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는 1980년대 될성부른 떡잎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음악 영재였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키보드를 쳤고, 조용필 7집에 실린 ‘사랑하기 때문에’와 이문세 3집의 ‘그대와 영원히’, 김현식 4집의 ‘그대 내 품에’를 작사·작곡했다. 자신의 첫 앨범에 실리기 전에 이미 ‘사랑하기 때문에’와 ‘그대 내 품에’를 벌써 다른 톱 가수들에게 주었던 것이다. 1987년은 그에게 빛과 어둠이 동시에 몰아친 한 해였다. 1987년 여름에 나온 첫 앨범이 노래, 작사, 작곡, 편곡에 연주, 프로듀싱까지 담당하는 당대 보기 드문 천재의 출현을 알렸으나, 불행하게도 그는 그해 1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스물다섯 해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대중가요에 클래식과 팝 감성을 입혔던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은 우리 대중음악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2017년은 그의 30주기였다.
그의 사후 1989년 시작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의 든든한 등용문이 되었다. 실력파 가수들을 배출한 이 대회 출신의 면면은 이루 다 말하기 힘들 정도다. 28회째를 맞은 2017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11월 18일 오후 6시 유재하의 모교인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유재하음악장학회 주최, 유재하 동문회 주관으로 열린다.
유족이 음반 수익에 사재를 보태 장학회를 설립했고, 장학기금을 바탕으로 대회가 열렸으나 2005년 대회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한 해를 걸렀다. 이듬해 싸이월드의 후원으로 재개됐다가 2013년 다시 무산 위기에 처했다. 당시 대회 출신, 이른바 유재하 동문회가 똘똘 뭉쳐 개최에 힘을 모았고 역대 최다인 482팀(1500명)이 참가해 불씨를 살렸다. 이듬해부터는 CJ문화재단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참가 대상은 해외까지 확대됐다. 싱어송라이터 발굴 취지에 맞게 참가 팀 멤버 전원이 가창·연주 외에 작사·작곡에도 반드시 참여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1, 2차 예선을 거쳐 10개 팀이 본선에 오를 수 있다. 본선 진출 팀에는 모두 2000만 원의 장학금과 수상자 앨범 제작 및 발매, 기념 공연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