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네 진짜 좋더라
제법 먼 거리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대뜸 “너희 동네 카페폭포 진짜 멋있더라” 했다. 폭포 옆에 카페가 생겼다는 말은 들었어도 가 보지를 못했는데 친구는 벌써 몇 번을 다녀갔다며 장점을 술술 외우고 있었다. 수익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장학금으로 준다는 말도 두 번 세 번 하면서.
폭포야 알고 있는지라 바로 이해가 되었지만 카페는 생소한데 친구는 또 카페와 폭포를 섞어가며 자기 집 일 자랑하듯 늘어놓으면서 멀지 않은 곳 황톳길까지 들추고 있었다. 순간 내가 사는 동네를 영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난감했다.
얼른 가봐야지 하다가 마음먹고 집을 나선 날은 마침 날도 좋았다. 버스를 탈까 하다 물이 흐르는 홍제천 구경도 할 겸 걸어가기로 했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바른길로 내려설 때다. 한 무리 걷는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들도 나처럼 카페에 가는 중이었다. 얼마나 잘해놓았기에 저토록 소문이 널리 났을까 싶은데 그들 중 한 명은 이미 여러 번 다녀왔다면서 친구가 말한 장점을 그대로 옮기고 있었다.
어느새 닿은 카페. 소문처럼 너르고 사람도 많았다. 찻잔을 가운데 두고 도란도란 얘기하는 사람. 내리꽂히는 물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 등산 가방을 등에 멘 채 속삭이는 사람 그들의 표정엔 온통 미소가 넘쳐났다. 쉬는 날 친한 사람들과 얘기만 해도 즐거운데 환경까지 받쳐주니 더 흥분돼 보였다.
차 한잔을 시켜 의자에 앉았다. 생각지도 않은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 도서관도” 남은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도서관으로 갔다. 손이 닿은 곳에서 잡힌 책 한 권. 책장을 넘기는데 눈썹 위로 얼핏 얼핏 보이는 바깥을 무엇으로 표현하랴. 울이라야 얇은 유리 하나가 전부지만 밖에서 들었던 세찬 물소리는 조금도 나지 않고 정면으로 보이는 은빛 물줄기가 찬란한 배경이 돼 있었다.
무엇보다 책을 쥔 사람들의 작은 예의는 고개를 끄덕일 만큼 돋보이고도 남았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으니까. 책 속에 보석을 찾는 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독특한 기술이지만 주변은 각자가 잘 가꾸어야 보석이 생기는데 그곳은 바른 질서가 보석이 돼 있었다.
밖이 훤히 보이는 도서관. 지친 눈을 달래주는 폭포. 호강한다는 말이 이런 데서 나오지 않았을까. 집값 비싸다고 소문난 동네에 사는 친구가 연거푸 “그 동네 진짜 좋더라” 하던 말이 새삼 떠올랐다.
잠시 친구가 어른거리는데 누가 나가는지 문이 열렸다. 치고 들어오는 물소리. 번쩍 정신을 들게 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 한 바퀴 훑고 나갔다.
온갖 세상을 알려주는 책, 메마른 사람들의 하루를 위로하는 폭포. 모락모락 오르는 김이 마음을 순하게 하는 차, 모두가 사람 위함이 아니겠는가.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카페폭포가 오래도록 빛나게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어야겠다.
첫댓글 댓글도 정성껏 달아주시지만,
글도 맛깔스럽게도 쓰십니다^^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글을 따라가다 보니 끝났네요^^
머리속으로 그리며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언제 폭포에 한번 오세요.
카페 들려서
그냥 생각 없이 차 마시는 정도였는데
표현을 새롭게 하는 두 분에 의해
카페 분위기를 다시 느끼게 하네요.
카페에 사람이 많이 북적거리니
무슨 행사를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곳이 이렇게 좋은 동네로 소문난것 이라는것을 강기자님을 통해 전해들으니 더욱 애착이 가네요 강기자님 감사합니다 ~**
서울시내 소문이 널리나 있었습니다.
여러곳에서 오겠다는 연락이 오기도
했으니까요.
윤기자님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느낌을 잘 전 해 주신 글을 읽으며, 나보다 더 모르는 분도 있구나! 했어요
저는 철 따라 한번씩은 가 보는 곳인데~
서대문구 살기 좋은 곳으로 벌써 소문 다 났어요 집 값 오르겠습니다요~ㅎㅎ
이제 좀 자주 놀러 오십시오.
우리 서대문구 위상이 더 높아지게요.
집값 오른다니 ㅎㅎ 재밋습니다
서대문의 자랑이된 폭포카페~ 정말 최고에요 ^^*~
네, 맞습니다.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