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은 지난날 연인과 자주 만나 걷곤했던 고향의 보리밭을 다시 찾은 주인공의 심정을 잘 묘사했지요. 주인공은 보리밭 사이를 걸을 때마다 과거 연인이 들려주던 노래가 생각납니다. 주인공은 고향의 들녁에서 연인이 자신을 부르는듯한 환청을 듣습니다. 짧은 가사이지만 고향의 아늑한 풍경과 주인공의 절절한 심정이 잘 드러나지요. 이 곡에 얽힌 사연은 다음 같습니다.
가사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놀 뵌 하늘만 눈에 차누나
< 보리밭 >의 가사를 지은 분은 가곡 < 망향 >으로 유명한 박화목 님입니다. 박화목 님은 고향이 황해도여서 고향을 생각하며 절실한 마음으로 이 곡을 만든 것 같습니다. 박화목 님은 고향이 황해도 해주여서 24세 때인 1948년 남북의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는 고향에 갈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날로 깊어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곡을 작곡한 윤용하 님은 외로운 작곡가였습니다. 음악계의 주류가 아니었고 주류에 서기를 거부합니다. 그의 학력은 보통학교 졸업이 전부입니다. 해방 후 친구가 음악학교에서 공부를 더 할 것을 권했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예술을 한다는 사람이 무슨 자격이 필요하단 말이오?"라고 응대합니다. 윤용하 님은 순수음악을 고집합니다. "예술의 순수성을 지킨다"며 대중음악 일자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윤용하 님 역시 고향이 황해도여서 이 가사에 공감하여 곡을 만든 것 같습니다. 윤용하 님은 어린이들이 즐겨 부를 우리 노래도 만듭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으로 시작한 '나뭇잎 배' 가 대표적입니다. 윤용하 님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족의 정서를 달래고자 1951년 < 보리밭 >을 작곡합니다. 이 곡은 본래 박화목 님이 '옛 생각'이라고 제목을 붙였으나 윤용하 님이 '보리밭'으로 바꿉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이 곡이 발표됩니다. 가곡답게 성악가들이 이 곡을 불렀지요. 그러던 중 < 보리밭 >은 1971년 신인 가수 문정선 님의 목소리로 빅히트합니다. 이 곡은 가곡을 대중화시키는데 일조합니다.
https://youtu.be/2J23ubCwrNA
https://youtu.be/dcTyAT98Ti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