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도 평화나 안전(안보)을 유지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폭력에 대항할 힘이 없이 평화만 외친다면 이는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이라 하겠다. 문제의 핵심은 '평화나 안전(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한 적절한 힘이 어느 정도이냐' 이다.
평화나 안보를 지킬 충분한 힘이 있는데 과도한 훈련과 국방력을 강화한다면 이는 낭만적인 평화관 이상으로 매우 어리석고 비합리적인 처사라 하겠다. 지나칠 경우 국지전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국지전은 다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반도에 핵전쟁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1953년의 6·25 한국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한반도의 대형 참사요,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다. 과도한 훈련이나 국방력 강화로 남북한의 전쟁 가능성을 고조하는 행위는 즉시 중단하고 이를 막기 위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아래 글을 보면 지난 20년간 한국의 평화 운동은 주로 군사력 약화 및 축소 등 군사력 축소 운동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평화 운동의 가능성과 한계성이 동시에 담겨있다 하겠다. 그러나 한국의 평화운동이 약점과 미흡한 점이 있어 왔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평화' 개념과 가치를 중시하고 확대해온 것은 상당한 업적인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시절 기존의 통일교육에 평화의 개념이 추가된 것도 그동안 평화 운동의 효과와 관련성이 클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평화 운동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임재성 변호사의 다음글이 많이 기대된다.
이병호 남북교육연구소장
원문보기 : 한국 평화운동 20년의 궤적과 미래 ①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방산수출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세상읽기] 임재성 | 변호사·사회학자
정전 70주년인 2023년 올해는 한국 평화운동 20주년이기도 하다. 민주화와 탈냉전이라는 조건 속에서 1990년대 한국 평화운동의 선구적 단체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분단을 가장 중요한 사회적 모순으로 인식했던 기존 통일운동과 달리, 당대의 군사기지, 군대, 국방비, 군사동맹, 군사주의 문화에 천착하는 운동 주체들이 출현했다. 그리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한국군 파병 반대 운동을 기점으로 ‘대중운동’으로서 평화운동이 비로소 시작됐다. 당시 설립돼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모두 올해 20주년 사업을 준비 중이다.
평화운동은 지난 20년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20년 정리를, 다음 칼럼에는 이후 과제를 다루고자 한다.
한국 평화운동은 부당한 군사기지 건설과 운용에 맞서 싸워왔다. 2000년대 중반 ‘서해안에 인접한 미군기지는 중국 견제용이다. 한반도의 평화적 생존권이 침해된다’며 주한미군기지 평택 확장 이전에 반대했다. 2010년 전후로는 주민들의 처절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법하게 강행된 제주 강정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집중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는 경북 성주 사드배치 반대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 전쟁 자체에 대한 반대를 넘어, 전쟁을 준비하는 군사기지 감시와 통제는 평화운동의 전통적인 영역이다.
한국 평화운동은 과도한 국방비를 문제 삼았다. ‘세금을 무기에 쓸 것이냐 복지에 쓸 것이냐’는 ‘총과 버터 논쟁’이라는 이름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나라에서 자원 배분의 주요한 쟁점이 됐다. 그러나 군사화된 한국 사회에서 더 많은 국방비는 그 자체로 미덕이었다. 이는 정당을 가리지도 않았다. 민주당 집권 시절 국방비는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평화운동은 2010년을 전후로 평화군축박람회를 개최했고 ‘우리의 자원을 군비 증강이 아닌 기후위기와 재난 예방, 사회불평등 해소를 위해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2002년 F-15 전투기부터 2022년 경항공모함까지, 값비싼 무기 도입 반대와 비판 역시 지속했다.
한국 평화운동은 불완전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자는 담론을 생산하고 실천해왔다. 평화운동이 가장 많이 받는 반문은 ‘지금 우리나라가 전쟁 중인 것은 아시죠?’다. 평화운동은 답한다. ‘우리가 그 전쟁을 끝냅시다!’ 평화운동은 2020년부터 3년 가까이 한국전쟁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자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과 전세계적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올해는 시민들의 의지를 유엔과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전달하며 결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국 평화운동은 군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군인에게도 인권이 있습니다’라는 말은 한국 평화운동 시작과 궤를 같이한다. 장병 월급 인상, 복무 여건 개선, 군인권보호관 도입, 군사법원 축소 등 군인권 영역에서의 소중한 변화들 뒤에 평화운동이 있었다. 지난 대선 때 평화운동은 상비 병력 30만으로 감군, 의무복무 12개월 단축, 3년 복무 지원병 신설로 모병제 혼합 등 병역제도 개선 대안을 제시했다. 징병제 국가에서 이보다 큰 민생정책이 없지만 정치권은 월급 이외 논의에는 무관심했다.
평화운동의 본질적 지향과 가치는 비폭력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가 아닌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평화운동이 비폭력 신념을 내면화했다는 이유로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개인들과 연대한 것은 필연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평화운동이 등장한 2000년대 초 공론화됐고, 오랜 부침 끝에 2018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병역거부는 비로소 권리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 부재했던 비폭력의 권리.
이 때문에 평화운동은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판하고, 같은 기준으로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 역시 축소하거나 중단해야 한다 주장한다. 현 정부는 케이(K)-방산이라며 무기 수출을 최우선 외교 과제로 상정하고 있다. 평화운동은 ‘살인을 수출하지 말라’고 비판한다. 화려한 에어쇼가 하늘을 뒤덮는 방위산업전시회 행사장에서 ‘이윤이 전부인가, 윤리는 없는가’라는 질문을 부득불 던지는 것이 지금 우리의 평화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