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3차 문학나눔 수필 분야(3분과)의 도서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인문사회과학의 깊은 혜안과 비판적 통찰을 드러내는 도서다. 전문적이고도 폭넓은 독서에 기반하여 인문학적 성찰을 드러내거나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도서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 문화의 지성과 감성은 이들 도서들에 의해 보다 심원한 곳으로 견인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여행 관련 도서들이다. 스페인 독감 이후 1세기만의 전 세계적 규모의 팬데믹의 영향 때문인지 여행 관련 도서가 매우 많았다. 코로나19 이후의 여행 수요를 감안한 출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쉬운 점은 일부를 제외하면 여행 관련 도서들의 콘텐츠가 대부분 차별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의제를 독창적으로 이끌어내는 도서를 발견할 수 있었음을 수확이었다.
셋째, 콩트, 웹툰, 코믹스(comics) 등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서들이다. 이들 도서는 대부분 일상의 위트와 재치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공동체적 생활감각을 환기해내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큰 부담 없이 가볍게 읽으며 일상을 성찰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하지만, 86종의 도서 중에서 눈에 띄는 다른 도서들을 제치고 선정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 심의위원들의 고충이었다.
넷째, 전통 수필류의 도서들이다. 순수수필문학에 해당될 이 도서들이 86종 가운데 다수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정 비율이 낮았다는 사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순수 수필 문학을 압도할 만한 다른 종류의 에세이류가 넘쳐나는 시대에 글쓰기의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한 도서들이 다수 있었음에도 역시 뛰어난 다른 도서들이 많았다는 점이 불운으로 작용했다.
2021년도 제3차 문학나눔 수필 분야에는 총 260종의 도서가 접수되었다. 수필 2분과에서는 사전에 검토한 87종의 도서를 심의, 총 12종의 도서를 선정하였다. 수필 2분과에서 만난 도서는 성격이나 제재 면에서 매우 다양했다. 작가의 진솔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수필이 주는 매력에 빠져보기도 전에 에세이(수필)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수많은 종류의 책들 앞에 적잖이 당황했다. 독후 기록문, 꽁트 같은 글, 자서전, 문학예술비평서, 단수필, 사진이나 그림으로 채워진 글, 동식물을 제재로 한 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모습들 앞에서 심의 위원들은 선정 기준을 잡기가 힘들었고 고민 또한 깊었다.
논의 끝에 ‘수필은 문학이다’라는 기본적인 명제에 충실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삶이 녹아 있고 정서적인 여과 과정을 거친, 떨림과 울림이 있는 글에 집중하였다. 본 사업의 취지도 일정 부분 고려하여 채점한 결과, 큰 이견 없이 12편의 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다.
긴 코로나 팬데믹의 암울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인지, 심의 위원들의 시선을 끄는 작품들 중에는 유난히 문학의 힘을 강조하고, 치유의 위로를 건네는 책들이 많았다. ‘쓰는 기분’은 무조건 설렘이라며 시를 써보라고 속삭이는 글이나, 중증 아토피 환자인 작가가 수필 쓰기를 통해서 나무껍질 같은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수용하게 된 과정을 그린 작품은 문학이 갖는 매력과 힘을 웅변한다.
53년간 일기를 씀으로써 한과 응어리를 풀 수 있었던, 셋째 딸‘도삼분’여사의 이야기도 문학의 상처 치유 능력을 보여준다. 노작가의 연륜과 느긋함이 배여 있는 위트 넘치는 따스한 작품과 아픈 청춘과 슬픈 중년에게 전하는 위로의 글들은, 독자들에게 고달픈 이 시대를 함께 넘어갈 수 있도록 힘과 자신감을 북돋운다. 꿈조차 꾸기 버거운 우울한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믿는다. 문학의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