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헌이와 세 번째 책마실했습니다.
"선생님~ 책마실해요!"
책마실이 이어질 수록 지헌이가 책마실 시간을 정말 기다리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신이나서 말에 음까지 넣어가며 책마실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 기다려진다고 조금이라도 빨리가서 읽고 싶다고 합니다.
그 말에 덩달아 저도 신납니다.
오늘도 지헌이와 한 쪽씩 번갈아가며 「아저씨, 진짜 변호사 맞아요?」 읽었습니다.
이번 책마실 일정 안에 한 권을 모두 읽는 걸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이 정도 속도와 열정이라며 전혀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많은 이야기가 지헌이와 제 입을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빙빙씨가 잉어빵에 빠지게 된 이야기, 학교에서 '말썽 통신'을 받아온 락이 겪에 되는 어려움과 빙빙씨가 말끔히 해결해주는 이야기,
잉어빵집 아주머니의 법률적 문제를 해결해줘서 평생 잉어빵을 무료로 먹을 수 있게 된 이야기까지 함께 읽었습니다.
오늘은 어려운 법률적 용어들이 많아서 지헌이가 빠르게 읽고 지나가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부드럽게 읽히지 않는 책에 흥미가 떨어지거나 의욕을 잃을만도 한데 지헌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책에 얼굴을 더욱 바짝 붙이고 한 글자씩 꼭꼭 씹어먹듯이 읽습니다.
오히려 빙빙씨가 말하는 법률 용어들로 인해 당황하고 꼬리를 내리는 상대방의 모습을 머릿 속으로 그리며 씩 웃으며 읽습니다.
지헌이와 책마실을 하고 있으면 지헌이가 정말 책을 즐기고 있다고 느낍니다.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은 설명하듯이 읽고 등장인물이 하는 말은 마치 그 등장인물인 양 읽습니다.
책 내용에 숨을 불어넣는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덕분에 지헌이가 책을 읽을 차례일 때는 가만히 들으며 머릿 속으로 지헌이가 제게 들려주는 책 내용을 그려보곤 합니다.
"선생님, 우리 30분 동안은 책 읽고 각자 선택활동 한 다음에 다시 만나서 그 때 일지 적어요."
지헌이와 함께한 매 책마실은 약 25분 동안 책을 읽고 나머지 5분 동안은 일지를 기록했습니다.
그 시간을 아껴서 끝까지 책을 읽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일지를 작성하고 싶다는 지헌이.
그런 지헌이 마음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지헌이가 저와 함께 하는 책마실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저 또한 지헌이와 함께하는 책마실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1시 30분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만큼 읽고 모든 선택활동을 마친 후 다시 모여서 일지를 작성하기로 합니다.
"선생님, 우리 책 조금만 더 읽어요. 아쉬워서 그래요."
"그러면 우리 오늘은 어디까지 읽을건지 정하고 읽는건 어때?"
"좋아요. 그럽시다!"
일지를 작성하기 위해 다시 모인 자리에서 지헌이가 다시 제안했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설연휴 동안 만나지 못합니다.
지헌이가 느끼는 아쉬움을 잘 알기에 조금만 더 읽되 범위를 정해서 읽기로 했습니다.
범위를 정해서 읽으니 지헌이도 책마실을 마치며 아쉬워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일지도 지헌이가 직접 적었습니다.
오늘 활동 내용에는 락과 함께 말썽 통신을 받아간 모범생 아이의 엄마가 락을 다그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그 장면이 화도 나고 답답했지만 빙빙 변호사가 말끔하게 해결 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보니 너무 재미있다고 합니다.
모범생 엄마의 잔뜩 화가 난 모습을 잘 표현해줬습니다.
이번 책마실에서는 '연이율', '얄짤', '명세' 단어 배웠습니다.
지헌이가 자주 쓰는 단어가 아니라서 생소했지만 사전을 찾아본 후에는 무슨 뜻인지 잘 알겠다고 합니다.
지헌이 스스로 이해한 대로 나름의 정의를 내리기도 합니다.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합니다.
다음 책마실을 설 연휴를 잘 보내고 수료식 준비 주간에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도 지헌이가 하고 싶을 때에 먼저 와서 말해주면 시간을 내어 책마실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모임이 끝나면 한 권을 모두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됩니다.
사실상 「아저씨, 진짜 변호사 맞아요?」으로 하는 마지막 책마실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마지막까지 즐기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함께 책 읽는 즐거움
지헌이와 양서호 선생님
책 마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