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7년 9월14일(목) 15;00-17;30,
*장소; 국립산림과학원 예하 흥릉숲 및 영휘원
*관람시간; 15;30- 17;30
*참가인원;12명
*저녁만찬(18;00- 20;00) ;마포 숯불갈비식당(동대문구 제기1동 1143-22, 02) 969-8975
천고마비(天高馬肥) 계절을 맞이하여 6반 반창회 모임을 가졌다. 분기에 한번씩 모이는 것이라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계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번 반창회는 수도권에서 하다보니 천리만리(千里萬里)에 있는 교우들이 성큼 다가오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에서 모임을 갖게 되었다. 이번에는 서울 도심에서 근접하기 가장 좋은 홍릉 수목원을 찾았다.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3번 출구에서 600m 거리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홍릉 숲은 하늘이 감추워 논 산(山)의 뜻인 천장산(千藏山; 141m)의 남서쪽 자락에 있다.
홍릉 수목원 주변에는 KAIST 서울 캠퍼스, KIST,세종대왕 기념관 등이 위치하고 있다. 최명설 교우가 사회 초년병으로 첫 발을 내딛은 곳이 홍릉 수목원 내에 위치한 KIST 이다. 그 당시 꿩과 다람쥐가 다니고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지난 세월을 보냈던 추억과 낭만이 깃든 수목원 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박창호 동문은 54년전 당시 홍릉수목원 입구에서 경희대 가는 방향은 오솔길로, 실개천이 흐르고 새가 지저귀는 첩첩산중이라 해가 지면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고교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홍릉은 1897년 명성황후의 능으로 지정되면서 붙여진 이름인데 1919년에 경기도 금곡으로 이장된 후에도 수목원의 명칭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홍릉수목원은 1922년 임업시험장이 설립되면서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제1세대 수목원이다.
홍릉 수목원에는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희귀식물을 수집 양성하여 초 목본식물 2,000여종 4만여 그루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정문에서 본관 건물에 이르는 도로 양켠에는 우리나라의 꽃의 상징인 무궁화 나무로 단장하였다.
그리고 도로 좌우측과 건물 뒷편 공간에는 온갖 나무들로 숲을 조성하였다. 홍릉 숲은 말 그대로 초록 쉼터와 여름철 자연 에어컨이다. 수목원은 제 1수목원에서 제9수목원까지 침엽수, 활엽수,관목, 외국 수목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고산 식물원, 약용식물원, 난대 식물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숲 해설가인 전용문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과 교감하면서 숲길을 걸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맨 처음 식물을 접한 것은 약초과의 여우오줌풀 이었다. 꽃에서 여우 오줌 냄새가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잎의 즙은 타박상에 바르기도 하고 열매를 구충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은방울꽃은 흔히 '5월에 피는 백합'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름답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꽃이다. 그리고 이 꽃은 성모마리아가 십자가 아래에서 흘린 눈물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하여 '성모마리아 눈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은방울꽃이 활짝피고 바람이 불면 은은한 사과향, 레몬향이 강하게 풍겨오나, 냄새를 오래 맡으면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한다. 향기가 은은하여 고급 향수의 원료가 되며 신부의 부케에 쓰인다고 한다. 꽃은 종이나 항아리처럼 생겼다하여 은방울이란 이름이 붙었다.
속새풀은 음습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땅을 파면 물이 나온다고 하여 옛 선조들은 속새풀이 있는 곳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호랑이가 깊은 산 숲속에 엎드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풀이 속새풀이며, 흔히 호랑이가 죽은 자리에서 돋아난 풀이라 하여 속새풀이라고 한다.
약모밀은 잎이 메밀잎과 비슷하고 약용식물이므로 약모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잎에서 생선 비린내 비슷한 악취가 난다하여 어성초라고도 한다. 냄새의 성분은 강한 살균작용이 있는데 실험결과 일반 항생제보다 약 4만배 강한 항균력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차로 마시거나 뿌리를 소주에 담아 술을 마시기도 한다. 개똥쑥은 풀 전체에 털이 없고 특이한 악취가 나는 식물로, 말라리아 약으로 사용된다. 말라리아 약을 개발하여 2015년에 노벨의학상을 수상한바 있다.피톤치드가 가득한 제 2수목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피톤치드(Phytoncide)는 식물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내보내는 항균 기능을 하는 물질이다. 희랍어로 '식물의'이라는 뜻을 가진 'Phyton'과 '죽이다'를 의미하는 'cide'의 합성어다. 20세기 중반 러시아 레닌그라드대학의 토킨(Borisp.Tokin) 교수가 처음으로 피톤치드에 대한 설명을 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주변의 균에 대항하여 내보내는 휘발성 물질이며, 숲속에서 시원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피톤치드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피톤치드는 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천연물질로 인체에에는 이롭다. 사람이 호흡을 통해 피톤치드를 흡수하면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면역력 강화 기능과 폐질환 등 호흡기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림욕은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일사량이 많을 때(오전10시-오후2시) 하는 것이 좋다. 편백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수목이다.
가급적 옷을 헐렁하게 입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좋다고 한다. 편백나무는 일본이 원산지로 히노끼 노송나무 라고도 하며,1927년경에 한국에 들여와 방풍림으로 조성하였다. 침엽수이지만 추위에 약해 따뜻한 지방에서 자란다. 편백나무에 함유된 피톤치드가 아토피 피부에 알려지면서 벼개, 벽지, 장난감 등 각종 생활용품이 생산되고 있다.
쉬나무는 수유(茱萸)나무에서 쉬나무로 변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수유나무라고 한다. 옛 선비들은 집 근처에 쉬나무를 꼭 심었다고 한다. 밤에 책을 읽으려면 불을 밝힐 기름이 필수였다. 유채, 해바라기,아주까리,들깨에서 기름을 얻을 수 있지만,
쉬나무는 동백나무와 함께 산에 심어서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유지(油脂)자원 이었다. 쉬나무 등유는 불이 맑고 밝으며 그을음이 적어서 책 읽는 공부방에서 더욱 인기가 높았다. 그리고 쉬나무는 열효율이 좋아 바이오 연료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쉬나무는 많은 꿀을 가지고 있어서 밀원식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꿀 따기로 유명한 아카시아나무가 원인 모를 황화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서 대체수종으로 쉬나무가 거론될 정도다. 모감주나무는 꽃이 한창 필 때 보면 골든 플라워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고, 꽃이 진 모감주나무는 황금비 내리는 나무(golden rain tree)라고 했다.
모감주나무의 열매는 콩알 굵기만한 까만 씨앗은 만질수록 반질반질해 염주의 재료로 쓰인다. 모감주나무 씨앗의 다른 이름은 금강자(金剛子)다. 금강석의 단단하고 변치않는 특성을 가진 열매라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도를 깨우치고 지덕이 굳으며 단단하여 번뇌를 깨뜨릴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큰 스님들이 지닐 수 있을 만큼 귀하다. 석산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이며,'꽃무릇'이라고도 한다. 석산도 상사화와 마찬가지로 잎과 꽃이 따로 피기 때문에 '지옥의 꽃', '죽음의 꽃'이라고도 하며 그 모습이 현생의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의 세계에 드느 것 같다고 하여 피안화(彼岸花)라고도 부른다.
홍릉 숲에서 가장 인기있는 나무는 역시 문배나무다. 전 세계에서 한 그루 밖에 없는 희귀한 나무라는 뜻인 기본표본목이다. 문배나무는 1935년에 일본인 나까이 교수가 흥릉 수목원에서 처음 발견하였다. 문배나무는 4-5월에 흰색의 꽃이 피며, 8-10월에 작은 열매가 누렇게 익는다.
열매는 생식하거나 술을 담근다. 문배나무 꽃 향기가 닮았다고 하여 문배주라고 한다. 꽃이 크고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성과 맹아력이 강하다. 이팝나무는 주로 대전 이남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지만 경기도 하남시에서는 가로수로 식재할 정도로 온난화가 심각할 정도라고 한다.
정이품송 후계목은 아비나무인 정이품송의 꽃가루와 어미나무인 정부인송(천연기념물제352호)과 교배하여 자란 소나무로, 수관은 아버지를 닮아 멋진 피라미드형을 갖춰 가고 있다. 수목원내에 고종황제가 속이 터져 마셨던 어정(御井)이 있다. 어정의 뜻은 임금에게 올릴 물을 긷던 우물을 말한다.
수목원에 위치한 흥릉터는 그 당시 헐벗은 민둥산으로, 명성황후가 입었던 옷들을 묻은 자리이다, 터의 한가운데에 달랑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명성황후의 혼이 태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주변에는 소나무들로 둘러 싸여 있다.
수목원을 벗어나 산림 보전연구동에 이르면 본관 앞 뜰에 있는 반송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정이품 송처럼 키가 크고 기상이 늠늠하며,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반송은 일본인이 홍파초교에 있던 30년생 반송을 이곳으로 옮겨 심었다고 한다.
반송(1892년생)은 홍릉숲의 최장수로 산 증인이다. 이 일본인은 죽어서 고국 대신 망우리 공원에 묻혀 있다. 홍릉 숲은 평일에는 사전에 예약이 필수이며,토요일, 일요일은 무료로 개방하여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및 시민들의 자연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듯이 숲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 있었으며, 숲에 대한 지식을 얻어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게 된것이 큰 수확이었다. 저녁만찬 시간이 약 1시간 전이라 영휘원과 숭인원에 잠시 둘러보았다. 영휘원은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의 사친(私親)인 순헌귀비 엄씨의 원소(園所)이다.
순헌귀비는 민비가 을미사변으로 시해 당하자 아관파천 때 고종을 시봉(侍奉)하였으며, 1897년 영왕을 낳고 1903년 귀비로 책봉되었다. 엄귀비는 양정의숙, 진명여학교, 명신여학교의 설립에 참여하는 등 근대 여성 교육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숭인원은 영친왕과 이방자 사이에서 태어난 진의 원소다. 진은 1921년 8월에 태어나 그 해 이듬해 5월에 죽었다. 반 교우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아 다소 쓸쓸하였지만 저녁만찬에는 4명이 추가 참석하여 기분이 혼쾌하였다.
저녁만찬은 고려대역에서 가까운 마포숯불갈비 식당에서 돼지갈비살 구이에 푸짐한 성찬으로 미식을 즐겼다. 오래간만에 만난지라 할 얘기들이 많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식사와 정담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타향 멀리에 있는 교우들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으나 원주에 있는 채광병은 바쁜중에도 자리를 빛내주어 고마웠다. 그리고 최명설은 유럽 여행중이라 참석이 불가피 하였다. 나머지 교우들도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여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최인섭 교우는 거동이 불편함에도 매번 참석하여 개근상을 주어야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또한 최인섭 부인은 불편한 남편을 돌보는 희생정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라에서 현모양처상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반 교우들과의 만남은 항상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갖게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 홍릉수목원을 찾아 교우들과 보낸 시간은 추억속의 사진에 담겨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교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여기서 맺을까 한다.
<회비사용내역>
*이월금액; 2,515,095원
*회비지출; 248,000원(식사비;24,3000원, 주전부리; 5000원)
*잔액; 2,267,095원
국립산림과학원 정문에서

전용문 숲해설가와의 첫 만남의 시간

여우 오줌풀 설명

첫댓글 차반장님, 수고 많았습니다 ~.^^
그리고 앞으로 "차작가(車作家)"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글솜씨에 찬사를 보냅니다.