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동차를 살 때 미리 점 찍어둔 모델을 두고 동급의 다른 모델을 비교해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워낙 복잡한 상품이기 때문에 평소 차에 관심이 없다면 용어도 어렵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비교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인, 실내 공간 등 취향과 목적, 예산에 맞게 후보군을 좁히고 해당 차량의 FMC(Full Model Change, 세대변경모델) 시기를 비교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FMC=Full Model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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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C는 말 그대로 세대변경을 말합니다. 스마트폰도 모델명에 세대변경 숫자(아이폰 7,갤럭시 8 등)가 있듯 자동차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 새로운 이름을 붙입니다. FMC 주기가 10년 이상도 흔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통상 5~7년 정도면 새로운 세대가 등장합니다. 1~2년 마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는 라이프 사이클이 상대적으로 더 깁니다.
FMC는 자동차의 핵심인 차체부터 사소한 부품까지 기존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기준을 추구합니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천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하므로 기존 세대보다 진일보한 상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FMC 차는 나오는 동시에 5~6년 간 부분적인 개선만으로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아야 하므로 더 높은 기준을 가지고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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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FMC를 개발할 때는 차체 강성을 강화하고 구조를 개선해 충돌 시 안전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서스펜션 구조를 개선하고 지오메트리를 최적화해 주행 성능도 높이는 등 차량의 본질적인 성능 개선에 중점을 둡니다.
더불어 전달계 설계 구조도 개선하고 흡음 및 차음재 적용면적도 넓혀 기존보다 더 NVH 성능을 향상시킵니다. 주행 시 감성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지요.
인테리어, 수납공간 등 UI 측면에서도 만족도를 높이는 작업은 계속됩니다. 최근에는 환경규제도 강화되서 동력계통도 대대적으로 개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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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C와 구별해야 할 개념으로 F/L(페이스 리프트, 부분변경, 개조차)이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에서는 최근 F/L이라는 표현 대신 상품성 개선(PE, Product Enhancement)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F/L은 스마트폰 중 아이폰의 S모델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 시리즈는 통상 2년에 한 번 새로운 세대를 발표하며, 홀수 해에는 기존의 디자인을 유지하고 새롭게 일부 부품을 개선한 S 모델을 발표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 효과가 떨어지는 5~6년의 기간 중간 정도 시점에 디자인 일부를 개선하고 신규 옵션을 적용해서 상품성을 다듬은 F/L 모델을 통해 디자인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경쟁력을 강화합니다. 마치 신차가 나온 것처럼 “뉴”, “더 뉴” 등의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F/L은 주로 디자인을 새로 다듬어 신선도를 끌어올리죠. 따라서 F/L이 내부의 부품, 충돌 구조등을 개선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기존 모델을 보강하는 수준입니다. 완전히 새로 개발하는 FMC만큼 상품성이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개발비 역시 FMC의 1/3 이하로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물론 F/L 시기에 신규 엔진을 투입하거나 플랫폼을 변경하는 예외적으로 큰 변화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는 드물며 FMC를 위한 사전 작업 성격이죠.
F/L뿐만 아니라 매년 있는 연식 변경 모델들도 ‘뉴’,’더 뉴’,’2017년식’ 심지어 ’2018년식’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신상’은 FMC입니다.
가장 최근 FMC 모델을 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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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 때문에 비슷한 차급과 가격대의 두 차량을 꼼꼼하게 비교해봐도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알 수 없다면 최근에 FMC된 차량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한 차량은 2012년에 FMC가 나오고 F/L만 한 번 거쳤고, 다른 차량은 2015년에 FMC가 나와서 연식 변경만 있었다면 후자의 차량을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입니다.
같은 차급일 경우 아무리 F/L을 거쳤다고 해도 2012년의 기술인 차량과 2015년의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기술의 발전이 점점 빨라지는 요즘에는 특히나 본질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3년이 아니라 5~10년으로 길다면 당연히 최근에 나온 차량이 여러모로 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군다나 차량은 통상 5년 정도는 보유하므로 미래 보유 기간을 고려하면 FMC를 사는 것이 더 낫습니다.
감성적, 금전적 요소도 FMC차를 구매해야 할 이유입니다. 최근에 나온 FMC 차는 최신형 모델을 탄다는 뿌듯함과 신기술도 만끽할 수 있지요. 반대로 FMC가 된지 오래된 차량을 구매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나오는 FMC 모델 때문에 구식이 되어 버립니다. 또 새로운 세대의 차량이 등장하면 상대적으로 기존의 것은 수요가 줄어들어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므로 ‘끝물 할인’을 받아서 샀다고 해도 실질적인 가격 이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FMC가 오래된 차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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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중 FMC가 출시된 지 약 5년 정도 경과한 차량(렉스턴은 G4 렉스턴이 나왔으니 제외)들만 정리한 표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경과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드는 신차 개발 비용을 투자할 정도로 회사 재정이 좋지 않거나, 판매량이 예상보다 저조해 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적극적인 신차 개발을 추진할 수 없었던 모델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세월이 흐르면서 경쟁차들은 새로운 세대의 모델을 출시한 만큼 이들 차량의 최근 판매량은 좋지 못합니다. 이 목록에 있는 차량들은 대부분 FMC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는 만큼 구매 전 신중할 것을 추천합니다.
수입차의 경우에는 해외 출시 기준으로 파악해야하기 때문에 FMC 시기를 알아보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복잡합니다. 다만 수입차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FMC 시기가 비교적 더 긴 경향이 있습니다.
FMC 시기를 체크하는 것은 합리적인 구매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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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들의 꽃은 신차(FMC, New Car)입니다. 신차를 개발하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켜서 성장해야만 회사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수 천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구성원들의 피와 땀이 모여 새로운 모델이 탄생합니다.
반대로 신차가 실패하게 되면 타격은 매우 커 작은 규모의 자동차 회사일 경우 신차 1~2개만 실패해도 휘청거리게 됩니다. 이 얘기를 반대로 하자면 FMC가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동차 회사는 발전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 자동차를 선택할 때,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이 있을 경우 이왕이면 최근에 FMC된 차량에 더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엔카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