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목련처럼
16시간 전
목련(木蓮)이 피었단 소식에 부랴부랴 제주도엘 다녀왔다. 80여종의 목련이 자라는 서귀포 베케정원에는 형형색색의 목련꽃이 하늘에 매달려 별처럼 빛났다. 땅에는 수선화와 은방울수선이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과 어울리며 카펫처럼 펼쳐져 빛났다. 우리나라 자연주의 정원의 기수격인 김봉찬 정원디자이너 겸 육종가가 반가이 맞아주었다. 환상적인 분홍빛 꽃잎이 20~30개로 가늘게 갈라진 별목련 ‘제인플랫’ 아래에서 이른 봄 목련의 역할에 대해, 큰나무 심을 욕심에 늘 실패하는 정원과 조경에 대해, 정원식물을 육종하거나 연구하지 않는 대학과 산업에 대해 종횡무진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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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지배하던 백악기부터 출현한 최고참 활엽수 목련은 당시 벌과 나비가 나타나기 전이라 꿀 없이도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대신 이름(蓮) 지어진 대로 연꽃처럼 크고 아름다운 꽃과 목란(木蘭)이라는 별칭처럼 난초에 버금가는 진한 향기로 딱정벌레를 유혹한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 만개하기에 전 세계 수목원 식물원에서는 목련을 최고의 정원수로 대접해 무던히 수집하고 또 품종을 개발한다. 특히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871가지 분류군을 보유한 명소로, 매년 4월 중순부터 개최되는 목련축제 때에만 비밀의 화원을 개방한다.
‘목련꽃이 지고 나서야 살구꽃이 핀다’는 옛 시구(辛夷花盡杏花飛)처럼 목련은 겨울이 물러가지 않은 갈색 정원에서 첫 꽃을 피워내며 이른 봄 정원의 한 철을 오롯이 책임진다. 꽃이 진 후 우렁우렁한 잎을 내고 시큼한 열매(辛夷)도 맺지만 이미 다른 꽃에 가리어 보이지 않는데, 그 자리에서 겨울까지 오래 준비한다. 목련이 그 큰 꽃을 이른 봄에 피워낼 수 있는 건 오랜 준비 덕이다. 목필(木筆)이라는 별칭을 붙여준 붓 모양의 커다란 꽃눈은 가으내 만들어진다. 목련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준비하고, 주어진 시간을 맞아 빛나며 오롯이 책임지는 삶을 꿈꾼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첫댓글 경주 오릉 목련입니다. ^^
목련 무리지어 핀 모습은 드물게 보네요. 장관입니다.
아! 경주 오릉, 대릉은 또 얼마나 좋을까요.
벌써 목련이 피었나요.
화사하고 눈부십니다.
유일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길 건너집 목련나무에도 막 꽃이 피어나고 있네요.
두 집 건너 나무 한 그루는 살짝 붉은 빛이 도는 게 꽃순이 나오고 있나봐요.
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