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이혜란
발칙한 상상
한도 초과한 편견을 사포질하다
가위눌린 듯
발칙한 상상 속에 빠진다
쉼표를 물음표로 바꾸면
잔물결도 벌떡 일어나 삼바 리듬을 탈까
줄기가 부러지지 않을 만큼의
바람이 지나다니는 골목
위아래 문장의 행간을 나누듯
종종거리는 발목에 힘을 빼면
몇 센티 각도로 넘어질까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방지턱에 걸린 늙은 지도의 난감해진 은밀함
사타구니에 숨겨도 들킬까
지나온 생을 벗기면
부피로 계산해야 할가
너비로 계산해야 할까
발칙한 상상은
넘치는 것과 모자란 것 사이
어디쯤에서 자랄까
보호색
나는 없다
나는 어디에나 있다
깊은 바닷속
물결이 침묵의 그림자로 나를 지운다
바위의 숨결을 빌려 돌이 되고
산호의 몸짓으로 꽃이 된다
끝없는 변신 속
배역에 따라 흉내문어는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어둠이 나를 집어삼킬 때
나는 빛이 되기도 하고
빛이 나를 부를 때
나는 색으로 답을 한다
나는 있다
지금 나는 없다
내가 나를 온전히 잊을 때
비로소 나는 자유가 된다
장수비결
붉은 술을 빚는다
버려지는 자와 떠나가는 자
지킴을 받는 사람과 남아야하는 사람
기대어 사는 자와 스스로 뿌리 내린 자
늦게까지 웃는 너는
얼큰하게 취기 오른
나뭇가지 흔들리듯
지나온 이력을 목구멍 속으로
홀짝홀짝 털어 넣는다
부서진 후회와 한 숨
그늘은 짧아도 그림자는 길어
해묵은 바람을 등에 지고도
휠지 모르는 시간을 발효시키면
묵직하게 피워낸 지혜
백 년을 살아낸 병솔나무 장수비결이
바투바투
장수 꽃술 부풀린다
붉은 술을 마신다
카페 게시글
회원작품(운문)
시_이혜란_발칙한 상상/보호색/장수비결_안산문학37집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