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에게나 인생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했다. 그동안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이 전제에 대해서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보다 나에겐 3번의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어느날 모작가의 책을 읽다가 그 작가는 3번의 기회가 왔는데 그것이 독서, 결혼, 책 발간이라고 했다.
어라!! 저런 것을 기회로 본다면 나에게도 이미 지나갔지만 3번의 기회가 왔을 텐데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그리고 떠오르는 것이 있어 오늘은 그것에 대해 글을 써 보고져 한다. 기회는 인생을 크게 바꿔주는 계기가 되거나 행운이 찾아오는 것이다. 여태껏 기회는 후자로만 생각했지 전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찾아온 3번의 기회는 10대, 20대, 40대였다.
3번 모두 사람으로부터 왔다. 나는 이를 귀인 또는 인생 사부님이라고 칭한다. 첫번째 10대에 찾아온 기회의 사부님은 나의 외삼촌이다. 그 당시 외삼촌은 복싱 도장을 운영해 왔고 훌륭한 제자들을 육성하고 있었다. 나의 사부님은 현역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은퇴 후 국제 심판까지 하여 나에게도 그런 끼가 있지 않을까 해서 1년 정도 훈련시켜 봤지만 꽝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50년 이상 로드웍을 바탕으로 생활 러닝을 하여 이제는 하늘이 무너져도 거의 매일 달리는 마니아가 되었다. 나의 러닝 기록은 기간(51년)으로나 거리(79,000km)로나 논스톱 일자(3년 174일)로나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적으로 순위를 매겨도 상위 10% 범주에 들어가는 기록일 것이다. 이는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체력, 자신감을 길러준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20대에 찾아온 두번째 기회는 고교 동문 선배님이다. 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를 했지만 고졸과 대졸 출신의 대우가 너무나 달랐다. 그 당시에는 대졸 출신이 부족하여 고졸 출신 중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여 사내에서 대학 교수를 초빙하여 1년간 수업을 받고 전문대 졸업 자격을 인정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
인원은 50명 정도였고 3년에 걸쳐 3기까지 배출시켰다. 나는 1기 출신으로 그 관문을 통과한 직원들에게는 사무직에서 일반직으로 직군이 변경된다. 즉, 고졸 출신은 사무직이고 전문대 및 대졸 출신은 일반직이다. 직군이 변경되었지만 학력은 입사 당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항상 고졸로 따라다녔다.
아킬레스건과 같은 학력 때문에 엄청난 콤플렉스를 겪었다. 그러던 차에 동문회 모임에 갔다가 귀가하던 중에 교직 생활을 하다가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일반직 선배님이 자기 집에 차를 마시러 가자고 권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인사차 하는 말씀이라고 사양했을 텐데 그날은 왠지 따라가고 싶었다. 차를 한잔 마시면서 선배님은 자꾸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을 가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 둘 입장은 아니였다. 그다음 날 알아보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4년제 대학교에 야간부가 있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주경야독으로 1년간 입시학원 다녔고 그 이듬해 운 좋게 내가 원하던 학과에 패스를 했다. 대학 4년을 포함하여 5년간의 주경야독 생활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고비였다.
그 고비를 넘고 나니 운 좋게 회사에서 인사기록부를 전산화하면서 최종학력을 인정해 주었다. 그때부터 내가 일반직들한테도 꿀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5년 이상 진급이 빨랐고 학력의 콤플렉스에서도 벗어나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회사에 입사하여 10년 만에 이루어졌고 그 덕분에 26년간 말단에서 간부까지 무난히 지낼 수 있었다.
마지막 40대에 찾아온 3번째의 기회 제공자는 내 부하 직원이였다. 이 직원은 IMF 이후 기업 합병으로 오갈 데 없는 처지에서 내가 흔쾌히 받아 주었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고 난 그 직원의 음모론에 휘말려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철천지 웬쑤가 나의 스승이라는 말을 내 인생 사부이자 친한 친구인 그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기에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이참에 직장생활은 그만하고 내업을 해보자고 하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내년이면 20년 차가 된다. 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아무도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창업을 하고 1년만에 고비가 찾아 왔다. 몇번이나 포기할까 하다가 지인들의 조언과 성원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했다. 물론 그동안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과 자신감 그리고 대기업에서 근무한 자부심도 한몫을 했다.
사업으로 큰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고 누군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기회는 항상 위기의 탈을 쓰고 찾아온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위기와 기회는 단지 생각과 끈기의 차이일 뿐이다. 인생에 있어 꼭 3번의 기회만이 오는 것은 아니다.
기회의 속성을 알고 그 맛을 한번만 보면 기회는 수없이 찾아온다. 남은 인생 더 멋진 기회를 기대해 보면서 항상 준비하고 선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그동안 나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 사부님들께 감사를 표하면서 여러분들께서도 귀인을 잘 만나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인생 3번의 기회를 붙잡을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