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리대 이야기
생리대를 확인한 아이는 짜증을 내었다.
" 아니 이건 머여요? 머냐구요?'
생리가 터진 아이라며 하하호호 아이 손목을 붙잡고 와서 던져놓고 가버린 동료 교사로 나 또한 기분이 좋지 않은 터이다.
나 : "어?"
마침 약장에 1개 있던 것을 찾아내어 꺼내주었다
아하, 생리대 사이즈를 말하는 것인가?
나 또한 머리가 뜨겁게 타올라 뚜껑이 열리던 참인지라 짜증난 감정을 누르고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옆 친구를 돌아보며 말해주었다.
" 가서 슈퍼에 가서 사서 수정이가 원하는 거 골라사서 쓰도록 해주면 어때"
그러자 아이들이 얼굴 표정이 환해지더니 일어섰다.
이 코로나 세상에 생리대 달라는데, 주변화된 여교사 혼자 불가능한데 동료교사들은 공감력 Zero 던져놓고 간다.
전교 여학생과 여교사 생리대를 어떻게 사람의 손으로 주겠는가?
꼭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경우 어쩌다 발생하는 70년대 80년대인가?
나세대에 엄마 알 몸 한 번 본 적 없이 자란 세대는, 선생님에게 생리대 받으러 가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했다.
지금은 어디서든 알몸 목욕탕 문화가 대중화 되었고, 알 몸 전시 포르노화(투명사회, 한병철)사회로 이행되었다.
" 왜 불친절 하게 주는 거예요?"
" 어? 한방 아니잖아요오!"
남녀 이성교제를 강하게 규제하는 학교에서는 일부러 남학생들을 시켜 생리대 가져오라고 심심풀이 장난의 대상이기도 하다.
남학생 앞에서 챙피스럽게 주었다고 학부모의 뒷말도 나왔고, 다른 동료보건교사들 학부모 민원 대상이 되지만 바뀌지 않는다.
고상한 선생님들에겐 못 뿌려놓는 갖가지 통계 보고건 등 업무가 밀려들어 코로나 이전에 업무 포화상태였다.
생각해 보면 지금껏 보건교사로 살아온 나는 위험하다.
첫 문장, 한 문장도 어려운데 몇 페이지에 걸쳐, 주말엔 책상에 앉아서 교육청에 의견서를 써대고, 전교조와 힘을 합하였다.
자판기를 들여놓았으면 했지만, 행정파트들은 완강하게 '영업이익'이 난다며 거부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던 2015년도 어느 학교 보건선생님이 들여놓은 자판기엔 이의를 달지 않으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일꺼리 하나 생길까 완강하게 거부하는 것이다.
김승환 교육감 시절 생리대를 도교육청 차원에서 일괄 1인 3만원어치 지급하기 시작한 지 4년여 된 거 같다.
개별 학생 만족도 조사를 입력하라는 재차 공문이 오곤 하지만, 언감생심이다.
보건실에 구비해야 할 물품이 아니고 법적 근거도 없다.
그 사이 다른 과목 여교사 혼자 쓰는 방도 학교안에 생겨났다.
후발 과목 주자들은 자신 과목이외 업무를 더하지말라는 교육청 공문을 생성할 줄 아는 쌈빡한 업무분장을 하고 있다.
좋은 맘으로 시작한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호구마냥, 쓰레기 처리장 마냥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