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7450]澤堂,李植- 十孤詩
원문=택당澤堂先生續集卷之六 / 詩
十孤詩
淇園不比萬株槍。隻簳依依衆卉傍。
擬向歲寒留寸碧。風掀雪壓奈摧傷。右孤竹
羞將紅紫競春容。獨保靑蔥傲衆茸。
暮雀欲投翻却去。凍枝其奈雪霜封。右孤松
滿山紅綠麗春陽。誰辨幽叢獨抱芳。
擬待騷人秋紉佩。不堪蕭艾已充堂。右孤蘭
衡陽千陣自群飛。一望雲霄舊侶違。
月黑汀洲罾弋在。天寒畦壟稻粱微。右孤雁
軒墀簉羽一分飛。水國風霜彩翮垂。
淸唳數聲中夜發。滿林烏鵲不曾知。右孤鶴
剸兕誅蛟自有精。衝星躍水兩無情。
蒯緱塵壁無人識。武庫森羅漫得名。右孤劍
千艘銜尾下江關。何許孤篷繫曲灣。
日暮渡頭行旅絶。沙邊惟伴鷺絲閑。右孤舟
白衣蒼狗變斯須。可愛當空一片孤。
出岫不妨還入岫。幾時霖霔與蘇枯。右孤雲
爲有蟠根九地深。江門千古立崟岑。
商帆官舶從他過。雪礮雷車任爾侵。右孤嶼
雲捲秋空點翳銷。氷輪一片湧寒霄。
幽人獨臥窮山靜。贏得餘光照寂寥。右孤月
少時。術士推余星命云。
再犯孤辰。主一生孤隻艱危。
今到老境。顚沛更甚。追算平生身事。
無非孤字爲祟。聊賦十孤絶句以自嘲。
십고시(十孤詩)
기원의 일만 그루 대나무 숲엔 못 비해도 / 淇園不比萬株槍
뭇 풀들 옆에 간들간들 서 있는 하나의 대 / 隻簳依依衆卉傍
한겨울에 한 치의 푸름 끝내 간직하려는가 / 擬向歲寒留寸碧
세찬 바람 쌓인 눈에 부러지면 어떡하지 / 風掀雪壓奈摧傷
이는 고죽(孤竹)을 읊은 것이다.
부끄러워라 봄 모습 다투는 천자 만홍(千紫萬紅) / 羞將紅紫競春容
초목 사이에 홀로 서서 짙푸름 오연(傲然)히 고수하네 / 獨保靑蔥傲衆茸
앉으려다 몸 뒤집어 날아가는 저녁 참새 / 暮雀欲投翻却去
차디찬 나뭇가지 서리와 눈이 엉겼는걸 / 凍枝其奈雪霜封
이는 고송(孤松)을 읊은 것이다.
산에 가득 홍록들이 봄빛에 화사하니 / 滿山紅綠麗春陽
홀로 숨어 향기 뿜는 난초를 누가 알아보랴 / 誰辨幽叢獨抱芳
가을에 시인이 와서 차 주기를 기다리나 / 擬待騷人秋紉佩
난감하네 뜨락에 잡초들만 꽉 찼으니 / 不堪蕭艾已充堂
이는 고란(孤蘭)을 읊은 것이다.
떼를 지어 날아온 형양의 일천 군진(軍陣) / 衡陽千陣自群飛
일망무제(一望無際) 하늘에서 짝을 잃고 말았는가 / 一望雲霄舊侶違
달도 없는 깜깜한 밤 모래톱 망에 혹 걸릴라 / 月黑汀洲罾弋在
날도 차가운 밭고랑에 이삭도 별로 없을 텐데 / 天寒畦壟稻粱微
이는 고안(孤雁)을 읊은 것이다.
헌지에서 가지런히 날개 펴고 조금 날다 / 軒墀簉羽一分飛
수향(水鄕)의 풍상에 늘어뜨린 채색 깃털 / 水國風霜彩翮垂
한밤중에 몇 차례 맑은 울음 토한다만 / 淸唳數聲中夜發
수풀 가득 잡새들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 / 滿林烏鵲不曾知
이는 고학(孤鶴)을 읊은 것이다.
교룡과 코뿔소 벨 때에는 정채(精彩)를 발하지만 / 剸兕誅蛟自有精
충성과 약수에는 둘 다 모두 뜻이 없네 / 衝星躍水兩無情
먼지 낀 벽의 괴구 그 누가 알아보랴 / 蒯緱塵壁無人識
삼라한 무고라는 별명만 괜히 얻었다오 / 武庫森羅漫得名
이는 고검(孤劍)을 읊은 것이다.
천 척의 배들 꼬리 물고 강을 내려가는데 / 千艘銜尾下江關
무슨 일로 거룻배 하나 물굽이에 묶여 있노 / 何許孤篷繫曲灣
길손의 발길 끊어진 해 넘어가는 나루터 / 一暮渡頭行旅絶
한가로이 모랫가에 해오리하고만 노니누나 / 沙邊惟伴鷺絲閑
이는 고주(孤舟)를 읊은 것이다.
금새 몸을 바꾸는 백의와 창구 속에 / 白衣蒼狗變斯須
어여뻐라 공중의 한 조각 고운(孤雲)이여 / 可愛當空一片孤
산에서 나와 산으로 들어간들 어떠랴만 / 出岫不妨還入岫
어느 때나 비 퍼부어 마른 땅 적셔 줄까 / 幾時霖霔與蘇枯
이는 고운(孤雲)을 읊은 것이다.
구천(九泉) 깊이 그 뿌리 서려 있기에 / 爲有蟠根九地深
천고토록 우뚝 솟아 강 문턱을 지키도다 / 江門千古立崟岑
무심하게 지나가는 장사꾼 배 관원의 배 / 商帆官舶從他過
눈이 퍼붓든 우레가 치든 그냥 내맡겨 두려무나 / 雪礮雷車任爾侵
이는 고서(孤嶼)를 읊은 것이다.
구름 걷힌 가을 하늘 티끌 한 점 없는데 / 雲捲秋空點翳銷
찬 하늘에 솟구친 한 조각 얼음 수레바퀴 / 氷輪一片湧寒霄
고요해라 깊은 산골 은자(隱者) 홀로 높이 누워 / 幽人獨臥窮山靜
적요한 뜨락 비쳐 주는 고마운 달빛을 만끽하네 / 贏得餘光照寂寥
이는 고월(孤月)을 읊은 것이다.
소싯적에 술사(術士)가 나의 사주팔자를 따져 보고는 말하기를
“두 번이나 고진(孤辰)을 만나게 되니,
주인의 일생 역시 고단(孤單)하여 위태로운 곤경을 겪게 될 것이다.” 하였다.
지금 내가 노경(老境)에 접어들수록 낭패를 당하는 것이
더욱 심해지기만 하는데, 평생 동안 나의 신변에 일어난 일을 뒤돌아보건대,
고(孤)라는 글자 하나가 빌미로 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기에,
그저 애오라지 자조(自嘲)하는 뜻으로 십고(十孤)의 절구시를 짓게 되었다.
[주-D001] 기원(淇園) : 고대 중국 위(衛) 나라의 대나무 동산 이름이다. 《시경(詩經)》 위풍(衛風) 기욱(淇奧)에 “저기 기원의 물굽이를 한 번 보소, 푸른 대나무 숲 무성하게 우거졌네.[瞻彼淇奧 綠竹猗猗]”라는 구절이 있다.
[주-D002] 가을에 …… 찼으니 : 조정에서 버림받은 택당의 심경을 외로운 난초에 비유하고, 절조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채 변질되고 만 여러 신하들을 잡초에 빗대어 풍자한 것이다. 초(楚) 나라 조정에서 쫓겨난 뒤에 굴원(屈原)이 지은 《이소경(離騷經)》에 “강리와 벽지 향초옷을 해 입고, 가을 난초 엮어서 허리에 차는도다.[扈江離與辟芷兮 紉秋蘭以爲佩]”라는 구절이 나오고, 또 “난지 향초 변해서 이제는 향기 없고, 전혜 향초 바뀌어서 띠풀이 되었도다. 예전에는 그토록 향기를 내뿜더니, 지금은 그저 이런 잡초들이 되었는가.[蘭芷變而不芳兮 蕙化而爲茅 何昔日之芳草兮 今直爲此蕭艾也]”라는 구절이 나온다.
[주-D003] 형양(衡陽) : 중국 형산(衡山) 남쪽 즉 형양(衡陽)에 회안봉(回雁峯)이 있는데, 이곳을 기점으로 해서 기러기들이 남북으로 왕래하며 이동한다고 한다. 참고로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기러기의 군진이 추위에 놀라, 형양 물굽이에 소리가 끊어졌네.[雁陣驚寒 聲斷衡陽之浦]”라는 표현이 있다.
[주-D004] 헌지(軒墀)에서 …… 깃털 : 택당이 은총을 받고 조정의 반열에 서 있다가 쫓겨나 시골로 돌아온 뒤 의기소침해 있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헌지는 조정의 수레와 섬돌을 말하는데, 옛날 춘추 시대 위 의공(衛懿公)이 학을 기르기를 좋아한 나머지 대부(大夫)의 수레에 학을 태우고 돌아다녔던 고사가 있다. 《左傳 閔公 2年》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수레와 섬돌에 올랐던 학처럼 총애받고, 사냥 나간 문왕(文王)이 태공망(太公望) 얻은 듯하였다네.[軒墀曾寵鶴 畋獵舊非熊]”라는 표현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3 投贈哥舒開府翰》
[주-D005] 교룡(蛟龍)과 …… 없네 : 택당이 국가의 해독(害毒)을 제거할 때에는 보검(寶劍)의 진가(眞價)를 발휘하다가도, 정작 용천(龍泉)과 태아(太阿)와 같은 명검의 명성을 소유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용천과 태아의 두 검이 땅속에 묻혀서 밤마다 자기(紫氣)를 두우(斗牛) 사이에 내 쏘았는데[衝星], 나중에 발굴되고 나서 한참 지난 뒤에 그 검이 갑자기 물속으로 뛰어들어[躍水] 두 마리의 용으로 몸이 바뀌어 사라졌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卷36 張華傳》 그리고 한(漢) 나라 왕포(王褒)가 지은 ‘성주득현신송(聖主得賢臣頌)’에 “물속에서 교룡을 끊어 버리는 칼날이요, 땅 위에선 코뿔소를 잘라 버리는 칼이로다.[水斷蛟龍 陸剸犀革]”라는 구절이 나온다. 《文選 卷47》
[주-D006] 괴구(蒯緱) : 새끼줄로 칼자루를 감은 허름한 칼이라는 뜻이다. 전국 시대 맹상군(孟嘗君)의 문객(門客)인 풍환(馮驩)이 괴구를 치면서 대우가 형편없다고 노래를 불렀던 고사가 있다. 《戰國策 齊策4》
[주-D007] 삼라(森羅)한 …… 얻었다오 : 택당이 공연히 박학다식(博學多識)하다는 이름만 얻었다는 말이다. 진(晉) 나라 두예(杜預)가 마치 각종 병장기가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는 무고[森羅武庫]처럼 모르는 것이 없다 하여 ‘두무고(杜武庫)’라는 별명을 얻었던 고사가 있다. 《晉書 卷34 杜預傳》
[주-D008] 금새 …… 고운(孤雲)이여 : 지조도 없이 변덕을 부리는 염량세태 속에, 홀로 절조를 지키듯 외로이 떠가는 고운이 마냥 사랑스럽다는 말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하늘에 뜬구름 백의 같더니, 어느새 푸른 개로 모습 바꿨네.[天上浮雲似白衣 斯須改變如蒼狗]”라는 구절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21 可歎》
[주-D009] 고진(孤辰) : 10개의 천간(天干)을 일(日)로 삼고 12개의 지지(地支)를 진(辰)으로 삼아 육갑(六甲)을 따지다 보면, 천간과 서로 배합되지 않는 지지가 나오게 되는데, 이를 고진이라 하여 옛날 복자(卜者)들이 흉하게 여겼다. 예컨대 갑자순(甲子旬)의 경우에는 술(戌)과 해(亥)가 없는데, 이 술과 해가 없는 때가 바로 고진이 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