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강호동의 토실하다 못해 처진(?) 볼살이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쏘옥쏘옥 4개의 보조개가 박힌 아기의 포동한 손이 떠오르시나요? 그도저도 아니면? ^^;
제게는 치명적으로 싫어하는(?) 2개의 단어가 있었는데.. 하나는 '살', 또하나는 '키'랍니다. 남보다 작은 키 때문에 평생을 콤플렉스로 지내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도토리만한 딸들.. (다들 아무리 작아도 부모님보다는 큰 법인데.. 어찌된 셈인지 저희 세자매는 모두 부모님보다 4-10센티정도 작습니다. 저희 아부지 왈 '영양과다로 안 컸어' 저희 엄마 왈 '느그 아부지 닮아서 그래' 저희 왈 '땅이 우릴 너무 사랑해서')
저는 타고난 먹성에다 식탐증과 식곤증이라는 지병(?) 덕에 어려서부터 몸에서 살이 줄어들 새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살 빼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거죠. 살 빼고 난 뒤의 요요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단점을 빼면요 ㅡㅡ;
'통통한 편'일 뿐 '뚱뚱한 편'은 아니었지만 제게 살은 늘 '고통'을 주는 단어였지요.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던 중고등학교 시절.. 엄마는 딸에게 치마를 자주 입히셨고, 날때부터 '토종 조선무 다리'-일명 코끼리 다리-였던 제게 씻지 못할 기억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제가 열여덟살 봄의 일이었습니다. 그 날따라 아침 일찍 등교했던 저..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남녀공학을 다닌 저로서는 남학생이 가득한 등교길을 혼자 씩씩하게 걷는 것은 다반사였습니다.
교문을 들어서서 20미터나 걸었을까. 뒤에서 남학생들의 껄껄대는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쟤 다리 좀 봐. 저런 코끼리 다리를 내놓고 다니냐 용감하기도 하다'
그 날 이후로.. 저는 종아리가 보이는 치마는 단 두번 입어봤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날과 대학교 4학년 여름의 선배 결혼식 때. 제 다리는 늘 바지 속이나 발목까지 오는 치마 속에 가려져 있지요. 덕분에 햇빛을 못 봐서 하얗습니다 ㅡㅡ;
오죽하면 신랑이 제 다리를 두고.. '아유.. 귀여운 닭다리' 하겠습니까. (욕이야 칭찬이얏!)
어쨌거나 제게 살은 고통을 주는 단어였습니다. 지금도 친정엄마한테 구박을 받는 원천이고요.
저희 때만해도 여고생이 다이어트를 한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때였습니다. 기냥~~ 대학가서 이쁘게 관리하문 되지.. 하는 생각에 다들 펑퍼짐~한 아줌마 체형으로 고3을 보냈지요. 나중에는 맞는 바지가 없어서, 학력고사 볼 때 아빠 추리닝 바지를 얻어입고 시험보러 가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그 뿐이겠습니까. 4월 경에 있는 신체검사 때.. 담임선생님은 '체중계'를 주고 나가버리셨습니다. '너희들이 알아서 적어 내라' 면서.
저희는 실제 몸무게를 재고.. 기록은 저희의 '희망사항'을 적어 냈습니다. 순진한 너부리는 3킬로그램 줄여서 내는 것으로 만족(?)했는데.. 제 친구들은 자칭 '공문서 위조범'이 되었지요.
어쨌거나... 먹고 자고 앉아서 공부하는 것만 1년을 보내고 나서... 엄마는 제게 '다이어트'를 요구했습니다. 저 역시 배둘레햄을 보며 다짐했지요. 엄마는 아빠 몰래 쌈짓돈을 털어 당시 암암리에 유행했던 '효소 다이어트'를 하게 해주었습니다. 야채 발효액을 물에 타서 하루 3번 먹는 것과 물만으로 3주를 버텼습니다. (원래는 4주해야하는데, 후기대 입시 때문에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너부리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18킬로그램을 줄였지요. 졸업식 때 친구들이 못알아보더이다 ㅡㅡ;;;
그러나 그 날씬한(?) 몸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통통해졌고, 결국 대학 4학년 여름.. 엄마는 이번엔 큰맘 먹고 거금을 들여 체형관리센터에 저를 보냈습니다. 거기서 두 달을 살다시피 했습니다. 아침 10시에 가서 점심도 거르고 저녁나절이 다 되서 오곤 했지요. 마치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된 듯, 팔 다리에 저주파를 통과시키기도 하고요 (그거 무척 아프더이다 ㅠ.ㅜ) 너부리가 제일 싫어하는 사우나에서 땀빼기도 하고.. 온갖 마사지에 체형관리기구 @.@ 말은 '삼시 세끼 밥 다 먹으면서' 다이어트 한다지만.. 물 한 모금 먹은 거까지 일일이 칼로리 계산해서 공책에 적어 트레이너한테 검사받고.. 심지어 어떤 아가씨는 '많이 먹은 날은 트레이너한테 혼나는 꿈을 꾸다가 가위에 눌리기도 했다'고도 했죠.
그 여름.. 저는 9킬로그램을 감량해서... 전무후무하게 '날아갈 것 같은' 몸매를 만들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남보다 굵은 허벅지와 코끼리다리는 바뀌지 않더군요. (그러다 신랑을 만나.. 신랑 때문에 다이어트를 그만둬야했습니다. 신랑이 글쎄 '피자'를 사줬지 뭐에요. 절대 금기 음식이었는데.. 못 먹는단 말 못해서 먹고.. 다이어트는 쫑 났죠 덕분에 신랑은 제가 엄청 '가녀린 줄로 속았다'며 가끔 제 속을 뒤집슴다)
그 이후로 다시 포동포동해졌다가.. 2002년 10월부터 엄마의 반 강요로 저녁마다 운동을 시작했습죠. 힘든 만큼 살은 빠지지 않았지만.. 성과는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떠냐고요? 제 포동~한 살을 사랑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찌면 곤란하니까.. 종종 제어(?)해가면서요.
안 먹고 운동하면 살 빠지는 거 맞는데요.. 4학년 여름의 기억이 참.. 안 좋거든요. 강냉이와 물로 연명하던 그 때.. 세상 모든 게 먹을 걸로 보이는 것도 모자라서.. 날은 덥죠.. 너무 허기가 져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내야 했답니다. 기운없이 처져서 집에 오면 잠만 자고.. 눈 뜨면 교정센터가서 운동하며 지냈던 날들..
중간 중간에 했던 각종 다이어트는 헤아릴 수 없고.. '다이어트는 내 평생의 임무(?)'라는 걸 알게 되었죠.
내 몸과의 화해... 참 멀고 먼 길을 돌아온 셈입니다.
덧글 : 너부리의 신랑은 '죽어도 살이 안 붙는' 체질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살이 족족 빠지는 체질.. 제가 부러워마지 않는 그 체질... 근데 말입니다... 결혼 4개월 만에.. 신랑이 5.5킬로그램 불었답니다. 며칠 전 우연히 체중을 재보고는 기절할 뻔 했다나요. 한달 쯤 전, 마트에서 바지고를 때, 31인치 입던 신랑이 32인치가 꼭 맞는다며 바지가 이상하다고 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배 나오면 죽어버리겠다'며 징징대는 신랑을 보고 '우하하~' 모처럼 웃어봤습니다. 집에서 지은 밥 먹으면 살 붙는 게 당연하다니까요! ^^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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