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새벽 / 박노해(朴勞解)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줏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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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남는 시
노동의 새벽 / 박노해(朴勞解)
신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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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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