각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있는 사이. 여동생 명의로 빌린 아파트에서 외간 남자와의 정사를 탐닉하는 한편, 주부로서도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미는 성기 주변에 엄청난 가려움증을 느끼기 시작하여 자신이 인간의 음모에서만 기생하는 사면발니에 걸렸음을 깨닫는데…….
현대 의학이 아직까지도 박멸하지 못한 러브 버그Love Bug, 고충증. 저자는 이렇듯 현존하는 인류에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실제 위협을 치밀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동시에, 기생충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는 인간의 내면에서 기어 들어와 똬리 트는 추악한 감정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마리 유키코
1964년 미야자키 현에서 태어나 다마 예술학원 연극과(현 다마 미술 대학 영상연극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고충증孤?症』으로 제32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2011년 문고본으로 출간된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이 입소문을 타며 베스트셀러에 올라 일약 인기 작가로 거듭났다. 2014년 『인생 상담』으로 제28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에 올랐다. 마리 유키코의 작품 중에는 여성 시점에서 서술된 작품이 많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숨겨진 내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해석하여 표현해냄으로써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굳이 현실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정서를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데에서 오는 거슬림과 불쾌함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자 친구』는 1997년 실제로 있었던 ‘도쿄전력 OL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씐 동명의 논픽션을 모티브로 집필했다. 고학력에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매춘을 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에 수수께끼의 살인 사건,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세심하게 그린 작품이다. 여자들 사이의 친밀하고도 끈끈한 관계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는 어둠을 극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외의 저서로 『갱년기 소녀』, 『성지순례』, 『파리 묵시록』, 『프라이빗 픽션』, 『이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