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우리 부부는 본가와 처가를 방문했다.
마침 어버이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노모 두 분을 뵙고 싶었다.
양가 아버님 두 분이 하늘나라로 떠나신 이후에 각각의 처소엔 어머님만 홀로 계셨다.
같이 식사하고 대화하며 따뜻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양가에 있는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쇠약해져 가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애틋함이 가슴팍을 후볐다.
그래서 더 자주 찾아뵙고자 나름 애쓰고 있다.
2012년 5월 8일.
나는 여느 때처럼 퇴근 후에 운동까지 마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밤 10시 30분이 넘은 시각.
밖에서 누가 아파트 출입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우리집 대문의 버튼키를 누르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던 찰라, 순식간에 한 사람이 문을 열고 훅하고 들어왔다.
처음엔 적잖게 당황했다.
"저 왔어요."
"아이고, 우리 딸이네. 왠 일이니? 이 늦은 시간에...."
솔직히 반가웠다.
기대하지 않았던 반가운 해후였다.
서로 부등켜 안고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어버이날'이라 시간을 쪼개 들렀다고 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아내의 눈가에도,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눈가에도 이내 이슬이 맺혔다.
아파트 단지 앞 호프집으로 갔다.
5월이라 날씨는 온화하고 좋았다.
반가운 만남을 자축하며 간단하게 호프를 한 잔 하고 우리동네의 명물인 '철쭉동산'으로 가서 심야 데이트를 즐겼다.
행복한 밤이었다.
다음 날 새벽에 나는 출근했고 딸은 아침식사 후에 자신의 삶터로 갔다고 했다.
하룻동안 열심히 일하고 퇴근했다.
집에 가보니 거실 탁자 위에 편지 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다.
열어보니 딸이 놓고 간 편지였다.
짧고 간결했지만 사랑과 감사가 묻어났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엄마, 아빠 정말 오랜만에 펜을 들어요.
항상 쓰고 싶지만 마음만 앞섰지 행동으로는 실천하지 못했네요.
못난 딸을 용서해 주세요.
우선 '어버이날'을 맞아서 이렇게 편지도 쓰고, 찾아뵐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합니다.
제가 장교 후보생이 되어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6개월이 되었네요.
처음엔 설레고 마냥 좋기만 했던 기숙사 생활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니 집이 많이 그립습니다.
역시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 최고에요.
또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엄마, 아빠.
제가 지금까지 바르고 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 부모님 덕분입니다.
어리고 숫기 없던 딸이 어느새 자라서 대학교 3학년, ROTC 창단멤버가 되었네요.
지금 이 시간에도 바로 그 점을 생각하며 사랑하는 부모님께 감사편지를 쓰고 있어요.
돌이켜보면 저희들에 대한 부모님의 교육은 정말로 훌륭했고 단연 최고였습니다.
절대로 다그치거나 강요하지 않으셨지요.
그러면서 언제나 사랑의 눈빛으로 조용히 지켜봐주셨고, 기도하면서 응원해 주셨습니다.
커서보니 그 점이 다른 동기들과 큰 차잇점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여러 면에서 잘 난 것도 없는 우리를 묵묵하게 지켜보시면서 불안했던 점들이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도 늘 웃음 지으시며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셨잖아요.
실수가 잦고 점수가 형편 없을 때에도 한결같이 힘을 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와 동생.
부모님의 한없는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각자 최선을 다할게요.
진심으로 존경하며 사랑해요.
우리 남매의 오늘은 그야말로 부모님이 설계하고 만드신, 오랜 기다림과 절대적인 신뢰의 결과물임을 고백합니다.
떨어져 살아도 언제나 엄마, 아빠를 생각하고 있어요.
또한 항상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
사랑해요.
영원히.
2012. 5. 8
두 분을 위해 밤 늦게라도 꼭 방문하고 싶은 마음으로 씁니다.
어버이날에, 딸 진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