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소다가 암 치료제라니! >
며칠 전 모 종편의 건강관련 프로에서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빵 굽는 베이킹소다에 항암효과가 있다했다. '베이킹소다가 암세포의 성장을 막았다. 가장 싼 암 치료제 베이킹소다!'
관련내용을 블로그에 썼더니 방문객이 폭증했다. 시청자의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쇼킹한 사실이라 중앙일보 독자에게도 알리고 싶어 올린다.
베이킹은 ‘빵을 꿉는다’는 의미, 소다는 나트륨(Na)이 들어 있는 화학물질을 지칭한다. 분자식은 NaHCO3, 정확한 이름은 bicarbonate이며, 우리말로는 중탄산소다 혹은 중조, 그냥 소다라고도 부른다. 물에 잘 녹고 인체에 해롭지 않다. 물에 녹이면 다음과 같은 반응이 일어난다(식1). 찬물에는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반응속도는 빨라져 탄산가스(이산화탄소)가 폭발적으로 발생한다. 열을 가하지 않아도 산성용액과 만나면 빠르게 반응하여 산을 중화하면서 탄산가스가 나온다(식2). 빵을 부풀게 할 때 쓰는 그 물질이다.
식1 ; 2NaHCO3 → Na2CO3 + H2O + CO2
식2 ; NaHCO3 + HCl → NaCl + H2O + CO2
(참조 ; 원소 다음의 숫자는 아래첨자)
이런 기초지식을 가지고 다음 내용을 읽으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다음은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한 논평이다.
1. 설탕에 베이킹소다를 넣고 만든 추억의 과자 달고나!
달고나? 초등학교 앞 골목 등에서 설탕을 국자에 넣어 연탄불에 올려놓고 가열해 만든 과자 비스무리 한 것, 뽑기라고도 하던가.
베이킹소다에 열을 가하면 탄산가스가 발생하는 건 위 반응식 대로다. 베이킹소다가 분해되어 기포를 발생하고 그 기포가 녹은 설탕물 속에 거품을 만들어 부푼다.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소다를 넣지 않고 만든 ‘달고나’도 있다.
2. 베이킹소다가 암세포의 성장을 막았다. 가장 싼 암 치료제 베이킹소다!
쇼킹한 뉴스다. 흔하디 흔한 하찮은(?) 베이킹소다에 그런 효과가 있다니, 정말 놀랍다. 물론 관련논문이 있긴하다. 해당논문은 암을 치료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동물실험에서 암의 전이를 막아준다는 내용이었다. 출연자가 이를 잘못 이해했거나 침소봉대하여 해석한 발언 같았다.
이 논문은 베이킹소다와 암 관련연구로서 2009년에 나온 이것이 유일하다. 꽤 저명한 학술지에 발표됐다(Cancer Research). 암의 전이를 베이킹소다가 줄여준다는 내용이었다(Bicarbonate Increases Tumor pH and Inhibits Spontaneous Metastases). 7년여가 지났는데도 아직 후속논문이 없다. 믿음을 덜 가게하는 대목이다.
암 덩어리의 세포 바깥쪽은 일반 세포나 체액의 pH인 7.2-7.5와는 달리 6.5-6.9가 유지되고, 이런 낮은 pH가 암의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세히는 이 pH에서 cathepsin B라는 효소가 암 덩어리로 부터 암세포를 떼어내어 임파선을 타고 다른 장기로 퍼지게 하는 것을 도와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암 주위의 pH를 높여주면 이 효소의 작용을 막아 전이를 저해할 것이라는 논리에서 이 연구를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주장은 유방암에 걸린 실험쥐에 베이킹소다 수를 먹였더니 타 장기에의 암세포 전이(invasion and metastases)가 줄어(reduction)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아직 그 메카니즘은 잘 모른다고 했다. 이 논문을 보고 TV출연자가 성급하게 암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아직 임상실험도 거치지 않은 동물실험단계의 결과를 보고서. 더구나 이 연구는 베이킹소다가 암 전이를 줄여준다는 것이지 암을 치료한다는 내용도 아니라는 것이다.
후속 논문이 기대되지만, 베이킹소다를 사람에게 구강으로 투여할 경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다는 점이다. 알칼리의 형태로 혈액속으로 그냥 들어가 암 부위까지 도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베이킹소다를 우리가 먹으면 위산이 중화되고 소금과 탄산가스가 되면서 소모된다. 논문에 어떤 성분이 흡수되어 암세포의 성장을 막아준다는 지의 설명은 없었다.
위 논문은 믿는다 하더라도 눈문이라는 것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수로도 혹은 의도적으로도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한 두 개의 논문만으로 의학계에 믿음을 줄 수는 없다. 과거 콜라겐을 먹으면 피부가 탱탱해 지고, 글루코사민을 복용하면 류마티스가 좋아진다는 논문이 수없이 많았다. 그런데 현재 그 주장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이미 효과 없음이 판명됐기 때문이다.
심각한 신장염환자에 베이킹소다를 장기(2-3년) 복용시켰더니 병세가 호전됐다는 임상실험도 있었다. 이 결과도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3. 역류성 식도염에 좋은 베이킹소다!
옛날 위산중화제(제산제 등)가 귀했을 시절, 체했거나 신트림이 날 때 베이킹소다를 물에 타서 마셨다. 베이킹소다가 산을 만나면 이를 중화해 속 쓰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직도 노년층에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
4. 치아건강에도 베이킹소다가 좋다!
좋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효과가 그렇게 클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입안에는 유산균의 생육에 의해 유산이 만들어져 충치의 원인이 되고 또 각종 미생물이 번식하여 휘발성물질을 생산하여 구취가 생긴다. 이를 알칼리 용액으로 자주 헹궈주면 충치예방과 입 냄새에 다소 도움이 될 개연성은 있다. 이런 작용을 기대한다면 베이킹소다 말고도 구강세척용 제품이 여럿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다.
5. 각질제거에 좋다!
각질에 베이킹소다가 스며들었다가 분해되면서 탄산가스가 발생하여 거품이 난다. 일종의 발포(發泡)현상으로 각질을 피부로부터 들뜨게 하여 제거하기가 쉬워지는 현상이다. 별로 새로운 사실도 아니며 신기할 것도 없다.
6. 베이킹소다가 북한사람에게는 눈물 나는 요술가루!
쉰밥에 밀가루와 베이킹소다를 넣고 빵을 만들어 먹는 것이 눈물 난다는 발언이었다. 버리기 아까우니까 그걸 빵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취지인가본데, 빵을 부풀게 하는 원리와 똑 같다. 요술도 아니며 이상할 것이 없다.
7. 싱크대, 가스레인지 1분 만에 청소!
베이킹소다에 세척효과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알칼리 용액이라 단백질오염 등을 물에 잘 녹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다. 동시에 냄비나 후드 등의 눌어붙은 때에 베이킹소다의 탄산가스가 때와 용기 사이를 분리해 주어 세척효과를 도와주는 원리다. 별 신비한 비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종편의 이런 류의 프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참 방송소재 치고는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방송이 시청자에게 사실이 아니면서도 자칫 허황된 기대감과 환상을 줄 수 있어 큰 파장을 몰고 올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퍼져 큰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킬 염려마저 있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