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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서부턴 어사 모양 차릴 적에 철태없는 헌 파립 노 갓끈 달아쓰고
편자만 남은 헌 망건에 갓풀 관자 종이 당줄 두통나게 졸라 쓰고,
다 떨어져 깃만 남은 도포에 삼동이는 헌 복띠를 흉복통에 눌러 매고
뒤축 없는 헌 길목 그렁저렁 걸어 신고,
세살 부채 손에 들고 서리 역졸 불러 약속하고,
"너희는 이제로 발행하여
고산 진산 무주 용담 진안 장수 운봉으로 넘어,
아모달 아모날에 남원 읍내로 대령하라!"
중방 불러 분부하되,
"너는 이제 발행하여 김제 임피 금구 태인 고부 영광 나주 보성 순천 곡성으로 넘어,
아모달 아모날애 남원 읍내로 대령하라." 은근이 분부하고,
어사또는 감영으로 들어을 제,
경기전 오목대 한벽누 구경하고 남천교 얼른 건너 반수역에 중화하고,
노구바위 임실 오수역에 숙소하고 생각하네,
춘향 얼굴 눈에 삼삼 귀에 쟁쟁하여 지팡막대 검쳐잡고 흐늘흐늘 내려갈 제,
이때 방농시절이라.
농부등 수십명이 술 밥 고기 많이 먹고 갖은 풍장 둘러 메고 멋이 있게 노는데,
"두리둥퉁퉁 꽹매꽹꽹, 어이여루 상사뒤오.
여보소 농부들아 내 말을 들어보소!
천리건곤 태평시에
도덕 높은 우리 성군
강구에 문동요라.
순임금의 버금일세.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두리둥퉁 쾡매쾡 어이여루 상사뒤오.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골 사또가 모지도다!
월삼동취 독한 형벌 몹시도 꽝꽝 때려서 거의 죽게 생겼으되
종시 훼절 아니하고 죽기로만 결단하니 그런 열녀 어디 있나?
어이여루 상사뒤오.
패랭이 꼭지에 계화를 꽃고 매우락기 춤이나 추어볼가?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투동퉁 쾡매쾡.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서마지기 논배미 반달만큼 남었네.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네가 무슨 반달이냐?
초승달이 반달이지.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은왕성탕 어진 임금 대한칠년 만났도다!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하우씨 어진 임금 구년지수 만났도다!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이 농사를 어서 지어 왕세국곡 하여보세.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여봐라 농부들아 농사 어서 지어 부모처자 보존하세.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이러할 때에 어사 거동 보소.
답두에 올라서며 하는 말이,
"어허 그 농부, 제 밥그릇에 똥 누었고?" 하고,
"저 농부네 말 좀 물어보세."
그 중에 젊은 농부 썩 나서며 어사의 멱살을 잡고,
"이놈 이놈! 고약한 놈이라." 할 때에
늙은 농부 곁에 서 있다가
"마소 마소! 그리 마소! 걸인 죽이면 살인 없나?
이보 이 양반 저보 저 양반, 무슨 말인지 날다려 하오."
줌치 썩 벌려 주먹에 쥐어내어
손바닥에 춤 탁 뱉어 뜻적뜻적 뜻적일 때
지간에 흐르는 춤을 이리저리 훔쳐
곰방대 쑥 잡어빼어 꾹꾹 뭉쳐 넣어 화로 불끈 잡아당겨
손 불쑥 넣어 이리 뒤적 저리 뒤적
곰방대 쑥 처넣어 두 볼따귀가 오목오목 빨어낼 제,
두 코궁기서 내가 홀홀 나며,
"어허, 그 담배 멋 있고!"
어사의 이른 말이,
"이 골 사또 정처 어떠한고?"
농부 대답하되,
"우리 사또 정처 어떠한 것 있소.
원님은 노망이요,
좌수는 주망이요,
아전은 도망이요,
백성은 원망이니
사망이 물밀듯하지요."
☆☆☆
어사 다시 무르되,
"들으니 춘향이가 사또 수청들 시 분명한가?"
저 농부 대 골이 출하여 하는 말이,
"옥같은 춘향 몸에 누추한 말 어찌하나?
구관사또 자제 이도령인가 난정의 아들인가 춘향과 백년가약 맺었더니,
이도령 오기만 기다리고 독수공방 빈 방안에 수절하더니
신관사또 도임초에 급히 불러 수청하라 하니 수절이 정절이라.
수청 아니 든다 하고 무죄한 춘향을
옥 같은 두 다리에 독한 형문한 채 맹잘하여 항쇄 수쇄 금수옥중하여 명재경각 하였으니
그러한 선정지관원은 어디 있으랴?"
어사 농부를 하직하고 남원으로 행하더니,
이때 한 노구 술을 팔거늘 어사또 가즉이 앉아,
"여보게 주모, 이 골 춘향이가 열녀란 말이 옳은가?"
"애고 여보시요. 비단 열녀라 하리오만 죽은 제가 십여일이요."
어사 어이 없어,
"자네 그게 참말인가?"
"여보 내 말 들어보오.
일전에 남원 한량들이 춘향을 불상히 생각하여 빈소에다 주효를 많이 차려놓고
축문지어 이으기에 술 밥 고기 많이 얻어 먹었소."
어사 기가 막혀,
"여보게 춘향의 빈소를 가르치소."
노구 손을 들어
"저 건너 반송 밑에 새 빈소가 기요."
어사 급한 마음, 천방지축 건너가서,
"애고 춘향아! 이게 웬 일인야!
애고, 애고, 춘향아! 네가 이게 웬일이냐!"
한참 이리 야단할 제,
그 빈소가 옹생원의 빈소로다.
이때에 작은 옹생원이 빈소를 바라보니
어떠한 소년이 빈소 앞에 꺼꾸러져 방성대곡 섧이 울며,
"춘향아, 춘항아!" 부르며 울거늘,
집에 돌아와,
"형님. 엇던 사람이 어모님 빈소에서 우난이다."
"야야, 그게 외삼촌이다."
"모친 아명이 춘자 향자오닛가?"
"야야, 그러나 가보자."
상복을 떨쳐 입고 상장 막대 걸쳐 잡고,
어이 어이 울며 건너가니이때 어사 정신 없이 잔디를 와드득 쥐어 뜯으며,
"애고 애고, 내 사랑아!"
한참 이리 기절할 제, 옹상인이 사랑이란 말을 듣더니,
"어허, 이게 웬 놈이니."
상장 막대로 어사를 냅다 치니,
어사 깝짝 놀래어 돌아보니 어떤 상인이 섰거늘
정신 없이 일어나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몇십리를 도망하여 생각한즉 허망하다.
그렁저렁 내려갈 제,
어떠한 아희놈이 신세자탄 하는 말이,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대광보국 숭록태후 팔도방백 각읍수령 다 사는데 요내 신세 들어보소.
십세안에 양친을 조별하고 길품으로 나서
이관 십리를 못나와서 발가락이 아니 아픈 데 없이 다 아프네.
요 내 약한 이 다리로 몇날 며칠 걸어 서울 가며,
동지장야 긴긴밤에 몇 밤 자고 한양 가리?
조자룡의 용총마가 있거더면 이제 잠간 가련마는 애고 애고 설운지고.
육백여리를 언제 갈고?"
어사 마침 지내다가 그 아희 노래를 듣고,
"여봐라 이애, 어디 살며 어디틀 가는다?"
☆☆☆
그 아희 대답하되,
"남원부 사옵더너 구관 사또 자제 이도령님이
춘향과 백년기약 맺고 가신 후에 소식이 돈절할 뿐 아니라,
춘향이 방장 형문 맞고 옥중에 갇힌 춘향이 편지 맡아 가는 길이요."
"이얘, 그 편지 이 다오.
네 나를 아니 만났으면 허행을 할 뻔하였다."
이 아희 그 말 듣고,
"그 어인 말씀이닛가?"
"네 말을 들어보아라. 이도령과 절친 터니라.
그 집이 탕패하여서 풍비낙산하고 가중이 다 비었나니라."
그 펀지를 떼어보니 하였으되,
"두어자 글을 도련님 좌하에 올리나이다.
복미심하절에 시중 기체후 일향만안하옵시며 복모구구 무림하성지지압.
전라도 남원 천변리 거하는 임자 생신 성춘향은 도련님 올라가신 후에
신관사또 내려와서 수청 아니든다 하고
형문 때려 항쇄 수쇄 족쇄하여 엄수옥중하여 거의 죽게 되었으니
도련님 내려와서 불상한 춘향을 살려주옵."
편지 끝에 하였으되,
"기세하시에 군별첩고. 작이동혈우동추라. 광풍반야 우여설하니 하위남원 옥중퇴라."
혈서로 하였는데 평사낙안 기러기격으로 그저 뚝뚝 찍은 것이 모두애고로다.
어사 보고 방성대곡 섧이 우니 저 아희 하는 말이,
"남의 편지를 보고 왜 우요?"
"엇다! 이얘. 남의 편지라도 설운 사연을 보니 자연 눈물이 나는구나!"
"여보! 인정 있는 체하고 남의 편지 눈물 묻어 찢어지요.
그 편지 한장 값이 열닷냥이요. 편지값 물어내요."
"여봐라!
이도령이 내려오는데 내일 오시에 남원으로 날과 만나기로 언약하였으니
나를 따라가서 답장 맡아 가거라."
그 아희 곧이 아니 듣고 방색하며 서울이 저 건너로 알으시오?" 하거늘
어사 이상한 것을 뵈니, 저놈 보고 물러나며,
"그것 어디서 났소?"
"이놈 만일 천기 누설하였다는 성명을 보존 못하리라!"
아희를 하직하고 남원으로 내려올 제 박석티를 올라서서 좌우산천 둘러보니
산도 예 보던 산이요 물도 예 보던 물이라.
"광한루야 잘 있더냐? 오작교야 무사하냐?
객사청청유색신은 나귀 매고 놀던 데요,
양유청청 도수린은 우리 춘향 추천 매고 놀던 데라."
그렁저렁 춘향 문전 다다르니
들축 죽백 전나무는 단장 안에 홀로 서고
빗장전 누은 개는 기운 없이 조을가가 구면객을 몰라보고 꽝꽝짓고 내다르니
"요개야 짓지 마라, 주인 같은 손이로다!"
화정을 살펴보니
화간의 학두루미는 짝을 잃고 한마리 남은 것이 개에 물려 그러한지
부러진 날개 땅에 끌면서 난간 담을 넘으려고 한 발을 오그리고
자른 목 길게 빼여 낄룩 뚜루룩 징검징검 나오는 양을 어사또 보시더니,
"이면부지 하처거요. 도화의구소춘풍이라.
가이인혀여 부려조로다 만은 너의 주인 어디 가고 네가 나와 반기느냐?"
중문을 바라보니 내 손으로 쓴 글자가 충성 충자 완연터니
가운데 중자는 어디 가고 마음 심자만 남았는데,
광풍을 못 이기여 기운 없이펄렁펄렁 사람의 수심을 도와낸다.
그렁저렁 들어가니 내정은 적막한테
어더서 슬픈 소리 들리거늘 자상이 듣고보니
춘향어미 우는 소리라.
후원 정한 곳에 칠성단 정쇄케 하여
새 소반 새 사발에 정화수를 받쳐 놓고 애연히 비는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남도 칠성님전의 비나이다!
사해용왕 제불 보살 화위동심하와 다 굽어보옵소서.
무남독녀로서 근근이 길러내어 어진 사람 도령님과 백년기약 깊이 맺어 영귀할가 바라더니
새 사또 도임초에 수청 아니 든다고 몹시도 꽝꽝 때리어 방재옥중하여 기지사경이오니
올라가신 도련님이 청운에 놉히 올라 전라도 감사,
전라어사나 양단간에 하여 내 딸 춘향이 살려주소!" 하더니 기절하는지라.
☆☆☆
어사또 하는 말이,
"내가 우리 선영음덕으로 벼슬한 줄 알았더니
이제 와 보니 춘향어미 정성이로다! 춘향어미 게 있나?"
춘향어미 나오더니,
"게 뉘가 나를 찾는가?"
"이서방일시."
"이서방이라니? 옳치. 이풍헌 아들 이서방인가?"
"허허, 장모 망녕이로세. 나를 몰라 보나?"
"자네가 뉘긴고?"
"내가 누기여.
서울 이서방 준백이. 할미 사위 나를 몰라?"
춘향어미 이 말 듣고,
"이 게 웬 말인가?"
와락 뛰어 달려들어 어사의 목을 안고,
"애고, 이게 웬 말인가? 이서방이라니 하늘로서 떨어진가?
땅으로서 솟아난가? 바람결에 풍겨온가?
구름속에 숨겨온가? 고관대작 영귀로운가?
한번 올라가시더니 일장 소식 돈절한가?
이리 오소. 드러가세. 이 몹쓸 사람아!"
끌고 들어가 촛불 앞에 앉혀 놓고 자세히 살펴보니 간음이 홱 틀렸구나.
그만 환장을 하여서 후원으로 우루룩 가더니
축수하던 상을 제 담에다 부딪치며 "남토신령이 영타더니
기운이 무령하여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은 남기 꺾어지네.
하나님은 어이하여 죽을 춘향 못 살리며
귀신은 어찌하여 죽을 너를 돌보지 못하는고?
무슨 죄가 대단하여 이리 죄가 지중한고?
애고 이제는 죽었구나! 불상코 가련타!"
어사또는 눅은 정으로 말을 하는데,
"여보소 장모. 나로 보아 참소. 내가 시장하여 못 배기겠네. 날 밥 좀 주소."
춘향어미 이 말 듣고 환장을 하는데,
"여봐라 향단아! 이 사람 몰아내라.
울화나 나 죽겠다! 너로 하여 몇 사람이 죽는데 밥 속만 꾸미느냐?"
이때 향단이 옥에 갔다 나오더니 저의 아씨 야단하는 소리에 가슴이 우둔우둔,
정신이 월렁월렁, 청처 없이 들어가서 가만이 살펴보니 전의 서방님이 와 계시구나.
하도 반가워 급한 마음 우루룩 들어가서
"향단이 문안이오. 대부인 기체후 일행만안 하옵시며
도련님께서도 멀고 먼 천리길에 평안이 행차하옵시요.
여보시요 아씨! 마오 그리 마오!
멀고 먼 친리길에 뉘로 하여 오셨건데 이 괄세가 웬 일이요?
만일 아기씨가 알으시면 지레 야단이 날 것이니 너무 괄세 마옵소서."
부엌으로 들어가서 먹던 밥에
절이 김치 풋고추 단 간장에 냉수 가득 어서 들고 도련님전에 올리면서,
"더운 진지 할 동안에 시장하옵신데 우선 요기나 하옵소서."
☆☆☆
사또 반가워서,
"밥아! 너 본 지 오래로구나!"
여러가지 것을 한데다가 모으더니
숟가락 댈 것 없이 손으로 뒤저서 한데로 모라치더니 가뭇없이 먹는지라.
춘향어미 보더니,
"얼시구! 밥 빌어먹기는 공성이 났구나!"
이때에 향단이는 외면하고 돌아서서
저의 아기씨 신세를 생각하고 크게 울진 못하고 칙칙 울며,
"어쩔거나요 어쩔거나요! 도덕 높은 우리 아기씨 어찌하여 살리시랴오!
어쩔거나요. 어쩔거나요!"
칙칙 울고 섰는 모양, 어사또 보시고 기가 막히어,
"봐라 향단아!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너의 아씨 설마 살지 죽을소냐.
행실이 지극하면 사는 날 있느니라."
춘향어미 듣더니,
"애고! 양반이라고. 대체 자네가 왜 저 모양인가?"
"어, 내 말 듣소.
서울로 올라간 바 벼슬 줄 떨어지고 사세가 말 못 되어 하는 수 있는가.
우리 아버지는 양주땅으로 학장질 가고,
우리 어머님은 친정으로 바느질 품파르려고 가고 본즉,
나는 갈 데 없어 춘향이나 찾아보고
전백이나 얻어 갈가 하고 내려와서 보니 내 일이 낭패로세.
그러나 춘향이나 좀 보세."
☆☆☆
춘향어미 듣더니,
"애고, 춘향이 생각나는 감만. 춘향이 죽고 없네."
향단이 하는 말이,
"지금 문을 닫었으니 바라 치거든 가사이다."
이때에 바라를 뎅뎅 치는데 향단이는 잠을 아니 자고 있다가,
"애고 아씨, 바라 쳤나이다. 아기씨 한테 아니 가시랴오?"
"오냐. 가자. 등롱에 불 밟혀라!"
향단이는 미음상 들고 춘향어미는
등롱 들고 어사걸인은 뒤를 따라 옥문간에 당도하니 춘향어미 거동 보아라.
목장제비하여 실성발광하며 옥문을 꽝꽝 두드리며,
"춘향아, 춘향아!"
이때 춘향이는 아무런 줄 모르고서
비몽사몽간에 서방님이 오셨는데 머리는 금관이요 몸에는 홍삼이라.
식불감 침불안하여 상사일념에 목을 안고 만단정회 못다하여 부르던 소리에 깨다르니
붙들었던 님은 인홀불견 간 데 없고 칼머리만 붙들었네.
타기황앵 이 문 밖에 경첩 몽이 고이하다.
형장 맞아 죽은 귀신, 태장 맞아 죽은 귀신,
둘씩 셋씩 마주 서서 어이 어이! 이러틋이 야단할 제,
☆☆☆
춘향이 기가 막혀,
"네 이 몹쓸 귀신들아! 네의 명으로 네 죽고,
내 명으로 나 죽는 데 너의 비명으로 나 죽을소냐.
엄급급여율영사파 휫쎄!" 진언 치고 앉았으니,
춘향어미 듣더니
"애고 저년, 어미를 보고 귀신으로 알고 진언을치는구나.
춘향아! 네 이 몹쓸년아!"
춘향이 모친인 줄 알소,
"애고 어머니!" "오냐. 내다!"
"애고 어머니는 어찌 달 없는 그믐밤에 누를 보려고 예 왔소?"
"오냐. 왔다!"
"왔다니 누가 왔소?
날 볼 이가 없건만 게 누라 날 찾어?
기산영 수벌건곤에 소부허유 날 찾소?
양양강수 맑은 물에 고기 낚는 어옹들 술을 싣고 날 찾소?
형문 맞고 수년 옥중에 기운이 쇠진하여 촌보할 길 바이 없네.
누가 누가 찾어왔소?"
"너의 서방님이 왔다! 주야축수 바라더니 어찌 이 지경으로 되었구 나!
너 신세 내 팔자야 서럽고 분한 마음 어찌하여 애를 썩일거나."
춘향이 듣더니,
"이게 웬 말이요? 아까 꿈에 왔던 님이 생시에 왔다니!"
하도 반가워 급한 마음 와락 뛰어나오잔들 목에는 전모칼이요
수족에는 항쇄 족쇄 형문 맞은 다리,
장독이 나서 수족 놀틸 것이 전혀 없네.
만수비봉에 흩어진 머리 그렁저렁 집어얹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간신히 나와서,
"애고 서방님 와 계시오?"
"오냐. 내 왔다!"
"애고, 말소리 들어보니 이전에 듣던 소리로구나!
여봐라 향단아! 등불 이리 대라!
서방님 얼굴이나 좀 보자.
애고, 올라 가실 때는 조그만 하시더니 헌헌 장부가 되었구나!"
한참 이리 하더니 아무말도 없는지라.
춘향어미 하는 말이, "애고 저것들 보소.
이것들이 무슨 일을 내는구나!
여보소 이서방!
자네 어서 멀리 가소!
공연히 여담절각으로 살인 당하리."
☆☆☆
춘향이 하는 말이, "앗소!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여보시오 서방님! 우리 모 하는 말은 속상하여 노망이오니 허물치 마르시고 나의 말 들어보소.
첩의 중심 원하기를 유정낭군 귀히 되어 이 설치 하여줄가 주야축수 바라더니
저러틋이 그릇되어 걸객으로 오셨으니 이도 다 내 팔자라.
한탄한들 쓸 데 있나.
여보시오 어머니.
이제는 하릴없이 십분구사 되었으니 하릴없소.
나 찌르던 금봉채 자개 함농 속에 넣었으니
시문에 내어다가 되는대로 팔아서 서방님 관망 의복 날 본듯이 하여주고,
나는 이미 죽거니와 어머니가 아무쪼록 시시로 공경을 착실히 받들어
천행으로 도련님이 귀히 되거드면 설마 괄세하오릿가?
여봐라 향단아! 너와 나와 정이 어떠하냐?
살아 둘이 부모님 봉양하잤더니
천명이 이뿐인지 나는 이미 죽거니와 너는 어찌던지 날 본듯이 봉양타가
우리 모친 백세후에 세상을 버렸를 때에 너의 인공 갚으리라."
☆☆☆
어사또 하는 말이,
"여봐라 춘향아. 그게 다 남이 들으면 웃을 말이로다.
죽더라도 네 모친다려 날 불상이 여기게 당부나 좀 하여라."
"애고! 여보 서방님. 그런 말씀 말으시고 내 원대로 하여주오.
내일 본관의 생일이라 잔치 끝에 나를 죽인다 하니 부디 멀리 가지 말고
삼문 밖에 있다가 집장사령 춘향이 물고하거든 삯군인 체 달려들어 둘너 업고
우리 처음 만나 놀던 부용당의 적막하고 고요한 데 뉘어놓고
서방님 손수 감장하되 나의 혼백을 위로하여
입은 옷 벗기지 말고 그대로 따뜻한 양지에 편하게 묻어두었다가
서방님 귀이 되어 청운의 오르거든 잠시도 두지 말고
서울로 올려다가 구산 하에 묻어주되 무덤 앞게 비를 세워 비문에
'수절원사 춘향지묘'라 여덟자만 새겨주오! 부탁할 말 그뿐이요."
한숨 짓고 있는 양은 아무리 철석인들 아니 간장 녹으랴.
☆☆☆
이때 어사 기가 막혀 동원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
"경각에 일이 나겠고."
춘향어미와 향단이 눈이 붓고 어사또 어찌 울었던지
눈이 붓고 목이 쉬어 사람의 정상을 못볼러라.
춘향어미 자탄을 하는데,
"칠십이 붙원한 것이 누구를 의지하여 살고?
자네 어디로 갈는가?"
"나 갈 데 없네. 자네 집으로 갈라네.
어디로 가든지 따라갈 수밖에 없네."
이때 어사 곰곰 생각하니,
절개 있는 계집이라 밤 일을 알 수 없어 단단이 부탁하되,
"여봐라 춘향아!
내가 서울서 네 소식 듣고 편지 맡아 순영문에 부쳤으니 내일 오시면 백방하리라.
그때는 우리 다시 만나 이 일을 옛 일 삼아 이별 없이 살고지고
부디 죽지 말고 명일 오시만 기다려라."하고,
춘향집에 돌아와 전에 놀던 빈 방안에
전전반측 잠 못 이루어 삼사오경 겨우 지내,
계명성 난 현후에 평명이 되니 본관의 거동 보소.
생일 잔치 배설할 때,
구름같은 차일은 반공에 솟았는데
근읍 수령 모아들 제
청천의 구름 뫼듯 용문산 안개 뫼듯
차례로 들어올 제, 곡성 운봉 구례 광양 순창 담양 옥과
창평 구읍수령 좌우나졸 일등미색 각색풍류 들여놓고 풍악이 낭자한데
헌 갓 쓴 저 걸인이 문밖에 바장이며,
"여봐라 사령들아! 여쭈워라.
좋은 잔치 당하였으니 술 한잔 얻어 먹자구나."
나졸이,
"여보 이 양반!" 등을 밀어내니
걸인이 기둥을 떱석 안고 고함을 지르거늘 본판원님거동 보소.
범같이 성을 내어, "너 바삐 쫓아내라!"
저 걸인 거동 보소.
"술 한잔 주옵소서. 안주 한점 먹사이다."
만좌중에 운봉영장 출반하여 하는 말이,
"그 걸인이 의상은 남루하나 양반의 후예로다.
말석에 올려앉혀 술 한잔이나 대접하라!" 하니,
중계에 오르거늘 본관이 대질하되,
"운봉은 진찬하오. 저런 걸인 가까이 하면 숟가락 모도 잃는 법이니 맹랑한 짓 마오!"
어사 거동 보소.
두 무릎 정이 꿇고 좌우를 둘러보니
좌상의 모든 수령 취흥이 양양하여 갖은 음식 다 먹으며
빡빡주 한잔에 콩나물 꼭대기 모 떨어긴 개상판에 흘염흘염 갖다 노니
어찌 아니 분할소냐.
연일 불식 굶은 중 기갈이 자심이라.
눈을 궁그려보니 갈비 한대 먹고 싶어 부채로 운봉의 옆 갈비를 꽉 찌르니
운봉이 혼이 나서,
"어허! 이 양반 웬 일이요?"
☆☆☆
어사 이른 말이,
"갈비 한대 먹사이다."
운봉 하는 말이,
"달아도 잡수시오."
이렇듯이 진퇴할 제,
본관이 흥을 내어 운자를 부른다.
기름 고자 높을 고자 운이어늘 걸인이 이른 말이,
"걸인도 아희 적에 추구권이나 읽었더니
좋은 잔치 참예하여 주효를 포식하였으니 차운 한 수 하여이다."
운봉이 반겨 필연을 내어주니
좌중이 다 못하여서 글 한 수를 얼른 지어 운봉 주며 하는 말이,
"좋은 잔치에 와 주효틀 포식하고 가니 본관의 덕이로소이다."
하직고 간 연후에, 운봉이 펴 보니 그 서에 하였으되,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촉누낙시에 민누낙이요 가성고처에 원성고라."
그 글 뜻은,
금동우 아름다운 술은 일천 사람의 피요,
옥소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사람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에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망이 높았더라.
이렇듯이 지어 놓으니 그 아니 명작인가.
운봉영장 글을 보고 속으로 읊으면서 어사 보고 글 보고,
글 보고 어사 보고 엄동설한 만난듯이 벌벌 떨며
"하관은 오늘 학질 차례로 부득이 가옵내다."
구례현감 눈치 채고
"하관은 기민 주러 가나이다."
이렁저렁 흩어질 제, 책방이 눈치 채고 삼방하인 수군수군,
여기서 수군 저기서 수군, 서리는 눈을 끔적, 청파 역졸 거동 봐라.
달 같은 마패를 해 같이 둘러매고 삼문을 냅다 치며,
"암행 어사 출도야!"
한번을 고함하니 강산이 무너지고,
두번을 고함하니 초목이 떠나는듯,
세번을 고함하니 남원이 우군우군,
"공형! 공형!"
"공형이 들어가오!"
등채로 휘닥딱
"애고 허리야!"
"공방! 공방!"
공방이 자리를 둘둘 말아 옆에 끼고,
"안할라요 하는 공방을 부득이 하라더니,
저 불 속에 어찌 들어가랴?"
등채로 휘닥딱.
"애고, 박 터졌네!"
좌수 별감 넋을 잃고, 이방 호장 정신 없어,
"네가 누구냐?"
운봉 곡성 겁을 내어 말을 거꾸로 타고,
삼색 나졸 넋을 잃어 어찌 할 줄 모르는데,
깨지나니 거문고요 딩구나니 북 장구라.
본관의 거동 보소.
칼 집 쥐고 오줌 누며, 탕건 잃고 요강 쓰며 갓 잃고 전립 쓰며,
인통 잃고 연상 들며,
"문 들어온다 바람 닫어라!
물 마르다 목 드리어라!"
☆☆☆
관청색은 상을 읽고 문짝이고 내다르니,
서리 역졸 달려들어
"후닥닥."
"애고 나 죽는다! 어찌하여야 이 불을 면할가?"
이때 어사또 분부하되,
"이 골은 대감이 좌정하시던 데라 사정이 없지 아니하니
헌화 금하고 객사로 자리 보전하라."
좌정후에 옥형이 불러 분부하되,
"네 골의 죄인이 몇이나 갇히였느냐?"
옥형이 알외되,
"다른 죄인 없사옵고 이 골 기생 춘향이 관가에게 포악하였기로 옥중에 있습니다."
"바삐 부르라!"
분부가 나니 사정이 거동 보소.
옥문 열대 손에 들고 옥문 떨걱 열다리며,
"여바라 춘향아! 썩 나오거라!
수의사또 출도하사 너를 급히 올리라시니 어서 급히 나오너라!"
☆☆☆
춘향이 기가 막혀,
"여봐라, 향단아! 서방님 어디 계신가 보라!
어제 저녁에 옥문간에 와 계시여 전번이나 당부하였더니
어디를 가셨는지 낱 죽는 줄 모르난가?"
정신없이 들어갈 제,
"춘향이 대령 하였소."
"해칼하라!"
"해칼하였소"
어사또 급한 마음 와락 뛰어나와 야단이 날 터인데,
절개 있는 계집이라니 한번 잘라 보리라 하고,
"너만한 년이 수절한다 하고 관장에게 포악하였으니 살기를 바랄소냐?
죽어 마땅하건만 나의 수청도 거역할가?"
춘향이 기가 막히어,
"내려오는 관장마다 개개이 명관이로구나! 수의사또 들으시요.
충암절벽 높은 바위 바람분들 무너지며,
청송녹죽 푸른 나무가 눈이 온들 변하릿가?
그런 분부 마옵시고 이제 어서 죽여주오!"
어사또 기가 막히어 금낭을 열고 옥지환을 내어 기생 불러 춘향 주라.
춘향이 지환 보고 정신이 혼미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손에다 껴보더니,
"이전에 낄 적에는 손에 가득 맞더니
그 새 옥중 고생에 몸이 축져 그러한지 헐렁헐렁 하는구나."
지환 보고 대상 보니
어제 저녁에 옥문간에 걸객으로 왔던 낭군 어사또 되어 두렷이 앉었구나.
반 웃음 반 울음에,
"얼시구나 좋을시구!
지화자 좋을시구!
어사낭군 좋을시구!
남원 읍내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 되었더니
객사에 봄이 들어 이화춘풍 날 살렸다.
목의 칼을 벗겨 놓으니 목 놀리기 좋을시고.
손의 수갑 끌러 놓으니 활개 떨쳐 춤추기 좋을시고.
발의 족쇄 끌러놓으니 걸음 걷기 좋을시고.
아장아장. 여보 사방님!
내 얼굴 보지 말고 걸음만 보아 짐작하오.
모친은 어디 가고 날 이리 된 줄 모르시나 보다.
이런 때에 만났으면 모녀동락하오리라.
지와자 좋을시고!"
☆☆☆
이때에 춘향어미 삼문 밖에 있다가 춘향 노는 거동 보고 오직이 들어가련만
어사에게 하도 과이 하여 차마 들어가지 못하다가 춘향이 찾는 소리에
"어디 가야 여기 있다.
사령들아 삼문 잡어라.
어사장모 들어간다.
오늘 내 눈에 미운 년놈 죽일난다.
사위 사위 어사사위 좋을시고! 얼시고 절시고!
어제 저녁에 우리 사위 걸객으로 왔던구나!
천기누설 아니하려고 머퉁이를 하였더니 그 일 부디 노여 마소.
노여 하면 어찌 할나.
넌 00이던 춘향 날까.
얼시고 절시고 지와자 조을시고!
여보소 남원읍내 사람들 내 말을 들어보소!
아들 낳기 힘쓰지 말고 춘향 같은 딸을 낳아 이런 즐거움들 보소!
얼시도 절시고! 지와자 조을시고!"
어사또 반만 웃고 수형리 불러 본관의 전후죄목 낱낱이 적어내어
나라에 장계하고 유죄무뢰간 옥중의 죄수들을 일병 방송하니
갇혔던 죄인들이 춤을 추며 어사를 송덕하여 만세를 부르더라.
전하께옵서 남원부사 죄목 보옵시고 어사를 칭찬하시어,
춘향이는 정렬가자를 내리시고 어사는 병조판서를 제수하시니,
어사 성은을 축사하시고 춘향과 그 모를 서울로 올려 태평으로 지내더라.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